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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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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착과 승착
2016-05-22 오전 10:44 조회 1883추천 3   프린트스크랩

패착과 승착

첫 판은 수월하게 풀려갔다.
손 따라 고분고분하게 두는 상대 덕에 실리도 충분히 챙기고 세력도 밀릴게 없었다.
 모처럼 쉽게 이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잔 끝내기 외엔 더 둘 곳이 없다고 생각할 무렵 상대가 하변의 대마에 수상전을 걸어왔다.
 이곳은 이미 수상전 예상을 하였던 곳으로 손을 빼도 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무심코 첫 수를 모양의 급소에 치중을 하였다.
 상대방이 한 수를 더 조여 왔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네, 안 될 텐데 왜 이러시나?” 서로 부지런히 한 수씩 조여가자 수상전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 수 부족으로 민기가 패하게 된 것이다.
 “ 아아 이럴 수가 있나, 어떻게 된 건가?” 첫 수를 치중한 것이 패인이었다.
모양을 살피지 말고 그냥 수를 줄였어야했다.
 맥이 탁 풀렸다. 그 좋은 바둑을 놓치다니.

수상전에서는 무조건 상대방 수를 줄여야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두 번째 판을 맞았다.
그러나 이 판은 수상전의 교훈이나 세 수 생각하고 두기 등 온갖 교훈을 다 새겨도 소용이 없었다.
워낙 상대방이 잘 두었다.
안 받으면 꺼림직 하고, 받자니 중복에다 이용만 당하는 곳을 용하게 찾아서 두어왔다.
숨이 턱턱 막혔다. “ 아 얄미운 사람, 이사람 6단 맞아?” 두 번째 판은 손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불계패하고 말았다.

이제 오늘 인터넷대국은 두 판 밖에 남지 않았다.
 H사 인터넷 바둑은 20만원 이상의 사이버머니가 있어야 대국을 할 수 있고 무료 회원은 20만원 씩 하루에 네 번 충전이 가능하다.
 월 초에는 보너스머니라고 천만원정도 공짜로 나누어 주지만 돈 냄새 맡은 내기꾼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와서 순식간에 털어가 버린다.
하루를 버티기가 어려웠다.
사이버머니를 저금해놓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세 번째 상대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아예 상대를 무시하고 하수 다루듯 하였다.
 민기는 침착하자고 마음속으로 계속 다짐을 하였지만 그래도 슬슬 열을 받기 시작하였다.
 “나도 8단까지 올라갔던 사람인데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닌가? 그래 한번 박 터지게 싸워봅시다. 까짓 거 바둑돌이 죽지 내가 죽겠어?”
상대방은 공격적이긴 하지만 약점이 많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상대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대마를 잡았다.
통쾌하였다.
이제 바둑은 끝난 것이다.
대마가 죽자 상대방은 이성을 잃은 듯하였다.
수비는 무시하고 오로지 한 방만을 노리며 무섭게 달려들었다.
그럴수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다.
마침내 민기는 대화창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써 넣었다.
 “ 기권해도 받지 않습니다. 만방으로만 모시겠습니다.”
이제 상대방은 수가 날 곳과 나지 않을 곳도 가리지 않았다.
오직 오기로만 두고 있는 것 같았다.
 민기가 대마를 위협하는데도 손을 빼고 엉뚱한 곳을 두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기는 대마를 포획하였다.
그것이 오버였다.
아무데나 두던 상대에게 속은 것이다.
엉뚱할 것 같던 곳에서 상대방의 묘수가 터졌다.
 패가 나왔다.
 팻감은 먼저 잡힌 상대방의 대마 때문에 민기가 훨씬 부족하였다.
 패를 지면 두 번째 잡은 상대방의 대마가 살아가고 거꾸로 민기의 대마가 잡힌다.
형세 역전이었다.
그저 망연자실이었다.
확실하게 이길 생각을 안 하고 상대방 약만 올리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네 번째 판은 시작하지 말았어야했다.
약속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 판이라도 이기고 싶은 욕심에 민기는 그만 시작버튼을 클릭하고야 말았다.
다행이도 상대방은 별로 실력이 없는 편이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이기고 시원한 마음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는 장고 파였다.
하염없이 시간을 끌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기권하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억울하였다.
 대국 중에 양말을 신고 넥타이를 매고 신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바둑이 엄청 불리한데도 상대방은 돌을 던질 생각을 안 하고 계속 시간만 끌었다.
결국 대국을 종료하고 민기가 34집이긴 것으로 계가가 끝났을 때에는 약속시간에서 이미 40분이 지난 때였다.
“내가 미쳤지, 막판 대국을 왜 시작해가지고 ”
자책과 불안한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뛰어갔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어머님이 어렵게 마련한 선 자리였다.
명문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사법고시에 몇 번 떨어진 후 여러 알바를 거쳐 로펌에 비정규직으로 다니고 있는 민기에게는 상당히 좋은 조건의 상대였었다.

어머님을 무슨 낯으로 뵐까?
나는 왜 바둑을 두는가?
갖가지 상념이 밀고 들어왔다.
정처 없이 걸었다.
 가로수들이 파릇파릇 빛났다,
 발걸음은 어느덧 뒷동산 공원 쪽으로 향했다.
 언덕위에 개양귀비 꽃이 빨갛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등산로는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 놓았다.
숨이 좀 찼지만 아카시아와 느티나무 그늘이 시원했다.
등성이에 올라서니 망초 꽃과 나팔꽃이 한 무더기 피어있었다.
소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그늘을 거쳐서 정상에 올랐다.
눈 아래에는 아파트의 밀림이 펼쳐져있고 간선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가깝게 멀리 낮고 높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사야에 들어왔다.
 깊이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누군가의 카세트에서 유행가 가락이 울려 퍼졌다.
“~ 안동역에서~.” 참새들이 노래를 따라하는지 부지런히 짹짹거렸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배가 고픈 것을 느꼈다.
산을 내려와 순댓국집에 들렀다.
 배를 채우고 달콤한 자판기 커피까지 마시고 나자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는 아직 마음이 안 내켰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가끔 들렀던 동네 기원이 생각났다.

작년에 몇 번 같이 바둑을 두었던 어르신이 앉아계셨다.
 다소 초췌해지신 것 같았다.
 “안녕하셨어요?” “응, 오랜만이군.”
민기는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이길 생각은 하지말자. 그냥 바둑을 즐기고 바른 자세와 예의만 중시하자.
바둑을 두는 중에 어디선가 따스한 눈길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면과 중앙에 중장년층 몇 명이 앉아있고 창가에 한 아가씨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최미숙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임용고시를 단 번에 합격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샀는데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고 학교일에만 몰두하느라 그랬는지 그만 혼기를 놓쳤다.
 집안의 큰 걱정거리였다.
 아버지가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지주막하출혈’ 생소한 병명이었는데 환자 중 삼분의 일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삼분의 일은 병원으로 옮기거나 수술할 때 돌아가시고 나머지 삼분의 일만 살아난다는 응급실 의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미숙의 가슴이 미어졌다.
 “아빠, 빨리 시집가고 효도해 드릴 테니까 꼭 살아나세요.”
다섯 시간의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3주간 눈을 거의 못 뜨고 계시던 아버님은 이후에 조금씩 회복되셔서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거동도 불편함이 없으시고 좋아하시던 바둑도 두실 수 있게 되셨다.

친구에게서 온 전화를 받느라고 잠시 나갔다 왔더니 아버지 앞에 한 청년이 앉아있었다.
누군가를 닮았다
. ‘송지헌’ 작년에 미숙이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이었다.
 교내 산수경시대회에서 우승하고 태도가 단정하며 미숙이가 아끼던 제자였다.
 청년은 단정하면서도 깊은 고뇌에 잠긴 듯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청년이 주위를 둘러보자 미숙은 얼른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미숙의 가슴이 차츰차츰 따뜻해지기 시작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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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6-05-22 오후 9:20: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승과 패.....
단락을 한번 끊어서 올려 보시면 어떨런지요!  
짜베 안녕하십니까? 글에 관심을 가져수셔서 고맙습니다.
단락을 끊어 올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칸을 더욱 뛰우라는 말씀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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