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보은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보은
2016-05-19 오후 3:24 조회 2264추천 5   프린트스크랩

報恩

산문 밖이 소란하였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신스케님이 어성기에서 이기셨습니다.”
성내에 나갔던 이노우에 신따로가 숨이 턱에 닿을 듯 달려와 외치는 소리였다.
 "음, 신스케가 해냈구나. ”
 야스이 신이치는 법당으로 향했다.
법당안의 목단함을 열었다.
안에 기보가 한권 있었다. 겉표지에 피가 묻어있었다.


호방서리 김찬우는 퇴청을 앞두고 있었다.
여러 가지 쌓여있던 일을 마무리하여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열흘 전 일이 생각났다.
형방부친의 문상자리에서 이방과 바둑대결을 펼쳤었다.
 찬우가 두 점을 붙이고 시작하여 어슴푸레 날이 밝아올 무렵에는 이방이 찬우에게 석 점을 붙이는 사태로 까지 발전되었다.
아무래도 밤을 새다보니 체력전이 된 셈이었다.
그 날 이후로 바둑을 두지 못하고 있다. 현청에 붙은 방 때문이었다.
관직에 있는 자로서 바둑을 두다가 적발되면 碁島에 삼일 간 유폐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열흘 동안 이방은 찬우만 보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현청 문을 나서려는데 형방이 불렀다.
책을 한권 주었다.
조카가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구한것이라고 하였다. 현현기경이었다. 찬우는 뛸 듯이 기뻤다. 정말 갖고 싶은 책이었다.


흥인지문의 경비가 삼엄하였다.
얼마 전에 북촌에 도적떼가 출몰하였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수문군뿐만 아니라 포도청의 기찰포교까지 가세하여 행인들의 짐을 모조리 검색하고 있었다.
찬우도 짐을 풀었다.
기찰포교의 눈이 현현기경에 머물렀다.
책을 넘겨보던 기찰포교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 이놈을 묶어라.”


삼월인데도 강바람 때문인지 碁島의 밤은 상당히 추웠다.
움막에서 웅크리고 밤을 보낸 찬우의 몸은 전신이 뻐근하였다.
나뭇가지를 주워 북두칠성검법을 수련하였다.
어릴 때 흥국사의 원혜 스님으로부터 배운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수련하는 검법이었다.
이마에 땀이 밸 무렵 아침 해가 떠올랐다.
멀리 천마산이 안개위에 떠오르고, 압구정의 살구꽃들은 아침 햇살에 더욱 붉게 빛났다.
강변에 지천으로 깔린 벌금자리 나물을 된장에 무쳐서 먹었다.
 벌금자리 잎들이 오도독 오도독 터지면서 고소하고 신선한 향내가 입안에 가득히 퍼졌다.
 무심코 목멱산을 올려다 보았다.
 봉화가 한 줄기 올라가고 있었다. 이어서 또 한 줄기, 봉화는 마침내 다섯 줄기가 되었다.
 대 변란이었다. 찬우의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하였다.


한양성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왜군이 곧 한강을 넘어올 것이란 소문이 돌고 거리마다 피난민들이 넘쳐났다.
 도원수의 이름으로 방이 붙었다.
 한강을 방어하기 위하여 결사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찬우는 집에 간직하고 있던 창포 검을 들고 결사대에 지원하였다.


말죽거리 부근에 왜군의 보급막사가 있었다.

결사대는 저마다 화약통을 품에 안고 은밀히 막사에 접근하였다.


화광이 충천하는 가운데 찬우는 어둠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피하고 있었다. 나무그늘 사이로 달려가는 찬우의 앞길에 횃불을 든 왜군 세 명이 나타났다.
 대풍격검을 써서 맨 앞의 왜군의 목을 쳤다.
이어서 비연수로 오른쪽으로 돌며 두 번째 왜군의 명치를 찔렀다.
칼을 수습하고 숨을 고르는 찬우에게 세 번째 왜군이 칼을 빼들고 공격해왔다.
 찬우는 일보일검수법으로 거리를 좁힌 다음 붙임수로 상대의 칼을 감아 들이고 손목을 창포 검으로 그었다.
상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목을 찌르려고 검을 겨누는 순간 상대의 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횃불이 떨어진 물건을 비추었다.
棋譜였다. 기보 옆에서 젊고 창백한 왜군의 얼굴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찬우는 검을 거두고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야스이 신이치는 개성을 지나는 동안까지도 말과 식욕을 잃었다.
죽거나 포로로 잡힌 조선군만을 보아 왔던 야스이에게 그날 밤의 사건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야스이는 모리 요네쓰구 장군의 시종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다.
회계를 담당하였다.
모리 장군이 처음 절에 오던 날 뜨거운 차를 주지스님이 대접하였다.
 그 찻잔에 벚꽃 잎이 세 장 들어있었다.
꽃잎을 피해가며 천천히 차를 마신 모리에게 그 꽃잎은 급하게 절에 도착한 모리 장군을 염려한 야스이의 배려였다는 것을 주지 수님이 말해 주었다.
그날 이후로 야스이는 모리장군의 바둑 사범이 되었다.


평양성에 다가갈 무렵 야스이가 모리 장군에게 청을 하였다.
“ 장군님, 검을 배우고 싶습니다.”
“ 호오, 그래? 검을 싫어하고 바둑만 좋아하던 자네가?”
모리 요네쓰구의 머릿속에 강심류의 엔도가 떠올랐다.

엔도는 오직 한 수만 가르쳐주었다.
‘혼 채우기’ 였다. 목검을 땅에 찌르고 소도자세로 쪼그려 서서 온 힘을 다하여 검에 혼을 채우는 거였다.
다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이마에 땀이 비오듯 흘러도 혼은 반에서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평양성에서 패퇴하고 한양성에 당도할 무렵에야 야스이의 검에 혼이 반쯤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


모리 장군이 전사하였다.
행주산성에서의 첫날 패전에 우키타 히데이에 사령관의 엄한 꾸중이 내려지자 다음날 맨 앞에서 독전하다 수많은 화살을 맞고 절명한 것이다.
 야스이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참변이었다.
전쟁이 싫어졌다.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남쪽으로 후퇴하는 왜군들은 기력도 사기도 형편없이 저하되어있었다.
식량 보급이 시원찮아 항상 굶주리고, 조선 의병들의 잦은 기습으로 하루도 마음 편히 쉬는 날이 없었다.


상주를 지날 때였다.
길 가에 한 여인과 아기가 앉아있었다.
피난 가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듯하였다.
왜군 특공대 조장 한명이 다가가 칼로 여인을 베었다.
이어서 아기까지 해하려하였다.
“ 멈춰라.” 야스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특공 조장이 돌아다보았다.
새파란 젊은 놈이 소리치고 있었다.
오전에 조선 의병들에게 부하 두 명을 잃은 특공조장은 울화통이 머리끝까지 뻗쳤다.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야전에서 힘들게 싸울 때 진중에서 편안히 붓대나 놀리는 애송이가 뭐 나에게 명령을 해? 네 놈 목은 아니더라도 귀때기 하나쯤은 접수하고야 말테다.
 악을 쓰며 외쳤다.
“ 건방진 놈, 칼을 빼라.”
야스이가 칼을 빼들었다.
특공조장이 칼을 상단으로 쳐들고 있는 힘을 다하여 야스이의 귀를 향하여 내려쳤다.
 “ 챙그랑.” 칼과 칼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특공조장은 바위를 내려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
 팔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 져 졌다.”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야스이를 또릿또릿 쳐다보고 있었다.
 야스이는 아기를 안았다.
큰 멍울 하나가 가슴에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 팔 다리로 퍼져나갔다.
야스이는 아기를 안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었다.

┃꼬릿글 쓰기
youngpan |  2016-05-19 오후 8:49: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호!!임진왜란?이 배경인가요...  
짜베 |  2016-05-19 오후 10:32: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너무 짧은 글이라 죄송합니다.
무언가 시작될것 같다가 끝나서 친구가 아쉽다고 하더군요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