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하면 어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일반인들은 연예인 김구라 (본명 김현동) 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것이다.

그러나 우리 바둑 매니아들은 당연히 김성룡 9단이 떠오른다. (아니라면 반성하시라... )

김성룡 사범의 부모님은 미국에 이민오셔서 켈리포니아에 살고 계신다고한다.

그래서 김성룡 사범도 사실은 영주권이 있었다고한다.  그런데 한창 잘나갈때 조만간 한국 바둑을 제패할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해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대도 다녀왔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대로만 되지는 안는법... 그뒤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자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미련없이 해설과 보급기사로 전향했다고한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씩 우승을 하는 사고를(?) 치고있다.)

김성룡 사범과 일주일간 먹고, 마시고, 같은 숙소에서 자면서 바둑도 두고 강의를 들을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것은 프로를 거의 접할수없는 외국에 사는 애기가들에게는 큰 행운이라 아니할수없다.

어디 그뿐이랴,  김사범의 쉬임없는 구라와 함께 한국, 일본, 중국 프로들의 뒷담화를 일주일간 들을수있었던것은 바둑소식에 굶주려있던 나에겐 대박 그 자체였다. 여걸 마오 위헝 (마오지아쥔) 으로 부터 일본의 플레이보이 모 기사 등등...   전세계의 바둑 이야기가 입만 열면 술술 실타래 풀어지듯 이어져 나왔다.
(사실 요런 자랑을 계속하는것은  내년에는 오로 애기가 분들도  한번 미주 바둑대회에 참석하실수있는 용기를 드리기위해 미끼를 살살 던지는것이기도 합니다. =^^;;)

하여튼, 그 많은 이야기들을 여기 다 쓸수는 없고... 오늘은 그저 김구라는 누구인가?  내가본 김구라에 대해서만 간단히 써볼까한다.

우선 김구라를 처음 본 느낌은...

'젊은이가 참 소갈 머리가 없다'  는 것이였는데...

(아,, 뭐,,,소갈머리가 없다는 것은 다른뜻은 아니고 머리숱이 적어서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기 때문이다.- - ;; )

그러나 일주간 지낸후 내머리에 강하게 새겨진 김구라에 대한 이미지 는  -  

"내 평생 김 성룡 사범처럼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란 감탄 !

일주일간 거의 매일 강의를 2번 해야 하고, 6명과 다면기를 두어주어야 했고, 미주바둑협회 뉴스 편집장과 인터뷰,  페어게임, 프로페어게임 해설 등등... 하루 일정이 꽉차있었다.
(다면기도 다든 프로들 처럼 바둑만 두어준것이 아니고, 일일이 다 복기 까지 해주면서 해설도 해주었다.)

18급의 맞두자는 당돌한 (?) 제안에 묵묵히 같이 줄바둑을 둬 주고있는 멋쟁이 김구라 사범.

      일본의 료 마에다 프로와  함께 "명강사" 로 소문이 나 인기가 "짱" 이였던 김 사범. 

그런데... 그와중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콜로라도 산정에 등산을 세번 다녀왔고, 콜로라도 에 사는 한인들을 위해 새벽골프도 세번이나 소화 해냈다.  물론 밤에는 참석한 애기가들과 함께 맥주 파티에 늦게 까지 참석해야했고... 어디 그뿐이랴,  손본  편집장의 독촉에 한밤중에 일어나 월간 바둑에 실릴 원고까지 작성해서 보냈다고 ...

하여튼 일주간 지내면서 매일 서너시간씩만  자면서 뛰어 다닌듯하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만도 하다...

  미주바둑 편집장과 바둑해설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유일한 서양인 프로 9단인 마이클 레드먼드 의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에서도 매사 이런식으로 뛰어다니고 있는듯하다.

바둑 보급을 위해 매주 전국에 있는 대학 바둑 동아리모임에 참석하고 하다못해 동네 바둑 모임에서도 불러주면 달려간다고 한다.  이렇게 뛰어다니면서 알게된 모임중 사례비가 좀 나오는곳들은 용돈이 궁한 후배들에게 하나씩 넘겨준다고한다.  (사실 프로들은 조금만 열심을 내어 뛰어다니면 먹을것은 사방에 널려있다고....)

김구라는 바둑 해설을 위해서도 엄청 노력한다.  초창기 바둑  TV  해설 하기 위해 야구 기록처럼 각 프로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맨먼저 작성한 사람도 바로 김구라였다.  그때 만든 자료가 2000 쪽이 넘는다고 한다.

'이빨만 잘 깔줄 아는 까불이' 로  생각했던 김구라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요번의 만남을 통해 산산히 깨져 버렸다. 

김구라는 열마디 말을 하기위해 백 걸음을 뛰어다니고, 백분을 준비하는 진정한 프로였다 !

  미녀들에게 잡혀서도 쿨~ 한 김구라

요건 보너스 -  김구라의 소갈머리 해결법 !

술향기가 김구라에게  한마디 충고 해주었다.

"TV  에도 나가는데  그게 뭐냐... 머리에 털좀 나게 로게인 약이라도 좀 사서 발라 보라" 고...

김구라 왈:  "아, 돈들이고 그럴필요 없다. 조만간 머리를 싹 밀어 버릴 생각" 이라고... 

헐 ~~  과연 김구라 답다.

혹 다음달이라도 김구라 사범의 새로운 율 부린너  헤어 스타일(?) 을 보게될지도 모를일이다 ...

기대가 된다.

새롭고, 재미있고, 참신한 바둑을 선사하기위해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신을 꾀하는 김구라 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김성룡 사범은 빤쮸만 입혀서 남극에 떨어뜨려놔도 살아 남을 사람이다.  어디 그뿐이랴,,, 곰과 펭귄들 모아놓고 바둑 가르치면서 재밌게 살고 있을것이다 --- 술향기 명언록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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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둘 -

김 사범의 꽁지머리 사진을 검색하다 우연히 정용진 광장지기님께서 김성룡9단이 전자랜드배 우승한후 쓴 글을 보게되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여기 퍼왔다.  나도 처음 보는 글이니 못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서 정 용진 이사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퍼왔다.  (오직 여러분을 위해...  뭐라하면   "배째라 ~"  이거지 뭐 ...  - -;; )

그당시 정용진 기자가 김꽁지의 우승을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자의 들뜬 감정이 글 가운데 그대로 잘 전해지고 있다.

(역쉬 글은 글쟁이가 참 잘쓴다. 감칠맛이 도는게...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건데.. 헤여~ .난 왜 안될까 ㅠㅠ )

'보급기사' 김성룡이 챔피언을 먹었다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뻐요!"

김성룡 8단이(아니 이젠 9단이지), 타이틀을 땄다.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3번기에서 김주호 4단을 2:1로 꺾고 왕중왕에 올랐다. 생애 첫 타이틀이다. 그도 어엿한 타이틀 보유자가 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나도 '미치도록' 기쁘다.

"보급기사도 타이틀을 따나?"
지난 주 토요일 서울대 김성기 교수 장남 결혼식장에서 딸 다은이를 안고 온 김성룡 9단에게 이렇게 농을 걸었다. 그때 그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씨익 웃기만 할뿐이었다. 으음…. 운명을 좌우할 결승3국을 이틀 앞두고 제법 긴장하고 심각해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일생일대에 한번 올까말까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인데.

10월 18일 저녁 왕중왕에 오르던 날, 풍문에 따르면 김성룡 9단은 절친한 사람들과 밤늦도록 가진 뒷풀이에서 '거의 미쳤다(?)'고 한다. 꿈인지 생시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오버'할만하다. 아니 온동네 소문나도록 마음껏 '오버'하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수는 201명이다. 이 가운데 신예기전이나 여자기전처럼 참가자격에 제한을 두는 기전 말고 모든 기사에게 오픈된 기전에서 단 한번이라도 타이틀을 따본 경험이 있는 기사는 18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타이틀을 딴 기사는 12명. 다시 이 가운데에서도 시대별로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 4명이 다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서봉수, 유창혁, 이세돌 9단 정도가 타이틀 사(史)에 족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한국 현대바둑 반세기를 주물러온 기사는 후하게 잡아도 10여 명에 불과하다.

흔히 입단(入段) 관문을 뚫고 프로기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바늘구멍을 뚫고 프로기사 면장을 받은 이가 프로동네에서 타이틀을 딸 확률은 위에 열거했다시피 바늘구멍을 뚫은 낙타가 다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낙타가 두번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기에 이것은 천운(天運)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임금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하듯 타이틀 획득 또한 '팔자'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김성룡 9단이 이 어렵고도 힘든 일을 해냈다. 험악하고 치열하기 그지없는 토너먼트 승부사의 길을 접고 일찍이 '보급기사 전향'을 공공연히 선언했던 그가 토너먼트 정글을 뚫고 타이틀을 따낸 것은, 그저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상조차 못했던 불가능한 일을 해치운 것이다. 해서 김성룡 9단은 홍수환 선수처럼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소리치며 까무러칠만하다.

원조 뉴스메이커 김성룡

김성룡 9단의 나이 28세. 이창호 9단보다 한 살 어리지만 이미 4년 전에 장가를 들어 두 살배기 딸 아이를 둔 어엿한 아빠다. 지금도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10여 년 전인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그는 바둑계 X세대의 대표주자로 통했다. 바둑 성적으로야 이창호 9단이 단연 뉴스메이커였지만 톡톡 튀는 기행으로는 김성룡 9단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MBC제왕전 결승에 오를만큼 성적도 뛰어났으니….
요즘이야 바둑계에도 개성파 신예기사들이 제법 있지만 그때만 해도 바둑동네는 양반 팔자걸음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10여 년 묵은 95년도 '바둑수첩'을 뒤지니 [X세대기사 김성룡 3단]이란 제목을 단 기사가 눈에 띈다. 지금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 옮겨본다.

이창호9단이 기력(棋力)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뉴스메이커라면 같은 또래의 김성룡은 기행(奇行)으로 입에 오르내렸던 뉴스메이커였다. 불쑥불쑥 터뜨리는 그의 기행은 이창호 일인독주로 시큰둥해 있는 바둑계에 톡 쏘는 겨자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나이로 올해 만 18세. 원색의 티셔츠에 헐렁한 통바지, 군화 같은 운동화를 끌고 노랗고 빨간 염색을 한 꽁지머리에 이어폰을 꽂고 허리에는 삐삐를 차고 486 노트북을 권총처럼 휴대하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요즘 X세대들의 보통 차림새에 지나지 않지만 여전히 유교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바둑계의 프리즘을 통해서는 영락없는 외계인의 모습으로 비춰질밖에. 따라서 김성룡의 존재는 우선 그 외양에서부터 고참 기성세대 선배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김건모와 룰라를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일본가요 서너 곡쯤은 능히 불러젖힐 줄 아는 걸로는 요즘 길거리에 넘쳐나는 X세대 젊은이와 비교해 특별날 것도 없다. 그가 화제가 되는 것은 바둑계가 아직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동네인 탓이 크다. 여전히 단정한 차림새와 방정한 품행으로 기도 정진에 몰두해야 하는 것이 기사의 신분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정작 그의 바둑에 대한 정열과 승부욕, 자세는 선배기사들이 우려할 만큼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바둑의 내일을 짊어지고 갈 동량으로서 선배들의 주름살을 다림질하듯 팍팍 펴줄 기재로 손꼽힌다. 그는 작년 명인전 8강에 오르면서부터 무서운 풀무질을 해대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는 비씨카드배 4강에 점프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기성전과 KBS바둑왕전 본선에도 너끈이 올라있다. 더군다나 MBC제왕전에서는 천하의 조훈현 9단을 패자조로 떨어뜨리며 일약 결승에 진출, 오뉴월 하루볕이 무섭다고 하는 바둑계에서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까지 김성룡의 별명은 'LA꽁지머리'였다. 나약한 계집애 같기도 하고 혹은 불손한 반항아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의 꽁지머리가 또 선배들의 심사를 어지럽힌 모양이었다. 어느날 다혈질의 한 선배기사가 급기야 가위를 들고 기사실에 잠복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김성룡은 그 길로 미장원에 가 옷에 묻은 검불 털어내듯 꽁지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꽁지머리' 하면 전 축구국가대표 김병지 선수가 떠오른다. 김성룡 9단의 꽁지머리도 그랬다. 다만 김성룡 9단의 꽁지머리를 'LA꽁지머리'라 부른 건 그의 가족이 93년 미국 LA 근교 다이누바 시로 이민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기사실에 가위를 들고 벼른 선배기사는 예의범절을 꼬장꼬장 따지기로 유명한 김덕규 7단이었다.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바둑 센 사람이 '장땡'인 승부세계에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마다 않는 선배기사가 있다는 것도 복이었고, 그러한 선배의 마음을 읽고 대국을 마치자마자 스스로 미장원을 찾아 미련 없이 꽁지머리를 자른 후배도 멋졌다.

가족이 미국에 거주해 미국 영주권을 갖게 된 김성룡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 지붕 두 가족'식 철새행마를 거듭했다. 얼마전 모 원로기사와 착수 시비로 '양자패'를 당하는 곤혹을 치른 적도 있지만 알고보면 그는 그 어느 기사보다 바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승단대회는 대국료가 없는 기전이다. 말 그대로 명예를 좇는 대국일 뿐이다. 그런데도 비행기 삯도 나오지 않는 이 승단대회에 김성룡은 착실히 참가했다.

그가 늘 휴대하고 다니는 486 노트북은 바둑정보의 보물창고다. 그 속에는 사활이며 포석, 맥 따위의 바둑문제는 물론 온갖 바둑정보가 엄청나게 저장돼 있다. 웬만한 바둑자료는 이잡듯 뒤져 나름대로 체계화한 데이터다.

이러한 열정이 어린 그를 승승장구하게 했고 급기야 기사들의 선망이며 프로바둑의 꽃인 결승무대(제13기 MBC제왕전)에까지 오르게 했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하는 반상의 정글에서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타이틀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를 사려 물 수밖에.

그런데 이게 웬 청천 날벼락인가? 주최사인 MBC에서 봄철 프로그램 개편 명분을 내세워 12년간이나 지속해 오던 제왕전을 아예 폐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상식을 저버린 일방적인 통고에 바둑계와 바둑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기전이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이제 막 하이라이트로 접어드는 마당에 시청자들과 한 방영약속을, 기사들과 한 대국 계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 것이다.

누구보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이미 결승에 진출한 김성룡이었다. 우승상금 1천100만원, 준우승에 그치더라도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MBC제왕전. 문제는 정작 돈보다 한창 뻗어나는 신예기사가 안아야 할 정신적 충격이었다.
기세란 어떠한 이유에서건 한번 꺾이면 오뉴월 비루먹은 강아지짝 나듯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답십리 자취방에서 두문불출하던 김성룡이 어느날 한국기원에 꺼칠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아, 그의 머리가 재기발랄한던 LA꽁지머리에서 졸지에 목탁처럼 반질거리는 '배코머리'로 바뀌어 있었다.
"웬 배코?"
안타깝고 보기 민망해 짐짓 농을 던졌더니 그는 배시시 웃으며 곧 의왕시 청계산에 있는 청계사로 들어가 공부할 예정이라며 누구한테랄 것도 없이 딱 한마디를 던지고서는 총총히 사라졌다.

"내 돈 돌리도!"

이창호 타이틀 10개와 맞먹을 김성룡의 왕중왕 타이틀

이 뒤 말많던 MBC제왕전은 결승을 치렀고 당시 김성룡 3단은 패자조에서 부활해 결승에 올라온 조훈현 9단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었다. 이러한 활약으로 95년 그해 김성룡은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도 그는 세계대회인 제1회 삼성화재배 본선에도 진출하는 등 이창호를 뒤쫓을 신예그룹에 거론되었으나 정작 97년부터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오히려 '명해설자'로 더 돋보였다. 그가 스스로 "이제부터는 절 보급기사로 불러주세요"라고 원했던 시기도 그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승부세계에 발을 딛고 혼신을 다해 승부를 겨뤄 보았으나 도저히 이창호를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것. 그렇다고 이창호 9단과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것도 아니고 달랑 한 살. 승부사로서 토너먼트 승부에 끝까지 목숨을 걸지 않고 중간에 발을 뺀다는 것은 실로 뼈아픈 노릇이나 잡지 못할 파랑새를 좇아 평생 이 산 저 산 헤맨다는 것도 허황된 일이라 생각하니 의외로 답은 자명했고 자명한 일에 결심은 빠를 수록 좋았다.

이후 김성룡 9단의 성적은 2000년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에 나간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 지난 3∼4년간은 거의 '손가락 빠는' 수준이었다.
대신 그는 야구해설의 '구라' 하일성이나 축구해설의 '구라' 신문선처럼 바둑해설의 '김구라'로 자리하며 바둑팬들에게 이전에 맛볼 수 없었던 재미를 듬뿍 선물했고 다수의 바둑책도 쓰는 등 '일등 보급기사'로서의 면모를 세웠다. 특히 점잔을 떨어야 하는 방송이나 잡지와는 달리 어느 정도 자유분방함이 허용되는 인터넷 해설에서는 물만난 고기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아! 그렇게 두나요? 그건 '똥수' 아닌가요?"
흐흐…. 우리가 어디에서 프로 해설자가 거침없이 해대는 '똥수'라는 표현을 들어보겠는가. 물론 김성룡 9단의 여과되지 않은 거친 표현에 대해 일부 거부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그간 점잖은 모양새에 치우쳐 딱딱하고 고루한 인상을 풍기기만 하는 바둑이 좀더 다양한 표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김성룡 9단의 해설방식이 바둑에 대한 이미지를 좀더 소프트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사정이 이러함에 하물며 이러한 '보급기사' 김성룡이 타이틀을 땄다는 소식에, 허구한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표독하고 냉정한 승부사들만이 타이틀을 독식해온 이 바닥에서 어찌 희색하지 않을 전갈이겠는가. 굳세어라 금순아! 굳세어라 김성룡이다.

김성룡 9단에게 대한 감동이 이 정도에 그친다면 이거야말로 내가 '오버'한 꼴이 된다. '바둑수첩'을 뒤지면 다시 소개하고 싶은 또 한 대목이 보인다.

그는 미국 영주권이 있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김성룡은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당당히 자원 입대했다. 역시 이유는 간단했다. 군생활 3년이 비록 바둑승부에 마이너스가 된다할지라도 거기서 배우는 것들이 인생에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소취대의 바둑격언을 따른 셈이다.

그 무렵만 해도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중고등 진학을 포기하는 연구생들이 적지 않은 우리 바둑계 현실에서 김성룡의 결단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병역기피가 사회 문제로 기사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지가 멀쩡한 데도 브로커들에게 돈을 써 군면제를 받은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나 연예계 스타들은 김성룡 9단에게 '인생 훈수'를 들어야 한다.

자원 입대만 한 것이 아니었다. 김성룡은 군입대 직전 투병 중이던 선배 이준학 5단에게 200만원의 온정을 펼쳐 칭송을 받았다. 그는 혼자 한국에서 자취생활을 했다. 방세 전기세 10원 한 장을 따지면서도 버는 대국료의 상당부분을 아무도 몰래 모 심장병재단에 기부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절대 비밀로 해줄 것을 당부하던 김성룡이 훈련소에서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소총들고 쫓아올지도 모르겠다. 만날 때마다 빈티 팍팍내며 "밥좀 사주세요"하던 그를 "대국료 받아 다 뭐해?"라며 면박준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김혜미 씨…. 김성룡 9단의 부인이다. 아직 세상물정 모르던 96년 이화여대 1학년 때 바둑부에 나가던 친구의 소개로 김성룡 9단을 만나 그만 '왕구라'에 넘어가 인생 동반자가 된 이 여인은 기무사 목욕탕 청소병이던 김성룡 9단이 군대 말년 상급병들 몰래 열심히 쓴 바둑원고를 월간바둑 편집부에 배달하던 우편배달부이기도 했다.
김성룡 9단 본인보다 김혜미 씨의 소감이 더 궁금해 전화를 넣었더니 그 남편에 그 아내의 대답이 나온다.

"솔직히…, 이번에 울 오빠 무지 재수 좋은 거 아니었어요? 이창호 9단도 안 만나고…. 뭐 오빠도 까놓고 운 좋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나 운이란 놈은 준비된 자에게만 따라다닌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예전 차민수 4단이 후지쯔배에서 일본의 9단들을 연파하며 8강에 올랐을 때 세계가 놀랐다. 그러면서도 한편 "운이 따랐다"고 말들했지만, 미국에 있는 그의 집에 가본 사람들은 안다. 비록 그가 바둑 승부세계에서 떠나 있는 사람이기는 했어도 매일 팩시밀리로 중국과 일본 지인들로부터 기보를 받아보며 승부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남모르게 '칼'을 갈았는지를. 김성룡 9단의 '한칼'도 그저 우연히 나왔다고 생각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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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셋 - ( Akari 님이 제공하신 보너스 !)

까지것 뭐 인심 쓰는김에 하나 더... 돈 드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밥한끼 같이 묵었는데,  글 베껴왔다고 양 실짱이 술향기 법정 세울것 같지도 않고..

[김성룡] 2004 랜드킴배       by  양실짱 (양형모)

구랍 23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는 묘한 진풍경 하나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바둑판 앞에 앉아 오만 ‘잡폼’은 다 잡고 있는 군상들.
바둑을 손으로 두는지 입으로 두는지
가공할 ‘구라신공’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상 깊이 코를 묻고 수읽기의 삼매지경에 들어선 이도 눈에 띕니다.
자세는 입신, 기력은 10급이라지요.

이날 대회의 공식 명칭은 <랜드킴배 한국기원 직원 바둑대회>.
주최 · 주관 한국기원 노동조합, 후원은 랜드킴이었다는데 ….
눈치 채셨나요?
랜드킴배의 후원사는 특정 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다름 아닌 김성룡 9단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성룡 9단이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하자
어떤 이는 그를 ‘전자 김’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혀를 굴려 ‘일렉트로닉 킴’이라 칭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럭저럭 무난한 ‘김 전자’도 꽤 많이 팔려나가, 사실상 그에 대한 호칭이
중구난방으로 뒤섞일 무렵
김성룡 9단이 일검을 빼들고는 이 혼돈을 단숨에 교통정리 해버렸습니다.

“다 필요 없다! 랜드 킴이라 불러다오!”

그 랜드 킴이 어느 날 오후 조용히 한국기원 홍보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약 15분간 쑥덕쑥덕한 결과가 바로 랜드킴배 한국기원 직원바둑대회였던 것입니다.

이날의 대회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후원사 대표(?)이자 심판위원으로 참석한 랜드킴은 단상에 올라
점잖게 축사씩이나 하는 위엄도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축사 중 이 말이 명언이었습니다.

“프로기사가 된 이래 돈을 받지 않고 대회에 나간 적은 있지만, 돈을 내고 대회에 나온 일은 처음이다.”

대회 내내 랜드킴은 입이 찢어질 듯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대회가 너무너무 유쾌했던 모양입니다.
직원들도 열심히 두었습니다.
그가 내건 상금보다는
그가 내민 마음이 갓 꺼낸 군고구마처럼 따뜻했기 때문일 겁니다.

랜드킴은 내년에도 또 대회를 하자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그가 랜드킴이었으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4년 1월 23일.
이 날을 기하여 그는
우리들 마음속에 이미 영원한 ‘랜드킴’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