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곽사와 이각의 몰락

사람은 대개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세네카-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낙화(落花) - 조지훈

이때 조정의 진정한 실력자는 곽사와 이각, 번주 세 사람이었다.

세 명의 실력자 중에서 가장 사내답다고 알려진 자는 번주로 

그는 활달하고 씀씀이가 커 군사들 사이에도 인기가 높았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조정에서는 동쪽지방에 도적들이 많아 여러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출병 계획을 세우고, 번주를 총대장으로 임명했다.

이각은 번주의 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음모를 꾸며 

자신의 집으로 번주를 초대하여 기회를 엿보아 죽였다. 

번주는 허망하게 그렇게 죽었다.

세상을 살면서 지혜로운 자는 자기 한 몸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호신술 하나는 배워야 하며, 

수영도 배워두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발생하면 남의 말을 듣고 

그 말 그대로 따르는 것보다는 그 상황을 잘 파악하고 

닥쳐오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며, 

그 곳에 있는 것이 위험하면 그 자리를 피해 빨리 도망 친 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번주가 죽자 세 사람이 있을때 권력의 균형을 이루던 것이 

그 균형이 깨지고 서로 권력을 더 잡기위해 

이각과 곽사의 싸움이 전개 되었다.

두 사람은 번주가 살아 있을 때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곽사의 처가 투기가 심한 것을 알고 양표가 

헌제에게 둘을 이간질시켜 서로를 죽이게 하는게 좋겠다고 간했다. 

헌제는 좋은 계책이라 생각하고, 기회를 엿보아 

양표에게 일을 진행시키게 했다.

양표는 자신의 아내를 이용하기로 하고 그의 아내를 

곽사의 처에게 접근하여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통하여 곽사의 처에게 곽사가 

이각의 처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장안에 퍼졌다고 

은밀히 알려주었다.

그 소문을 그대로 믿은 곽사의 처는 질투와 분노로 치를 떨며, 

그녀의 남편에게 보복하기 위해 일을 꾸였다.

곽사는 거의 매일 이각의 집에 드나들고 있었고, 

둘은 서로 의심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었다.

이각이 곽사에게 특별히 좋은 음식이 있어 선물로 보냈다.

곽사의 처는 몰래 이각이 선물로 보낸 음식에 독을 넣고는 

곽사에게 이각이 번주를 죽인 것을 말하며 이각 집에 다니는데 

조심하라고 말을 하며 보내온 음식에 독이 들어 있을지 모른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곽사가 웃으면서 그럴리 없다고 부인하자 

곽사의 처가 독을 바른 음식을 곽사가 보는 앞에서 

개에게 던져 주자 개가 음식을 먹고, 

이리저리 날뛰며 죽자 곽사도 이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곽사는 이각과 멀리하고, 

그것을 이각이 알고 둘의 관계는 서로 의심하며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