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조조와 자기 숙부의 처인 추부인과의 소문을 듣고
숙모를 빼앗긴 수치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장수는 가후의 계책에 따라 조조의 장군 전위를 초청하여
술을 잔뜩 먹이고,
밤에 영채에 불을 지르고, 조조를 죽이려고 공격했다.
색의 쾌락에 도취되어 아무 경계도 하지 않고 있던 조조는
갑자기 장수의 공격을 받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허겁지겁 육수강변으로 달려 도망가는데
장남이 와서 조조에게 말을 주며 얼른 도망가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말을 타고 도망가던 중 부하 장수들을 만나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남과 조카 그리고 용맹한 장군 전위는
장수의 군사들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자식의 희생으로 혼자 살아남은 조조는 오래잖아 흩어져
나온 여러 장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조는 패하여 도주하고 있는 군사들을 모으게 하는 한편
장수의 공격을 받지 않은 장졸들을 불러 모았다.
그때 하후돈이 거느리고 있던 과거 황건족 출신으로
구성된 청주병 일부가
호되게 당한 꼴로 조조에게 달려와 “우금이 주공을 배반하고
청주병을 마구 죽이고 있습니다” 하고 고했다.
조조가 놀라 묻자 “우금이 급습하여
청주병을 무참히 죽였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장수가 항복하였다는 말을 듣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약탈하고 다녔는데 우금이 그 꼴을 보고
그들을 공격하여 죽인 것 이였다.
조조는 내막을 모르고 옆에 있는 하후돈, 허저 등 장수들에게
우금이 모반 했으니 군사를 정돈하여 막을 준비를 하라고 시켰다.
그 말에 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금이 조조가 있는 진채에 이르렀다.
우금은 자신이 받고 있는 의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조는 찾아보지도 않고,
진채를 세우기에만 바빴다.
호를 깊이 파고 채를 튼튼히 하는 것이
누구를 대항해 하는 것인지 얼른 짐작이 가지 않았다.
우금이 영채를 안돈시키기 무섭게 장수의 추격군이 몰려왔다.
우금이 먼저 영채를 나가 장수 추격군의 공격을 막으니
장수의 군은 당황했다.
거기다가 조조의 여러 장군들도 가세하여 공격하니
장수의 패배는 걷잡을 수 없었다.
거친 공격을 받아 백리나 쫓겨 간 뒤에야 겨우 군사를 수습했다.
조조는 군사를 정돈하고 제장들을 불러 모았다.
우금은 그때서야 자신을 변호했다.
조조가 왜 청주병을 죽였는지 묻자
우금은 “청주병이 부녀자를 희롱하고 약탈하여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조가 짐짓 짐작하면서도
우금에게 “어찌하여 먼저 내게 그 일을 알리지 않고
영채부터 세웠는가”하며 따지듯 묻자,
우금은 “뒤에 적병이 뒤 따라 오고 있어 언제 주공이 있는
이곳을 덮칠지 모르는데 먼저 준비부터 하지 않으면
어떻게 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승상께서 나를 그릇되게 생각하고 계신다 할지라도
그걸 밝혀 바로잡는 일은 작은 일이요,
적을 몰아내는 것이 큰 일이니
작은 일은 먼저 큰 일부터 하고 난 후에 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조조에게 말하자
조조는 “장군은 쫓기는 황망함 가운데도 능히 군사를 정돈 시키고,
영채를 굳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진 싸움을 이기도록 했으니 옛날의 명장이라 한들 장군 보다는
못했을 것이요” 하며,
한껏 치하한 후 금 그릇 한 벌을 하사하고 벼슬을 익수정후로 봉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의 선조는 한강의 방어선에
최고 책임자인 도원수 김명원이
왜군과 벌리던 전투에서 먼저 도주하려하자
부원수 신각은 도원수에게 싸울 것을
주장하며 도주를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도원수 김명원은 자신이 하려하는 일을 부원수인
신각이 방해하자
오히려 크게 화를 내고는 어가(임금의 행렬)를 보호한다고
거짓을 말하고는 그 틈에 도주를 하였다.
총 지휘관이 도주하자 부원수 신각은 자신의 군사들만 이끌고는
유도대장 이양원과 합류하여 유격전을 벌였다.
일본군인 가토기요마사는 선조의 어가를 쫒으라는 명으로
일본군 선발대 70여명을 보냈는데,
그 70여명은 계속되는 자신들의 승전에 기고만장해서
제대로 무장도 하지 않고
심지어 술에 쩔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신각과 이양원은
군사들을 해유령에 매복시켜 일본군들이
해유령지역 안으로 들어오자
활로 선공을 하고 기습에 놀란 일본군을
신각과 이양원의 군사들이 모두 기습하여
목을 베어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임진왜란 개전이후에 얻은 첫 승리라고 한다.
이에 신각은 조정에 승전보를 전하는 한편
남병사 이흔을 함경도로 돌려보내고, 유도대장 이양원과
연천부근의 대탄에 군사를 주둔하고 게릴라전을 벌이려고 하였다.
한편 도주한 도원수 김명원은 한강 방어선 붕괴에 대한
문책과 벌이 두려워
거짓으로 선조에게 고하길 “부원수 신각이 명을 듣지 않고 도주하여
전장에 패하였다”고 거짓보고를 하였다.
선조는 이 거짓 보고를 믿고는 바로 선전관을 보내
신각을 잡아 죽이라 명했는데 선전관이 떠난지 얼마 되지않아
부원수 신각이 해유령 전투에서 이긴 일본군 수급과
노획한 장비들을 보내
승리를 거둔 사실을 보고하는 장계가 도착했다.
선조는 이 보고를 듣고는 다시 신각의 목을 베지 말라고,
또 다른 선전관을 급파했지만 먼저 파견된 선전관이
연천부근 대탄에 도착해
부원수 신각에게 군령을 어긴 죄를 씌워 군법으로
목을 베어버린 상태였다.
간신 도원수의 모함과 자초지종도 알아보지 않고
사람을 죽이라 명하는
우리나라의 선조, 그래도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은
착하고 선량한 우리나라 백성들의 힘과 그런 사람들이 사는
우리나라를 돕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된다.
나라의 일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에 대하여 억울하다는 말보다
그 또한 나라의 법이라며 억울함을 고하지 않고 죽임을 당한
신각의 충성심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들의 백의 종군 등은
감히 성인도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조조의 상황 처리하는 것과 선조의 상황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조조는 바로 군사를 잘 단속하지 못한 하후돈은 벌하여
상벌을 분명히 했다.
조조는 “부하들은 상과 벌을 통하여 통제 할 수 있고,
그것만이 그들을 자신에게 충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런 점이 바로 조조의 뛰어난 용인술과
군의 기강을 바로 잡는 기술인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의 적극성을 가장 잘 불러 일으키는
수단은 이익이다.
따라서 상을 내릴대는 인색하지 말아야 하고,
잘못한 것은 그에 상응한 벌을 내려야 한다.
또한 조조는 손수 전위의 제사를 지냈다.
그는 처절하게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맏아들과 조카를 잃은 것보다도 전위를 잃은 것이
사무치도록 애통하다고하며 눈물을 흘리니
이를 본 조조의 부하들도 모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후에도 조조는 육수를 지날 때면 전위가 생각나 제사를 지내며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장수는 조조의 군대에게 패하여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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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엽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