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조조 권력과 명분을 얻다.

어떤 일이든지 그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운이 트일 날이 반드시 온다. - H.발자크-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王)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王)!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 있는 땅은

모두 왕(王)의 나라로소이다

홍 사 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중-

조조는 허도에 황제를 모시고 황제가 승상으로 관직을 높여주니, 

조조휘하의 모사와 장군들의 지위도 모두 올라갔다.

조조는 사기가 올라간 자기 부하들과 모사를 불러 

유비와 여포를 공격하여 원수를 갚을 일을 다시 의논했다.

모사 순욱이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즉 ‘호랑이 두 마리를 싸움 붙여 

서로 잡아먹게 하기’ 라는 계책을 조조에게 말하면서 

“지금 유비가 서주에 있으나 조정으로부터 정식으로 서주자사가 

된 것이 아니니 유비에게 정식으로 관직을 내려주면서, 

한편으로 비밀리에 조서를 내려 여포를 죽이라는 명을 내리면 

둘 모두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고 계책을 말했다.

조조가 이 계책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이 직접 나서 

싸울 필요조차 없이 편안하게 원한을 씻고, 

둘이 싸워 하나가 상하면 그 상한 한사람을 공격하면 

일거에 둘을 모두 다 쳐부술 수 있는 좋은 계책으로 여겨 

조조는 마음이 흡족하여 즉시 그 계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유비에게 황제의 칙사가 와서 정식으로 관직을 봉하는 동시에 

여포를 죽이라는 밀서를 받은 유비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 그 일을 상의 했지만 

좋은 의견은 나오지 않고, 시간을 끌다보니 

그 밀서를 받은 일이 여포의 귀에도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유비는 여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을 알고, 

여포에게 황제의 밀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여포에게 “절대 의리에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을테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여포는 유비의 진심에 감동받아 거듭 감사하며 

“조조가 우리 둘을 이간시켜 공격하려는 계책”이라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유비는 자신이 여포를 없애면 자신도 조조에게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조조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났다.

조조는 계책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사실을 알고 

다시 참모들과 의논을 했다.

그러자 모사 순욱이 구호탄랑(驅虎呑狼)이라는 

또 다른 계책을 말하니 이 계책은 ‘호랑이를 몰아 이리를 삼키기’ 였다.

즉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 유비가 황제에게 주청하여 

원술을 쳐 남양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주청했다고, 

원술에게 은밀히 일러주고, 한편으로는 유비에게 칙서를 내려 

원술의 무리가 반역을 하려하니 원술을 공격하게 한다는 계책이었다.

조조는 참으로 묘안이라며 이 계책도 몹시 마음들어 했다.

유비와 원술이 싸우면 원술과 유비 둘 중 하나는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거기다 유비에게 틈이 생기면 여포는 틀림없이 딴 맘을 먹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유비와 여포 둘 사이도 갈라놓는 좋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하니 조조는 더욱 기분이 좋아 

즉시 사자를 유비와 원술에게 보냈다.

유비는 황제의 명을 받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것은 조조가 꾸민 간교임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감히 황제의 명을 거역 할 수도 없어 몹시 처지가 난처하여 

부하들을 모아 대책을 의논했다.

특히 자신이 모든 병력을 이끌고 원술과 싸우러 나가면 

성을 지킬 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는게 제일 큰 문제였다.

그러자 장비가 나서 유비에게 “성은 제가 남아서 지킬 테니

 형님은 안심하고 다녀오시지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유비는 ‘장비의 술버릇이 사뭇 걱정되어 맘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안 장비가 유비에게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했다.

그러자 유비는 장비에게 성을 맡기고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섰다.

장비는 며칠 동안은 술을 끊고 성을 지키기 위하여 

군사들을 독려하고, 경계도 강화 하는 등 잘하였다.

며칠이 자나자 따분하기 그지없고 만사 천하태평으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알자 어느 날 오늘 하루는 

술을 좀 마셔도 된다고 생각하고, 

관원들을 모아놓고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조금만 마시려던 술이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장비는 술에 취하였다.

술버릇이 고약한 장비는 별다른 이유 없이 관원들을 괴롭히고 

트집을 잡아 때렸다.

관원 중 조표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여포의 장인 이었다.

장비는 조표도 트집을 잡아 때리며 괴롭혔다.

장비에게 맞아 앙심을 품은 조표는 장비가 술에 곯아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비밀리에 여포에게 사람을 보내 성을 공격하게 하니, 

장비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도망갔고, 

여포는 간단히 서주를 점령했다.

장비가 유비에게 찾아와 서주가 여포에게 점령당한 사실을 고하고,

 ‘자신이 잘못하여 그리 되었다’고 하며 칼을 빼어 자결하려하자 

유비가 황급히 말리며 장비를 나무랐다.

“빼앗긴 성은 다시 찾으면 되지만 너는 셋이 함께한 도원결의를 무시하고

 혼자 죽으려고 하느냐”며 나무라자 장비는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