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책을 읽는 중에 도를 아시냐고 묻는 방문객을 본다. 독서의 힘보다는 마음의 힘이 더 중하다는 것은 알지만 입맛이 쓰다. 어우야담에 네 노인이 에피소드가 나온다. 남쪽에 네명의 철인이 있다고 한다. 철사, 즉사, 묵사, 수사가 그 사람이란 것이다. 그들은 천지를 주유하며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그림자란 것이다. 이 책은 바둑과 조선의 고수들에 대해서도 말한다. 특이한 것은 예수에 대해 쓰고 있는 점이다.
(雨中讀書時 信主乎 訪門客 不必要 爲言 有非學力則心力 可苦味也. 於于野談謂之四皓 南方 有哲師 則師 默師 修師 四人 不問遠方 釋氏 皆影徒 又野談 圍碁與朝鮮 國手 得理解而 特異 耶蘇也)
천축의 서쪽에 구라파가 있다. 구라파라는 말은 서쪽의 큰 땅이란 뜻이다. 그 나라에 도가 있다. 기리단(기독교)이다. 그 나라 말로 하늘을 섬긴다는 의미다. 도교 불교 단 등과는 다르다.
그들의 믿음은 매사 하느님을 섬기고 따른다는 것으로 주변국들이 다 믿으며 노자나 석가 등을 적으로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절대라고 믿는다. 불가의 윤회설은 강력하게 내치면서도 천당 지옥 등을 믿는다. 그들 풍속에는 평생 혼자살며 여색을 멀리하는 사람을 뽑아 교황이라 하고 그의 말을 믿고 따른다. 직위를 세습하지 않고 무리 중에 현명한 사람을 뽑는데 사욕을 부리지 않고 모든 신도들을 자식처럼 여긴다. 그들의 문자는 회회문자와 비슷하게 횡서로 쓴다. 그들 중 식자들은 천문지식에 정통하다.
(天竺 之西 有區羅巴 區羅巴者 方言大西也. 其國有一道曰 埼利檀 方言事天也 其道非儒非釋非仙 別立一端 凡處心行事 不違於天 而列國 各畵天尊之象 奉而事之 排釋老及我敎 如九敵 至於我道多所稱述 而大本懸絶 至於釋敎 深排輪廻之說. 而以天堂地獄謂有 其俗不尙婚娶 擇平生不近絶色 爲之君長 號敎化皇 繼天主領敎諭世 無有襲嗣 擇賢而立 無私家 惟公是務 又無子 惟兆民是子 其書略如回回 以左以上 而字則橫書作行 其士重朋友之敎 多精天文星象.)
만력(임진왜란 앞뒤) 연간에 이마두(마테오리치)가 구라파에서 8만 리를 와 마카오에서 10년간 살았다. 가져온 천금을 다 쓰고 중국의 모든 종교서를 읽고 나서 계유년에 책 상하 8권을 완성했다.
1편에는 천주가 하늘과 땅을 만든 기적과 세상을 기르고 보듬는 내용을 적었다.
2편에는 세상사람과 천주가 다른 점을 적었다.
3편에는 사람이 귀신이나 짐슴이 크게 다른 점을 적었다.
4편에는 귀신과 사람이 천하만물과 같지 않음을 적었다.
5편에는 윤회니 육도니 하는 잘못을 적었다.
6편에는 불생불멸과 천당지옥에 대해 적었다.
7편에는 인간의 본성과 천당이야 말로 정법임을 적었다.
8편은 총론으로 천주가 결혼하지 않고 태어난 것과 구라파에 내려온 것에 대해 적었다.
이 책의 제목이 천주실의다.
(至萬歷中 有利瑪竇者 生區羅巴 周遊八萬里 留南懊 十餘年 能到千金 盡葉而八中國 編觀讀書及聖賢書 懊癸卯歲 著書上下八編 首編論天主始制天地 主宰安養之道. 第二編論 世人錯認天主. 第三編 人鬼不滅大異禽獸. 第四論 鬼神人總天下萬物不可謂之一體. 第五論 輸廻六道之謬說. 第六 解意不可滅 而釋天堂地獄 善惡之報. 第七論 人性本性 而述 天堂正學. 第八總擧西俗 論其道之士所以不娶之意 倂釋天主降生西士來留 題目曰 天主實義.)
천주실의란 의미는 이렇다. 천주는 하느님이다. 실이란 노장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공과 무에 대한 반대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한나라 애제 원년 동지가 지난 3일후 시집가지 않고 잉태한 여자에게서 남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이름이 야소(예수)다. 그가 구세주이고 교를 세웠다. 한나라 명제 때 서역에 신인이 있다는 말을 들은 명제가 사신을 보내 알아보게 했는데 반도 못가서 독국에 들러 불경을 가져오는 바람에 기리단교 전파에 산통이 깨졌다.
(天主實義 言天主上帝也 實者不空也 排老佛之空無也.
內容曰 漢哀帝元數元年(기원전 1세기) 冬至後三日 其國降貞女 無所交嫁 托胎生 男曰 耶蘇 其者 求世也. 躬自立敎.
至漢明帝 聞西域有神人 遣使求之 道未半之 自毒國 得佛經而回 以致訛聖敎云.)
임진왜란 직후의 책이 전해주는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우리의 상식을 깬다. 일의대수의 동양의 사조에 큰 차이는 없었던 듯하다. 다만 조선후기로 오며 신주를 불태운 사건과 황사영백서 사건 등으로 정치적 도발(?)을 하면서 역풍을 맞은 역사는 유감이다.
(壬亂則後 著作中 基督敎 何有理解 而吾輩生覺 無色也. 一衣帶水 東洋內空間 思潮無大差 只 朝鮮後期 之 信主 白書等 事件而 政治的 犯禁 敢行也 打逆風 有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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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一圓
충령산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