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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 2화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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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의눈 소돔의 벤치에 앉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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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 2화
2015-01-09 오후 10:30 조회 4757추천 6   프린트스크랩


 

가루를 내어 시루에 앉힐 멥쌀을 재고, 밥을 하고,

전을 부칠 호박과 나물들을 손질하느라

황부자댁 식솔들과 동네 아낙들이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 대 숲 아래서 국밥으로 만들 돼지를 잡는지

꾸웩 꾸우웩~~멱타는 소리가 처연하게 들리는데

부엌 뒷문 쪽으로 통하는 뒤안 마당 한 켠에는

아궁이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 장작불을 지피고

그 위에 올려진 커다란 무쇠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잡은 돼지를 기다리는 듯하다.

대청에서는 상주인 황주사가 초혼(招魂)을 하느라 곡(哭)을 하고

소반에 놓여진 사자밥(使者飯)과 대문에 걸린 짚신도 보인다.

 

시어머니를 여의고

이제부터는 안살림을  도맡아 고방열쇠를 쥐게 될 황부자댁 며느리는

항시 보이는 그 냉랭한 표정으로 집 안팎을 돌며 일하는 것을 둘러보다가

부엌에 들어서서 마침 화덕 위에 소댕을 걸어 적반을 부치고 있던 

입이 불룩해진 관촌댁을 흘깃 보더니

가마솥 머리에서 눈처럼 흰 쌀밥에 주걱질을 하고 있던 행랑채 순애에미에게 말한다

 

"순애야!

젯상에 올릴 음석들은 맹글먼서 정성이 있어야 허는디

자발없이 먼저 입에 넣는 거 아니니 일손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게!"

 

"아이고  마님 여부가 있습니까요!"

 

순애에미로 불렀던 호칭도 시어머니가 부르던대로 '순애야~'로 바뀌었고

순애에미도 엊그제만해도 아씨마님이라 칭하던 것에서 아씨를 뺐다.

흠찟 놀란 관촌댁은 입을 옹~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님이 돌아서자 딸꾹질을 시작했다.

성수와 동네 아이들 몇몇은 어느새 마당에 몰래 들어와

돼지기름냄새 동한 부엌을 기웃거리며 허기진 배를 움켜 잡고 제 에미 눈치를 봤고

성수를 본 북월댁은 '이눔 자석 언능 못 가 있냐?' 하는 듯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뜨리며 손사래로 쫓아내고는

행여 이 와중에 마님이 다시 오실까 조심스레 두리번거린다.

 

 

 

 

뉘엿 뉘엿 해가 지고 밤이 이슥해지자

마당 곳곳에 횃불이 켜지고

벌써 손님들이 왁지지껄한 가운데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에 국밥을 들면서 먹는 값을 하느라 고인의 덕담을 한다.

 

"노마님께서 택일을 정말 잘 허시었네!

요잠같은 보리고개에 배창시가 들러붙게 생긴 우덜을 이케 믹일라고 가싰는가벼~"

 

"하이고~ 말 마소!

하메 4.5년 됐으까? 쩌그 정자 우그 소낭구재서 땔감 헐라고 솔가지를 갈퀴질 허고 있는디

마침 노마님이 일가 댁을 댕기오시던 길이었던 가벼.

날 보시드만 '허서방 요즘 곡기는 찰 챙기는가?' 허고 물으시는디

아 가끔 이 집 심바람 허니라고 멫번 들락거리는 것을 보시고

어찌 지 이름을 다 아시는가 혔당게?

어찌나 황송히야지!~..

글더만 옆에 순애아범한티 일러서 노자허시던 양석 남은 것을 전부 주시드라고..

참말로 그 때만 히도 정정허시던 양반이 어찌 이리 돌아가싰으까이~

존 디로 가시야헐 판인디..."

 

"아먼~ 극락왕생 허실꺼구만!~"




 

┃꼬릿글 쓰기
곰소가는길 |  2015-01-12 오전 8:50: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존글 많이 올려주세염.  
BROVO |  2015-01-13 오후 12:37: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옛날 그 시절 초상 집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기분이 야릇합니다. 다음 편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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