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0만의 중소도시.

작은 도심을 전차가 자동차와 함께 달리고 있는 도시.

한 때 일본 아이치현에서 나고야 다음의 두번째 도시였지만 몇년전에 자동차왕국 토요타에게 2인자 자리를 내어 주고 조용히 저물어 가는 쓸쓸한 도시.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토요하시시(市)이다.

쓸쓸함은 몸으로 느낄수 있다.

역앞의 번화가를 한 발짝만 꺾어 들어가면 통행인이 거의 없는 상점가로 이어진다.

낮에 본 풍경이지만 밤풍경도 그리 다르진 않을것이다.

그런 도심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의 변두리에 우리집이 있다.

아, 실례.

주제넘게 우리집이라고 하다니...

일본에서 집을 한 채 장만할려면 보통 3,4천만엔 정도이다.

장소에 따라서 차이가 크겠지만 도심이 아닌 일반 주택가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한달에 5만엔 정도를 꼬박꼬박 내고, 일년에 두 번 보너스때 20만엔 가량 더 내고...그렇게 35년 걸려서 갚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 35년후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일생을 집 한 채만 바라보고 살아 왔으므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때론 아내로부터 「나 자유로워지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2층짜리 집이 한 채 손안에 있지만 자식들이 떠나 버린 텅 빈 공간에 홀로 남아 있으면 일생 무엇을 했는지 회의감과 함께 때론 2층 창문을 열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잔디흙향기를 코끝에 느끼기도 한다.

대개 1층은 거실과 식당, 욕실, 화장실, 그리고 안방 하나이다.

2층은 방 세 개에 욕실과 화장실.

이런 형식을4LDK-4(방 넷),리빙(거실),다이닝(식당), 키친(부엌)-라고 한다.

그러면 집을 사지 않고 월세로 생활하는 경우는 어떨까?

별반 다르지 않다.

역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3LDK의 민간아파트가 8만엔에서 12만엔정도일것이다.

집을 한 채 짓는 것이 더 싼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집을 짓지 않고 비싼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민간아파트는 월세가 비싸기 때문에 국가나 현, 또는 시에서 아파트를 지어서 싸게 대여를 해준다.

월세가 싸므로 경쟁율 또한 치열하다.

이런 경우 우선순위가 있는데 첫째가 가족수이다.

10여년전 도심에서 20분 떨어진 물 안좋고 공기좋고 교통불편한 이곳에 현영(県営)신축주택이 완공되었을때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었다.

오사카에서 몇 년동안 신청했어도 한 번도 걸리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단 한 번 만에 그것도 신축이 걸린것이다.

월세는 수입에 따라서 내므로 처음 2년동안은 최저월세 2만 5천엔이었다.

일반 아파트라면 8만엔급의 아파트이다.

20여년전부터 1호동, 2호동, 3호동... 그렇게 호수를 늘려가더니 지금은 9호동까지 600여 가구가 입주를 해 있다.

주위는 논밭이고 300미터뒤에는 높지는 않지만 깊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2,30년 이내에 대형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0%이상이라고 학자들이 입을 모아 개골대는 바람에 아파트도 우리 호동부터는 진도7의 강진에도 견딜수 있는 구조로 지었다고 한다.

바닷가와도 거리가 멀므로 집안에 있는 한 안심이다.

회사는 하마마츠(浜松)현 하마나코(浜名湖)라는 호수같은 바다옆이다.

주위 지면이 해발 1미터란다.

쓰나미가 오면 도망칠곳도 없다.

그래서 일마치면 곧장 산길로 집으로 온다.

아이들에게도 집안에 있으라고 했더니 이 놈들이 학교도 가지 않고 방안에서 게임만 하고 있다.휴우...

 

아이들이 어릴때였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집안에 벌이 들어 왔다고 한다.

주위환경이 시골이긴 하지만 신축인데다가 6층이나 되는데 벌이 날아 온다는건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파리 모기도 보이지 않던 때였다.

물어보니 2층 침대의 연결구멍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전부터 쓰던 2층침대를 분리해서 두개를 나란히 쓰고 있는데 상하를 연결하는 네 모서리 둥근 나무기둥에 직경 1센티정도의 핀을 박는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작은 구멍속에 들어갈 정도라면 힘도 별로겠구나 생각하고 연습장을 찢어서 덮고는 주위를 비닐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한 시간쯤 잠을 즐기고 일어나니 구멍을 막아놓았던 연습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빨로 종이를 제법 예리하게 잘라 놓았겠다.

독안에 든 쥐를 놓친격이라 자신을 질책했다.

다음 날 집에 오니 또 벌이 들어왔단다.

이번에는 연습장을 두겹으로 하고 연습장위에도 전기절연용 비닐테이프로 십자가를 만들어 붙여 주었다.

완벽하다.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맥주하고는 한시간정도 죽은체 하고 있다가 일어났는데, 요것보게?

어제와 똑같이 한가운데에 이빨로 자른 흔적과 함께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놈은 햄버그를 한가운데서부터 먹으라고 해도 먹겠구나...

별걸 아닌걸 부러워하는데 마침 창가에 그 놈이 붕하며 들어 왔다.

일본말로 스즈메바찌라고 불리는 큰 말벌이었다.

침대구멍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파리채를 찾았다.

놈도 사태를 짐작했는지 의외로 빨리 나왔다.

창밖으로 날아 도망가는 놈을 취권에 휘둘렀더니 운좋게 제대로 맞았는지 방바닥에 떨어졌다.

방은 다다미방이었다.

세게 내려쳐서 내장이라도 터지면 닦기가 여간 귀찮은것이 아니라서 파리채의 길이와 무게를 고려한 모멘트계산을 하면서 내장이 터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치명타를 서너번 내리쳤다.

회심의 웃음을 입가에 짓고는 악어의 눈물을 흘릴려고 하는데, 아, 이 놈이 갑자기 빼앵하며 날개짓을 하더니 저공회전비행으로 이륙을 시도하는게 아닌가?

원을 그리면서 날아 오르는 놈을 향해 또 다시 취권을 날렸는데 이번에도 정통으로 맞았다.

용서할수가 없었다.

아까보다 가중처벌된 힘과 횟수의 매타작을 했다.

설마 이번에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는데 참 모정이 독살스럽기도 하지.

또 다시 날개짓을 하더니 팽이처럼 제자리돌기를 시작했다.

나는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내장이 터지지 않게 치명타를 날렸다.

놈의 눈이 만화에 나오는 스파이어럴 스프링처럼 된 것을 보고서야 매를 멈추었다.

여지껏 이 눈을 하고 살아 난 놈은 못보았기 때문이다.

팃슈로 수의를 해 입히고 서비스로 이쑤시개를 몸속 어딘가에 깊숙히 찔러 넣어 드렸다.

아아... 위대한 모정이여.

다음으로 손 볼 놈이 있었다.

침대 구멍속에 후래쉬를 비춰보았으나 속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부사정을 전혀 알 수가 없었으므로 유비무환이라고 알콜을 한 방울 먼저 떨어뜨렸다.

알콜도수 5%인 맥주 한 캔 마시고 어른 인간이 한시간동안 죽은체를 해야 했는데 순도 100%알콜속에서 헤엄을 칠 정도이니 어떤 놈이 살아 있으랴.

이쑤시개를 넣었으나 의외로 구멍이 깊었다.

꼬지용 긴 대나무 막대로 구멍속의 물체를 모두 꺼집어 내어 현장확인을 한 나는 아연했다.

벌의 애벌레 한 마리에 비슷한 크기의 하얀단백질덩어리로 된 벌레가 열마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레들은 모두 살아 있었다.

말벌의 독침을 맞고 마취상태이기는 했으나 모두 조금씩 꿈틀거렸다.

순간 나는 냉장고같은 복잡한 기계를 만든 인간이 얼마나 멍청한가를 깨달았다.

마취시키면 간단한 것을...

자기 몸의 열 배를 애벌레동안에 먹어치우는 벌의 애벌레.

로얄가의 식단은 미천한 한 인간의 턱을 5센티쯤 아래로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