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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죽음(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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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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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죽음(2)
2016-08-06 오전 8:39 조회 1834추천 4   프린트스크랩

2. 에꼴 드 상떼

프랑스에는 국립 군의학교인 에꼴 드 상떼가 세 도시에 설립 되어 있었다.
세 도시는 파리, 스트라스부르, 몽펠리에였다.
에꼴 드 상떼를 졸업하면 중위로 군의관에 임명되었다.
 루이는 집에서 가까운 몽펠리에의 군의학교에 지원하였다.
프랑스 남부 지역의 수재들이 많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
시험은 사흘간 치러졌다.
 첫째 날에는 학과시험, 둘째 날에는 체력측정, 셋째 날에는 면접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라디오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 루이네 가족은 라디오가 있는 브뒤씨네 집으로 몰려갔다.
루이의 번호가 가까울수록 온 가족은 초조해졌다.
 어머니는 앉아계시지 못하고 출입문 쪽으로 가서 문고리를 잡고 계셨다.
 루이의 수험번호와 이름이 불려졌다.
순식간에 온 방안은 환호의 물결로 뒤 덥혔다.


사나리 쉬르메르 중하교에서 두 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학교는 교문위에 플래카드를 걸어서 학교의 명예를 높인 이들을 축하였다.


교복을 입고 기숙사생활을 하였다.
본격적인 의학공부는 바칼로레아에 합격하여 4학년에 진급한 다음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3학년 때까지의 수업내용은 일반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과공부와 함께 군사훈련도 병행되었다.
제식훈련과 총검술, 소총분해결합, 사격술 예비훈련을 매일 실시하였다.
 11월에 있을 지역유지와 지역사령관이 포함된 검열단의 열병 분열식에 대비하여 줄을 맞추어 행진하는 연습을 매일 힘들게 실시하였다.
다행히도 수자폰과 트럼펫이 팔 다리의 기운을 돋구어주었고, 큰 북과 작은북은 심장과 내장의 힘을 돋구어주었다.
매일 매일이 고되었지만 루이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길이었다.
즐겁게 참아내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오전에는 햇빛이 화창하였다.
 동쪽하늘에 작은 먹구름이 하나 걸려 있을 뿐이었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밖이 컴컴해지면서 창문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점점 거세어졌다.
몽펠리에 시내에서 경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미스트랄이 불어오기 시작한 거였다.
선생님의 지시대로 유리창보호 가로막대를 대고 커튼을 치었다.
 바람소리가 창문 틈으로 귀신의 휘파람 같은 굉음을 내며 루이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유리창이 몇 장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학생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책상 밑에 들어가 귀를 틀어막았다.


미스트랄의 피해는 심각하였다.
몽펠리에 거리의 가로수들이 뿌리 채 뽑히어 길가에 널브러져있고 상점의 유리창들은 대부분 깨져서 거리에 흩뿌려져 있었다.
기와가 날라 가서 지붕의 허연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는 건물도 부지기수였다.


학교에서는 3일 동안 저학년들은 길거리 청소에 나서고, 고학년들은 의료봉사를 실시하여 몽펠리에시의 재건운동에 힘을 보탰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고향집에서 쉬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밖에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줄리안이 죽었단다.”
 “네?”
마르세이유의 수병과 사귀는 것을 부모님이 꾸짖자 약을 먹고 자살하였다고 하였다.
 루이의 가슴이 멍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앙시베시의 겨울들판을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환하게 웃던 줄리안의 뽀얀 얼굴이 루이의 머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7월 14일 혁명 기념일에는 시가행진이 있었다.
교복을 입고 각반을 차고 밴드소리에 맞추어 몽펠리에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았다.
길거리의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학생들을 격려해주었다.
어깨가 으쓱해지며 저절로 기운이 솟았다.
작년에 열병 분열식을 준비하며 학교 내에서 하던 행진에 비하면 너무나 기분 좋은 행진이었다.


오후에는 몽펠리에 고등학교와 친선 축구시합이 있었다.
일학년생 전원이 응원에 동원되었다.
경기는 막상막하였다.
루이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였다.
루이네학교가 먼저 한골을 넣었다.
루이네 편은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고,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모두 일어나서 교가를 불렀다.
후반전이 되면서 상대편에서 두 골을 넣었다.
 상대편 골게터가 루이 편 수비수 여러 명을 제치고 볼을 모는 솜씨가 현란하였다.
 루이는 상대편 골게터가 너무나 얄미웠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야, 태클 들어가 태클”
루이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상대편 골게터는 루이 편 수비수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기어이 한골을 더 넣었다.
결국 루이네 학교가 3:1로 지고 말았다.
루이는 분한 마음을 품고 학교로 돌아왔다.
상대편 골게터는 곧 국가대표로 뽑힐 예정이라고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 시험 문제는 ‘진정한 봉사는 어떤 것인가? 이었다.
루이는 수학동아리에서 읽은 퐁슬레의 전기를 참조하여 진정한 봉사는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시켰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시 공병장교였던 퐁슬레는 모스크바에서 나폴레옹이 패퇴한 뒤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혔다.
모스크바에서부터 무려 5개월에 걸친 죽음의 행군을 마친 후에야 포로수용소가 있는 사라토프에 도착하였다.
 포로수용소에서 퐁슬레는 목탄으로 벽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사영기하학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이곳에서 연구한 노트를 바탕으로 후에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사영기하학의 근간을 완성시켰다.
 무한원 원소를 도입함으로써 평행선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양쪽으로 한 없이 펼쳐나가는 직선의 양끝점이 무한원점이라는 한 점에서 만나는 사영기하학이 루이에게는 무척 신기하였다.


4학년에 진급하고 나서야 이전의 생활은 천국에서의 나날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부의 양이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많았다.
또한 실습은 어떠한가?
압박과 긴장의 강도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공부, 실습, 공부, 실습의 강행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졸업을 얼마 앞두고 마지노 요새 견학이 계획되었다.
 졸업여행인 셈이었다.
중학교 때 마지노 요새 건립 성금을 낸 기억이 났다.
이제는 요새가 완성되어 있었다.
일정은 파리와 스트라스부르의 에꼴 드 상떼를 먼저 둘러본 후에 마지막에 마지노 요새를 견학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중부평원을 기차로 가로지르며 루이는 프랑스가 넓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루이가 살고 있는 남부에서는 보지 못했던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리가 가까워지자 멀리 에펠탑이 보였다.
 에펠탑이 보이는 창 쪽으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파리의 군의학교 학생들은 모두 다 세련되고 똑똑하게 보였다.
루이는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자신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외쳤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나는 환자를 잘 치료할 자신이 있다.”


학교에서 기념 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은 다음에 시내관광에 나섰다.
 에펠탑에 올랐다.
2층까지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높은데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층에 다 오르자 파리의 전경이 보였다.
 세느강이 내려다보이고 베르사이유 궁전과 몽마르뜨 언덕도 보였다.
탑 위에서 맞는 바람이 시원하였다.


파리에서 2박을 한 다음에 스트라스부르로 향하였다.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리었다.
스트라스부르는 보불전쟁 후에 독일에게 빼앗겼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다시 되찾은 알자스로렌 지방에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군의학교 학생들은 파리의 학생들보다 훨씬 더 순박하게 보였다.
그러나 실력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배짱이 또랑또랑한 두 눈과 굳게 다문 입에 배어있었다.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념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은 다음에 시내관광을 하였다.
곳곳에 운하가 흐르고 동화 속 같은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은 루이를 압도하였다.
루이는 성당에 들어가 기도하였다.
“하느님, 우리에게 보불전쟁과 세계대전 같은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영원한 평화를 주시옵소서.”


1박을 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에 마지노 요새로 출발하였다.
마지노 요새는 겉으로 보기에는 요새가 아니고 그냥 아름다운 작은 언덕 같았다.
장미덩굴이 터널입구들을 가리고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요새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학생증과 출입증을 교환한 다음 출입증을 목에 걸고 지하터널로 내려갔다.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제한 구역이 많아서 안내장교가 안내하는 곳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지하터널은 규모가 어마어마하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곳만 해도 하나의 도시 같았다.
주방, 병원, 창고 등이 갖추어져 있고 수 백 명이 몇 달간 외부의 도움 없이도 생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요새는 독가스의 공격에도 안전하다고 하였다.
무기체계는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설명해주었다.
대포와 기관총은 물론이고 수류탄 투척기 까지 구비되어있다고 하였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곤경을 교훈삼아 프랑스의 모든 기술력과 국민들의 여망을 결집시킨 결과였다.
루이는 자랑스러움과 든든함을 느끼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불안한 감정도 스며들었다.
상대방이 완벽할수록 더욱더 집요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적들은 우리의 약점을 총력을 다 하여 깨려할 것이다.
예상되는 적들의 모든 수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루이의 우려였다.


루이는 1939년 8월에 에꼴 드 상떼를 졸업 하였다. 16살의 앳된 소년이 22살의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계속

┃꼬릿글 쓰기
육묘법문 |  2016-08-06 오전 9:30: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루이가 졸업을 했군요.
배경은 2차대전이고, 군의관이고, 상떼학교를 졸업했고...
앞에 한국소년들이 나왔었는데, 거길 가 봐야 하겠습니다.
 
짜베 |  2016-08-06 오후 1:21: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예, 그렇게 되지요  
팔공선달 |  2016-08-08 오전 7:53: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더운데 수고 많으십니다. 건필하세요^^  
짜베 요즈음은 점말 덥습니다. 선풍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할 수 없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선달님도 더위를 잘 이겨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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