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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강펀치6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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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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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강펀치6
2016-06-01 오후 6:03 조회 1917추천 2   프린트스크랩

6. 국립 재활병원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일반택시를 탔다.
누워서 들어왔다가 걸어서 나가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병호는 마음속으로 신촌세브란스에 큰 절을 올렸다.


북한산의 보현 봉을 바라보며 택시는 내부순환도로로 접어들었다.
홍지문 터널과 정릉터널을 지나고, 정릉에서 좌회전하여 솔샘 터널을 통과한 다음 혜화여고와 한신대학을 거쳐 국립재활원에 도착하였다.


신관 4층에 입원하였다.
병실은 6인실이고 TV가 있었다.
점심이 나오는데 밥의 양이 많아서 둘이서 나누어 먹었다.
이제 밥을 먹으러 따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앞 침대의 보호자가 풋고추 사온 것을 나누어주었다.
이 병실의 환자들은 모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어느 병원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대답했다.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 왔어요.”
아내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 병원의 하루 일과는 8시에 체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휴게실에 모여 의자나 휠체어에 앉아 줄을 맞추고 간호사가 “오늘은 2014년 12월 00일 00요일입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멘트를 하면 옆 사람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 다음엔 활력 충전시간으로 미소 짓기, 양쪽 볼에 바람 넣기, 손등과 팔 마사지, 치매예방 손가락 맞추기, 단전 두드리기 등을 하고 마지막으로 박장대소가 있었다.
간호사의 “우리 뇌는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가짜라도 웃으면 활력이 증진됩니다.”라는 멘트에 이어서 온 몸을 흔들면서 깔깔대고 웃는 것이었다.
가끔씩 보호자가 차출되어 앞에 나가서 시범을 보일 때도 있었다.
병호도 몇 번 불려나가 환자들에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웃음을 선사했다.
 활력 충전이 끝나면 팔다리 운동부터 시작하여 숨쉬기 운동으로 끝나는 체조가 이어졌고, 다음에는 노래를 불렀다.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에’와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오면’ 두 곡을 매일 불렀다.
 노래가 끝나면 등산놀이가 있었다.
 환자 중에 한명이 백두산에 올라가자고 하면 그 산을 오르는 거였다.
“영차, 영차” 하며 산에 다 오르면 야호 삼창을 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야호를 외쳤다.
휴게실이 떠나갈듯 하고 본관까지 소리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리가 클수록 간호사는 흐뭇해했다.


9시부터 9시 반까지 작업치료, 9시 30에서 10시 까지 인지치료, 10시 30에서 11시 까지 물리치료가 있고 오후에는 2시부터 2시 30까지 자전거 타기, 3시부터 4시 까지 일대일 개인지도인 환자 맞춤형 운동이 있었다.


신관은 복도를 통하여 본관과 연결이 되었다.
신관에서 본관으로, 다시 본관에서 신관으로 한 바퀴 순환을 할 수 있었다.
걸을 수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운동 삼아 몇 바퀴씩 돌곤 하였다.
 병호도 아내와 함께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
본관에서 신관으로 연결되는 복도에 들어선 순간 삼각산의 수려하고 장엄한 풍경이 드러났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위용이 거대한 마법의 성처럼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이 병원에선 외출이 가능했다.
가끔 지인들이 면회 오면 외출증을 쓰고 나가서 청국장이나 들깨 칼국수를 먹곤 하였다.
외출은 주말에도 가능하였다.
병호네는 주말을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병호아내는 10여 년 전 월곡동에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중랑구 묵동의 아파트를 집으로 생각하였다.
 환자가 잘 못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하여 윽박지르거나 무시해도 안 되고 잘못된 사실에 대하여 적당히 동조해도 안 된다고 하였다.
그저 진실을 정성껏 참을성 있게 납득시켜야한다고 하였다.
병호는 이러저러한 사실을 차분히 설명하였다.
 아내가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하는 듯 보였다.
반찬가게와 빵집주인들이 아내의 부은 얼굴을 보고 긴 가 민 가 하다가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화들짝 놀라며 반가워하였다.


토요일에 큰 다툼이 있었다.
 아들 녀석이 3월 7일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결혼 비용으로 8000만원을 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딸애는 병원비 걱정을 하며 결혼비용을 5000만원으로 깎아버렸다.
병호는 그래도 6000만원은 해주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딸애는 요지부동이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던 병호는 그만 앞에 있는 탁자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딸애가 씩씩거리며 나오더니 거실에 깔아놓은 이불을 질겅질겅 밟기 시작했다.
“왜 이불을 밟아, 그건 잘못 하는 거 아니냐?”
“제 맘이에요.”
언성이 높아지자 아들 녀석이 나와서 거들었다.
 “누나는 왜 아빠한테 큰소리야?”
힘에서 밀린 딸애가 밖에 나가더니 소화기를 들고 들어와서 뿌리려고 하였다.
 병호와 아들이 달려들어 뺏었다.
그러자 딸애는 이번에는 부엌에서 칼을 뽑아 양손에 들고 나왔다.
 병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아, TV에서 봤던 그 참혹한 광경이 우리 집에서 벌어지려는 건가?”
무조건 깨갱거렸다.
“아이고 딸애야, 내가 잘못했다.”
병호는 오른손을, 아들 녀석은 왼손을 잡고 간신히 칼을 빼앗았다.
딸애는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 날 이후로 병호도 병원에서 자게 되었다.
그 간 딸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교대로 자기로 한 것이다.
병호는 자기의 행동 하나 하나에 가족의 행, 불행이 달렸다는 사실을 깊게 깨달았다.


병실의 취침은 이른 시간에 이루어졌다.
일일연속극이 끝나는 7시 30분이 되면 저마다 보호자 침대를 펴고 커튼을 쳤다.
누군가가 출입구에 있는 전원버튼을 누르면 소등이 되고,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병호는 담요위에 점퍼를 걸쳐보았다.
점퍼가 흘러내렸다.
 다시 점퍼를 덮고 그 위에 담요를 덮었더니 흘러내리지 않고 훈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10시 경엔가 잠에서 깨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만리장성을 쌓을 것인가?
전에 연구했던 저상버스출입문의 궤적인 아스트로이드를 생각했다.
 병호는 버스출입문의 궤적을 예측하고, 미분을 써서 이것을 증명했었다.
 그런데 미분을 쓰지 않고 하이포사이클로이드를 이용하여 식을 구할 수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큰 원과 작은 원을 그리고 매개변수를 써서 식을 세워나갔다.
이상하게 약간의 차이로 식이 구해지지 않았다.
“그림을 제대로 못 그려서 그런가?”
일어나서 그려볼 수도 없고 그냥 포기할까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다.
3배각 공식을 적용할 때 앞의 마이너스 부호를 빼먹은 것이 드러났다.
 부호를 바로잡자 방정식이 명료하게 구해졌다.
 병호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창가의 환자가 퇴원해서 병호아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창문에서 바로 인수봉이 올려다 보였다.
중턱쯤에 작은 바위하나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저기 두꺼비가 아기를 업고 있어.”


하루는 창문에서 인수봉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가운데 침대의 간병인 아주머니가 물었다.
 “저 산이 무슨 산입니까?”
“네, 저 산은 북한산입니다.”
“그러면 경계가 어떻게 됩니까?”
 “경계라니요? 여기는 수유리고 저기는 우이동 일 텐데”
 “우리 연변에서는 두만강이 경계입니다.”
 아하, 연변아주머니는 북한산을 북한의 산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정월대보름에 휴게실에서 풍선배드민턴 대회가 열렸다.
환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풍선을 여러 개 띄어 놓고 이것을 상대방의 진영에 쳐 넣는 경기였다.
 이긴 팀에는 초코파이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환자들은 앞에 앉고, 보호자들은 뒤에 서서 경기를 하였다.
모두들 사력을 다하여 경기에 임하였다.
반칙도 난무하였다.
결국은 진 팀에도 초코파이를 줄 것을 알고 있는데도 승부욕 때문에 그런지 경기는 과열양상을 띠었다.
 병호아내도 신이 나서 채를 휘둘러대었다.
 내일 사형이 집행되는 사형수도 오늘 두는 장기를 지지 않으려고 싸움까지도 불사한다는 애기를 들었다.
 인간은 현실에 충실한 존재이고 ‘지금의 현실’은 영원히 유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예정대로 3월 7일에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원래는 아들의 대학동문회관에서 식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아내가 아픈 후로 교회로 바뀌었다.
병호는 하객들에게 술을 대접하지 못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가발을 사서 아내에게 씌우고, 의자를 준비하여 앉아서 하객들을 맞이하게 하였다.
식은 넓은 장소에서 많은 하객과 함께 그런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병실에 활기가 느껴졌다.
복도에 ‘재활 응원 글’을 공모한다는 공고가 붙었는데 간호사가 와서 상품이 무척 많다면서 응모해보라고 바람을 넣은 모양이었다.
 모두들 써볼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250자 정도의 짧은 글이라면 병호도 해볼만 하다고 느꼈다.
집에 가서 몇 시간을 생각하며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아내의 강펀치’란 제목의 글을 완성했다.


[ 아내의 강펀치

간병인 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아내가 내려다보며 말한다.
 “여보, 여기 올라와서 자”
좁게 자는 것이 내심 불쌍해보였나 보다.
정글 속에서 비 맞으며 자는 사림들도 있는데 이 정도면 호텔수준인걸 모르나?
잠이 들 무렵 아내의 손길이 느껴진다.
 올려다보니 아내가 침대난간으로 손을 내밀어 접혀진 담요를 펴서 다리를 덮어준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가 3주간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면회시간에 눈 뜨는 것도 고마웠는데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여 5 개월 째 접어든 요즈음에는 나에게 잽과 훅도 날릴 줄 안다.
아내의 손에 맞은 가슴과 배가 간지럽다.

“ 여보 열심히 운동하여 다음에는 내가 깜짝 놀랄 만큼 강펀치를 날려줘 ” ]


다음날 아침 은근히 상을 기대하면서 사회복지과에 제 일착으로 작품을 제출했다.
 발표는 4월 초에 한다고 하였다.


복도 쪽 침대에 새로운 환자가 입원하였다.
보호자인 남편은 병호보다 서너 살 위였다.
 부인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남편은 걷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 2년째 저 지경입니다. 저는 몸무게가 10 kg이나 빠졌고요.”
체념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부인이 아프기 전에는 같이 등산도 많이 했다고 하였다.
북한산을 쳐다보며 그 때를 회상하였다.
 매일 잠이 오지 않아서 소주를 먹고 잔다고 하였다.
병호에게 제안하였다.
 “오늘 저녁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합시다.”
얼마나 반가운 말인가? 그러나 그 자리에 병호의 딸내미가 있었다.
 딸애는 병호를 끌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 써놓은 주의 사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기에는 병원 내 음주가 안 된다고 쓰여 있었다.


딸애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날 저녁에 둘이서 밖으로 나갔다.
 삼겹살에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신세한탄도 하고, 서로를 위로도 하였다.
 얼근히 취하여 병원으로 돌아왔다.
 술 냄새가 났다.
간호사 실을 지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가렸다.
조용히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커튼을 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가 손전등을 켜고 병실에 들어왔다.
병호쪽을 비추는 것 같았다.
 병호는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숨을 죽이고 입을 가렸다.
 “술 먹었다고 병원에서 쫓겨나면 무슨 망신일까? 게다가 딸애의 지청구는 어떻게 견디고?”
 다행히 손전등은 그냥 병실에서 나갔다.


4월초에 재활응원글 결과를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떨어진 거라고들 하였다.
병호는 상을 기대하며 희망에 부풀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초중고 내내 글을 써서 상을 탄 적이 한 번도 없던 내가 참 욕심이 지나쳤지.”


병호아내는 4월10일에 주간재활센터로 병실을 옮겼다.
주간재활센터는 낮 병동이라고도 하는데 잠은 집에서 자고 아침에 입원했다가 저녁때 퇴원하는 시스템이었다.
 낮 동안의 치료는 전과 똑 같았다.
 머무는 장소는 휴게실에 둥근 탁자를 여러 개 놓고, 의자 하나하나에 환자와 보호자를 배정하였다.
 비좁은 장소에 여럿이 모여 있다 보니 가끔씩 다툼도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병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들 싸우시나, 겉으로는 강해보여도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람들이.”


4월 중순에 야외활동으로 난지도로 파크골프를 치러 가게 됐다.
 파크골프는 골프를 단순화 시킨 운동으로 공은 골프공보다 훨씬 크고 채는 드라이버나 아이언 구분이 없이 필드하키 채 비슷한 것 하나만으로 치는 경기였다.
점심은 월드컵공원에서 먹기로 하였다.


11시에 병원 버스로 출발하였다.
 버스가 홍은 동 쯤에 이르렀을 때 병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병호씨 이신가요?”
“네”
 “여기는 국립재활원인데요, 저번에 재활응원글 응모하셨지요?”
“네 응모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글이 우수상에 당선되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하러 오셔야 되는데요. 참석 하실 수 있으시지요?”
“예, 참석할 수 있습니다.”
 병호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몹시 화창하고 월드컵공원과 난지도는 꽃 대궐을 이루고 있었다.
 파크골프 경기에서 병호아내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또박 또박 쳐서 병호보다 더 좋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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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6-06-03 오전 12:12: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 잘 읽었습니다...강펀치..
그런데 왜 지주막 출혈이 있었을까요..골고루 먹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만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4 가지 체질로 태어납니다..그런데 체질을
무시하고 골고루 먹으니 안맞는 음식에 노출되어 평생을 사니 골고루 아플수밖에요..자기몸
의 스타일을 알면 질병을 확 줄일수 있습니다..기객묘식 제 글을 몇편 읽어보세요..  
짜베 고견 고맙습니다. 꼭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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