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술의 신(1)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술의 신(1)
2016-09-06 오후 12:53 조회 2130추천 5   프린트스크랩


디오니소스는 밀가루를 산딸기 즙을 섞은 물에 풀어 반죽을 하였다.
 이 반죽을 바람이 잘 통하는 선반에 올려놓았다.
빵을 만들어 이웃집의 세일레노스 아저씨와 같이 먹을 작정이었다.
산골짜기에서 한 참을 올라와야하는 이 곳 고원 지대에는 단 두 가구만 존재했다.


세일레노스 아저씨는 벌을 키우셨다.
디오니소스가 이 고원지대에 오기 오래 전부터 여기에 서 살고 있던 세일레노스 아저씨는 디오니소스를 무척 반겨하셨다.
혼자서 외로웠을 아저씨는 자주 꿀을 갖고 찾아오셨다.


며칠 전에 레아 할머니가 밀가루를 갖고 오셨다.
며느리 헤라의 눈치 때문에 자주 오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아버지 제우스의 염려도 전하시고, 큰 손자인 아폴론의 대견함도 자랑하시면서 며칠을 불쌍한 손자 곁에 머물다 가셨다.


병들어서 죽을 번 한 디오니소스는 할머니의 간절한 병구완 덕분에 이제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병이 든 채로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다고 하는데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골짜기 아랫동네에서 하루 종일 올리브나무를 손질해주고 디오니소스는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집 근처 밭에 포도나무들이 우거져 자라고 있었다.
지팡이를 땅에 대고 포도나무를 바라보았다.
무성하게 자라기는 하지만 수확이 영 시원치가 않은 것이 디오니소스의 걱정거리였다.
소나기가 온 뒤라 그런지 땅이 물러 지팡이가 땅에 굳건히 박혔다. 지팡이를 빼낼 기운조차 없던 디오니소스는 그냥 방에 들어가 쓰러지듯 누웠다.


다음날 아침 방안을 비추는 태양빛에 눈을 떴다.
밖에 나가보니 포도나무들이 어제보다 더 자란 듯 보였다.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포도나무가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 있었다.
 “음, 포도나무가 하늘을 좋아했던가? 내가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몰랐었구나.”


그 날은 일을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나뭇가지를 꽂고 줄을 매어서 포도나무가 마음껏 하늘로 가지를 펼칠 수 있도록 손을 보아주었다.


그 해의 포도 농사는 대 풍년이었다.
지금까지 것보다 훨씬 더 알이 굵고 수확량도 많았다.
그 동안 칡덩굴처럼 땅바닥을 기어 다니게만 했던 포도덩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덕분이었다.


디오니소스는 수확한 포도를 장에다 내다 팔았다.
올리브나무를 손질해주고 받는 품삯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
팔다가 남은 것은 사티로스와 마이나스 남매에게 주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두 남매는 성실하고 부지런하였다.
디오니소스를 큰 형과 오빠처럼 잘 따랐다.


다음 해에도 포도 수확이 잘 되어 포도장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루는 욕심을 내어 포도를 평소보다 많이 따가지고 장사에 나섰다.
그런데 그 해에는 무화과도 대 풍년이었다.
앞의 상점에서 무화과를 반값으로 후려쳐서 팔기 시작하였다.
하루 종일 포도를 거의 팔지 못하였다.
남은 포도를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가지고 오는 디오니소스의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내일 다시 팔기 위하여 독안에 포도를 저장하였다.
 바구니에 그냥 두면 말벌이 모두 흠집을 낼 것 같아서였다.


독안에 포도를 저장하던 디오니소스는 불현듯 슬픔과 자책과 분노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을 흘리던 디오니소스는 두 손으로 포도를 그냥 뭉개버렸다.
 “에라, 공연히 포도를 많이 따가지고 이 꼴이라니! 에라 이 내 신세야.”
독을 뒤 곁의 처마 밑에 쳐 박아두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잘 팔리지 않는 포도지만 그래도 조금씩 따다가 장에 내다 팔았다.
그저 품삯 정도만 벌었다.
덕분에 사티로스와 마이나스에게 포도 인심은 듬뿍 쓸 수 있었다.


장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디오니소스는 불현듯 뒤 곁의 독 생각이 났다.
 썩은 포도를 버리고 독을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을 열어보았다.
 이상하게 향내가 났다.
 “어라, 썩은 냄새가 아니고 이게 무슨 냄새이지?”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보았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났다.


디오니소스는 독의 포도 물을 한 바가지 퍼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 옆의 바위에 걸터앉아 발효된 포도 물을 마셨다.
마침 달이 휘영청 밝아 있었다. 정말 이상하였다.
포도 물을 마시자 마음속의 모든 슬픔과 원망이 사라졌다.
온 세상과 자기 자신이 하나가 된 뿌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포도주가 탄생된 것이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디오니소스는 그날 장사를 접기로 하였다.
어제 만든 포도주를 그릇에 담아 세일레노스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그 동안 쌓인 은혜를 포도주로 갚을 작정이었다.


“아저씨, 멋진 술을 만들었습니다. 같이 드셔요”
세일레노스가 반갑게 맞이하였다.
 둘은 말린 사슴고기를 챙겨들고 아래 골짜기의 폭포 밑으로 갔다.
천렵을 하면서 둘은 포도주를 신나게 마셨다.


디오니소스는 이제 포도를 파는 대신 포도주를 팔기 시작하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묘약으로서의 포도주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사티로스와 마이나스는 자기들의 장사를 접고 디오니소스의 포도주 판매를 거들었다.


디오니소스는 고원 위의 숲 쪽으로 향했다.
포도밭의 확장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숲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나왔다.
 사납게 생긴 수놈 이었다.
 멧돼지가 디오니소스에게 달려들었다.
긴장하고 있던 디오니소스는 간신히 옆으로 피하였다.
가슴을 쓸어내리자마자 지나쳤던 멧돼지가 다시 돌진해왔다.
순식간이었다.
피할 틈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디선가 창이 날아와 멧돼지의 목을 꿰뚫었다.
창을 던진 소년의 이름은 ‘판’ 이었다.
양을 치러 고원에 올라왔다가 위급한 상황을 보고 창을 날린 것이었다.
그 날부터 생명의 은인인 판은 디오니소스네 집의 윗방에 거주하게 되었다.


길거리에 행색이 남루한 청년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준수한 외모에 온화한 표정이었고 또 한 명은 다부진 체격에 눈매가 서릿발 같았다.
둘은 밥 집 앞에서 주뼛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시장은 하지만 밥값이 없는 듯 했다.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한 병 들고 나섰다.
 “손님들 시장하신 모양인데 제가 저녁을 사드려도 될까요?”
둘은 사양하지 않고 디오니소스를 따라 밥집으로 들어섰다.
두 청년은 밥을 세 그릇씩 해치웠다.
몹시 시장했던 모양이었다.
시장기가 가시고 포도주가 몇 잔 들어가자 준수한 청년이 말문을 열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 술이란 것은 처음 마셔보는데 아주 맛이 좋군요. 저는 비슈뉴라 하고 이쪽은 동생 시바입니다.”


두 청년은 인도에서 왔고, 이집트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집트의 큰 강 하구의 마을을 돌아보며 마을의 규모와 물산의 풍부함에 둘은 감탄하였다.
 이어서 둘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상인들의 여행에 동참하였다.
안내인은 오시리스라는 영리한 소년이었다.


일행이 탄 배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 두 강이 합쳐지는 곳에서 왼쪽 강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주변의 풍경이 사막에서 산악으로 바뀌었다.
 한 참을 올라가다가 한 마을에서 뭍에 올랐다.
이 마을에서 상인들은 보석을 고를 예정이었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해졌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도적떼가 나타난 것이었다.
오시리스가 급히 일행보고 땅에 엎드리라고 말하였다.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땅에 엎드리었다.
시바는 꿋꿋하게 서 있었다.
도적떼가 시바를 에워쌌다.
시바는 뾰족한 돌을 주워 바위에 깨서 정사각뿔 모양의 돌 단검을 만들었다.
 “해치워라.”
두목의 명령이 떨어지자 시바 앞의 도둑 세 명이 시바에게 달려들었다.
시바가 단검을 휘두르자 세 명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곧 바로 시바 뒤의 두 명이 시바에게 달려들었다.
시바가 단검을 던졌다.
던져진 단검은 휘돌아 도둑 두 명의 목을 꿰뚫고 다시 시바의 손에 들려졌다.
이 광경을 본 도둑 두목이 땅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 잘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 한 번 더 나쁜 짓을 하면 이 단검이 용서치 않으리라.”
말을 마친 시바가 돌 단검을 옆의 바위에 박아 넣었다.
단검은 자루가 바위에 박히어 정사각뿔 모양만 남았다.


도둑들은 그 날 이후 도둑질을 그만두고 사냥과 농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매일 해가 뜰 때와 해가 질 때에 바위에 박힌 시바의 단검에 경배를 드렸다.


두 인도 청년과 헤어지면서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와 노잣돈을 그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인도에 꼭 한번 놀러 오십시오.”
비슈누가 인사를 하였다.
디오니소스는 한 참 동안 손을 흔들며 두 청년을 배웅하였다.


(계속)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16-09-06 오후 9:24: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셔서 술꾼이 즐거웠습니다^^  
짜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육묘법문 |  2016-09-07 오전 2:14: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하이고
술 먹기도 전에 지쳐버리겠네요... ^^
글을 몇 번으로 나누어 주세요..
 
짜베 예 말씀대로 세 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youngpan |  2016-09-08 오전 1:01: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술 이바구!! 달이 살판났군요..  
짜베 술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사실은 이 글의 앞뒤에 사족을 붙이어 양면성을 부각하려다가 포기하였습니다.
적당히 마시면 참 좋은 것이 술이지요.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