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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은장미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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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달 19로 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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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은장미
2013-05-29 오후 2:48 조회 15289추천 11   프린트스크랩

벌레먹은 장미.
1.

친구를 만나러 갔으나 친구는 지방출장중이라 했다.
들고 갔던 과일을 친구의 아내에게 건네고 돌아섰다.
“화곡동 에서 응암동이면 그래도 꽤
먼 길 오셨는데 헛걸음 하셨네요. 차라도 한잔
하고 가세요, 하기야 태희 씨가 언젠 전화하고 오셨나?“
아까부터 빽빽 울어대는 어린애를 업고 설거지를 하던
그녀가 주전자에 물을 받아 가스렌지에 올리고 불을 켠다.
착 차르르
절묘한 시간차로 불이 붙는다.
흡사 예술이라 할만하다.
“어떻게 드세요?”
그녀가 커피 병의 뚜껑을 열면서 말한다.
“아메리칸 스타일 어때요?”
“그냥 다방스타일로 타주십시오”
“사실은 저도 그거밖에 몰라요.”
그녀가 다시 배시시 웃는다. 남의 마누라지만 웃는 모습은
섹시하다고 해줄만 하다.
두 잔 커피가 식탁위에 놓인다.
어린애는 이제 울음을 그치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곧 잠이 들 모양이다.
“자기 전엔 맨 날 이래요, 잠투정이 심하죠.”
마침내 아이의 고개가 꺾이고 그녀는 거실 한쪽에
포대기를 깔고 아이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종교적인 행사를 하는 것처럼 매우 조심스럽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이 애가 예민해서 그래요,”
“커피가 맛있는데요,?
내 의례적인 인사에 그녀가 황송해 한다.
“커피 잘 못타는데, 경수 씨는 직접 타서
마시거든요, 내가 타주는 건 맛없다고,“
이정도의 맛 일줄 알았더라면 나도 직접 탔을 것이다.
“요새도 무협지 쓰세요?”
“아뇨 방송국일도 가끔 하고 바둑티브이 대본도 쓰고  만화스토리도 쓰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씁니다.”
“소설은 안 쓰세요?”
“써야죠.”
멋쩍게 웃는다. 정말 멋쩍다.
“글을 쓰시려면 많은 작품을 읽으시겠네요?”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많이 읽어야죠, 원래
천 권 읽고 한 권 쓰라고 합디다만,“
“일본소설도 읽으세요?”
난감한 질문이다. 갑자기 일본소설을 말한다.
“가와바다 야스나리, 미시마유끼오, 오오에겐쟈부로, 무라까미 하루끼
무라까미 류. 다자이 오사무 뭐 그 정도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작가들의 특징은 탐미적이면서 섬세하다는 겁니다.
일본사람들의 국민성과도 연관 있겠죠. 영화도 그렇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이 굵고 투박하다면 일본사람들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것 그 정도 밖에 몰라요.“

“오겡끼 데쓰까”

그녀가 일본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 낸다. 아이가 깜짝 놀라는 듯
하더니 다시 잠이 든다. 철도원의 한 장면이었던가, 아리송하다.

“일본 소설이 좀 리얼하지 않아요?”

“그런 셈이죠, 영화만 봐도, 목이 잘리고 배를 가르고
끔찍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죠.“

“그런 거 말고요.”

그녀가 곱게 눈을 흘긴다.

“어떤 거요?”

그녀가 험험 하고 목을 가다듬는다. 나는 기다린다.

“레이코는 타는 듯한 갈증으로 다께오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께오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꽃잎을 헤치고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파르르 떨었다. 다께오 넣어줘 어서..
마침내 다께오가 자신의 몸 일부를 레이코
안으로 밀어 넣는다...이런거요“

무지하게 황당해진다. 정말 무안하다. 아무도 없고 아이만
쌔근쌔근 잠들어있는데, 이 여자 정말 황당하다.

“이런 거 말이에요, 태희씨도 그런 거 한번 써 봐요
제목은 제가 정해드릴게요 벌레먹은 장미. 너무 멋지다. 호호호”

더욱 민망해진다. 나는 남아있던 커피를 홀짝 마시고는 일어선다.

“어머 태희 씨 당황하셨나봐?”

“당황하긴요 참내 내가 그렇게 순둥이로 보입니까?

사실은 엄청 당황했다.

“경수씨 오면 왔다갔다고 전해 드릴게요.”

그녀가 현관문을 따주고는 대문 밖까지 배웅한다.

“과일 잘 먹을게요. 밤길 조심하세요.”

돌아보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머릿속에서 언젠가 읽었던 낯 뜨거운 글이 떠오른다.
제목은 벌레먹은 장미로 각색하고 그녀를 위해
한편의 소설을 쓴다면..

나는 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친구는 없었다. 친구의 마누라가
혼자서 마루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치마 속으로 하얀
팬티가 보였다. 나는 치마를 올렸다. 친구마누라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나는 팬티를 내렸다.
친구마누라는 자는 척 했지만 안 자는걸 알 수 있었다.
한참동안 그녀의 알몸을 바라보던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서둘러 바지를 내리고.. 이하생략..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서 일본인과 에로스라는
책을 삼십분쯤 들여다보았다. 사지는 않았다.

2.

[돈이 안 돼는 미친 짓]을 하는
[얼빠진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경수가 온다.

“아이고 홀아비 냄새야”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너스레를 친다. 짜증나는 녀석.
하지만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봉지는 반갑다.
맥주 열병과 오징어 두 마리다.
이 친구는 언제나 일방통행이다.
내 기분에 관계없이 자기가 먹고 싶으면
술을 사가지고 와서 먹고 간다.
위로 차 온다고 하지만 정작 녀석은 내게서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
잔이 채워지고 오징어가 구워지고 땅콩껍질이
벗겨진다.

“자 마셔 임마.”

“너도 마셔 임마.”

“임마, 임마, 하지 마 임마, 말하는 임마는 어떤지 몰라도
듣는 임마는 기분 나빠 임마.”

“알았어, 임마.”

한 잔씩 들이킨다. 그리고 녀석이 입가를 닦으면서 말한다.

“여자 생각 안 나냐? 야 나는 일주일 대구출장 인데도
혼자 잘려니 깐 원 그 생각이 나서 잠이 와야지,
자갈마당에 가서 한 따까리 하고 왔다.“

“미친 새끼 마누라가 알면 좋아 하겠다.”

“알면 죽음이지, 참 너 나 없을 때 우리 집에 왔었다면서?”

“응 커피한잔 마시고 왔다.”

“우리 마누라 심심할 텐데 좀 눌러주고 오지 그랬냐.”

“미친놈 진짜 눌러주면 나 죽인다고 부엌칼 들고
찾아다닐 거면서.“

“하하하 우리 마누라가 너 억수로 순진하다 카더라.
야한 농담을 했더니 얼굴이 벌개져서 허둥지둥 갔다면서,
하하하“

“아냐 임마”

녀석이 오징어를 찢어내면서 한마디 한다.

“너 자위라도 하냐? 안하지? 너 죽으면 화장하라고 해라
왜 수도승들 화장하면 사리나오잖아, 그게 정액을 참으면
사리가 된다, 카드라. 너도 웬만한 스님보다는 더 나올걸.
가끔가다 바람나면 죽자 사자 하지만 요새 한 일년 조용
하잖아. 사리가 나오긴 나오겠지, 시커먼 도둑사리 으하하하“

오징어처럼 내 가슴도 찢어진다. 복장을 긁는 구나,

녀석이 내가 함부로 구겨버린 파지를 펴서 소리 내 읽는다.

“내 마음깊이 잠식한 절망은 암세포처럼 퍼져서
이제 나는 희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게 뭔 개소리 야, 이렇게 어려운거
쓰지 말고 차라리 고전적인 최 불암 시리즈를 쓰는 게 어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한 너희들이여
부디 이 어설픈 글쟁이를 내버려 두라.
삶에 충실하고 자기 몫의 생활에 만족하는 너희여
부디 이 불쌍한 중생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천형이러니, 어쩔 수 없는 천형이러니
보기엔 우스꽝스럽고 한심해 보여도
나는 또 나대로 지고 가는 나만의 십자가가 있느니.
내 사념의 허리를 자르면서 친구의 음성이 들려온다.

“힘내 임마, 대기만성이라 잖 아.”

병 주고 약 준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묘하다.
유치한 걸 알면서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렇게 풀죽을 거 뭐있냐, 왜 있잖아 여자의 남자
쓴 그 작가 김한길 이던가? 그 양반처럼 너도 베스트셀러
내면 어여쁜 탤런트 데리고 살수 있고,
솔직히 그 양반 보다야 인물로 보나 말발로 보나 태희 네가 났지“


“염장을 제대로 지르는 구나, 죽으라는 거냐. 위로라고 하는 거냐.”

“진심이야”

“차가져 왔지 ? 술이나 깨고 가”

“술 마시러 오는데 차가지고 오겠어?, 택시 타면 돼”

“5호선 한번이면 가는데 택시비 아깝다.”

“적절한 소비는 나라경제를 활성화 시키지.”

그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그의 비유가 적절한가를 생각한다.
얼마나 큰 그릇이기에 50년을 채우고도 아직도 더 채워야
하는 것이냐, 평생 채워도 못다 채우는 큰 그릇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대기만성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 맥주병과 땅콩껍질을 치운다.
그리고 담배를 피워 문다.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탈색 되면서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린다. 이명이다.

---그리곤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의 행렬이
내 넋 속을 줄지어 가는 구나, 희망은 꺾여 눈물짓고
잔인 난폭한 고뇌가 내 푹 숙인 두개골위에
검은 기를 꽂는다.----보오들레르의 시 음울 의 끝 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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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박나라 |  2013-05-29 오후 7:28: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셨네요^^ 기다리는 독자분들이 많으세요!!! 감사합니다(__)  
황악산인 |  2013-05-29 오후 8:24: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갈마당에서의 한따까리라..흐흐 암튼 오로 에서는 읽기가 아까운 글 같군요.  
바람마음 |  2013-05-29 오후 8:38: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주 오시길 ㅎㅎ  
철권미나 |  2013-05-29 오후 8:48: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작갈쎄  
철권미나 모하누
철권미나 오겡끼 데스까 ~ 러브레터하고 철도원은 눈 내리는 풍경이 비슷하니깐 머..
팔공선달 |  2013-05-30 오후 12:23: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은 소식이 감감한 분이 이런 마음을 대패질에 대패질을 해서 아주 가늘고 예리하게 깎아서 우리의 무디고 거칠어진 감성을 콕콕 지르곤 하셨습니다.
때로는 그 마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우답을 하곤 했지만 여기선 쉽게 알아 듣도록 나뭇잎 흔들리는 것까지 세밀하게 일러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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