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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 3화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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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의눈 소돔의 벤치에 앉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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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 3화
2015-01-15 오후 7:25 조회 4636추천 6   프린트스크랩



마당 한 쪽 구석에는 오랜만에 허기진 배 속에 들어부은 막걸리로

금새 취기가 오른 아랫동네 한량들끼리 윷판이 벌어졌다.

기골이 제법 장대하여 힘깨나 쓰는 삼식이는

형구네가 들락거리는 부엌쪽을 흘끔거리며 윷을 던진다.

눈썹이 짙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키가 훤칠하여

동네 처녀들이 마주치기라도하면 유난히 수줍은 내외를 하는데

무슨일인지 삼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있었다.

 

"자.자~ 어디보자 한 모에 개라..

그람 개로 모태가꼬.. 모로..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요로코롬 달립시다!"

천수성님! 어찌요!"

 

"이누무 화상은 각시도 읍는 놈이 왜일케 엄브는 것을 좋아 혀!

아.. 이 말을 먼저 모로 내빼고..글고 개는 새로 달으야지,

자슥아 맨날 엄브다 잽히서 항꾼에 깨꼬락지 되먼

어느 멩년에 한 놈이라도 나보냐 이런~ 진장헐!"

 

천수의 타박을 듣는둥 마는둥

삼식이의 술이 불콰하여 벌개진 눈은 연신 형구네를 쫒으며

지난 늦가을 동리 뒷산 재넘이에서 만났던 일을 상기한다.

화전에 심은 배추를 뽑다 밭둑에 앉아 배추꼬랑지를 낫으로 깍아 먹던 삼식이는

전부터 오가는 것을 눈여겨보던 형구네가 멀리서 방물을 이고 오는 것을 보더니

소나무 뒤에 숨었다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건넨다.

 

"거~ 물견 쪼까 봅시다!"

 

"오메 사슴이야!! 사람 간 떨어지게 기척도 읍시...

 

형구네는 깜짝 놀라 한 발 짝 물러섰다가

 

아랫마을에 놉일을 갔다가 몇 번 본 기억이 있던 삼식이임을 알고

말투가 사근해진다

 

"그나이나 여그서 뜬금없이 머슬 살 거시 있다요?"

 

"동동구리무.. 흐흐

우리각시도 주구장창 발르다보믄 임자처럼 이뻐질랑가 혀서..흐흐흐

 

"참말로 오살을 허네..임자는 누가 임자여!

글고 각시도 없는 남정네가 구리무를 먼 소양이 있다고..."

 

"허어!~ 임자가 나가 각시 읍는 것도 알고이~

발씨로 말 좀 찔러봤던개비 흐흐

우리 글지 말고 여그는 보는 눈이 있을랑가 모른께 저짝에 가서 얘기 잠 합시다."

 

하고 슬그머니 이고 있는 방물을 잡느라 비어있던 형구네 허리춤을 안아 잡아 끄니

 

화들짝 놀라 얼굴이 발그레진 형구네는

후다닥 길을 재촉해 나서면서 삼식이에게 쏘아댄다

 

"오메오메! 임병 났던개비 이게 먼 재랄이여 시방!"

 

멀어져가는 형구네의 실룩거리는 뒤태를 보며 삼식이가 소리친다.

 

"임자!

돌아오는 날 기별 넣어 주소 내가 여그서 기다리고 있을 팅게 흐흐흐."

 

형구네는 콩닥이는 가슴을 진정하고 한참을 가다가 고개 끝자락에서 슬며시 돌아보니

그 때까지도 삼식이는 멀리서 형구네를 보다 손을 흔들었다

 

' 호랭이 물어갈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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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조용히 |  2015-01-16 오후 3:12: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기성작가보다 문학적소양이 훨씬 풍부하신것 같네요!  
BROVO |  2015-01-17 오후 10:33: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수한 사투리가 향토색이 물씬 풍기고 글 솜씨 좋습니다. 초상난 집에서 윷판 벌인다는 발상도 흔한 일은 아니니 예사롭지도 않고 시쳇말로 삼식이 노총각과 형구네가 조만간 썸을 탈 것도 같은 구도가 딱 맞아떨어지니 100 점 푸짐하게 드리고 다음 회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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