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가 왔다..
용마 형님이 미국에서 돌아 오셔서 한번 보자는 내용이었다.
메시지에 있는 전번으로 전화했다. 저니인 줄 알고 <저니?> 라고 말했더니
들려오는 답변은 <영바모입니다>. 아.. 이런 실수를.. 영바모님에게 미안한 마음.
9월 5일 금요일 저녁이란다. 잘 알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 다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모임이 일요일 저녁 6시라고..
답변 전화를 했다. 영바모님이 말하길 토요일 저녁 6시란다. 문자를 잘못 적었단다.
아.. 확인 전화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약속이 금요일인 줄 알고 서울에 계시는 노모를 찾아 뵙기를 토요일로
약속했는데 어쩌나.. 음..용마형님과 저니, 영바모님과 1차만 간단히 하고
노모 집으로 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9월 6일 토요일.. 약속의 날이 되었다.
낮에 당구를 좀 치다가 약속 장소인 영등포로 시간 맞추어 가기로 했다.
동네 당구장에 갔다. 오후 2시경에 젊은 고수가 들어 왔다. 나도 그 젊은 친구를
좋게 보았지만.. 그 친구도 내가 싫지는 않은 눈치다. 서로 인사를 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식사하셨어요?> 내가 되물었다. <아직 식사 안 했어요?>
아직 못했단다. 나하고 4시경에 같이 식사나 하잔다. 저녁 6시면 용마형님이
저녁을 사 주신다고 하는데.. 4시에 어떻게 밥을 먹을 수가 있나?
거절을 해야 하는데.. 젊은 친구가 나이 차이가 제법나는 나에게 그런 제의를 하는
마음이 고마워서 거절을 못했다. 대신에 지금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3시쯤이었다.
그 친구가 보신탕을 먹자고 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시간이 그런지 조그만 식당에 손님이 한사람 밖에 없었다. 나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분 탁자 위에는 소주병이 있고 기본 반찬이 놓여 있었다.
탕을 하나씩 시키고 이런 저런 당구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혼자 있던 노인이
나를 부른다. 돌아 보면서 <저요?>하고 말했다. 그 노인이 나를 보면서 하는 말이
<담배 피웁니까?> <네..>했더니.. 자신이 담배가 생겼는데 주겠다고 하시면서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디스 담배 2갑을 내게 내민다.
순간 마음의 갈등이 일어났다. 약간은 초라해 보이는 이 노인에게서 담배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정중히 사양해야 하나.. 머리 회전이 전광석화처럼 돌아가며 내린
결론은 노인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감사합니다.. 잘 피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노인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무릎 꿇고
두손으로 담배를 받았다. 물론 나는 디스 담배를 피지 않는다. 이젠 나도 몸이
예전과 달라서 담배도 나름 순하고 냄새가 좋은 멘솔(에쎄)로 바꾼지 꽤 오래되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젊은 친구와 다시 대화를 나누는데.. 조금 있다가 그 노인이
다시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노인이 하는 말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서울입니다>.. 자기가 같이 합석해도 되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기의 얘기를 잠깐만 들어 달랜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에다가 왠지 외로워 보이는
노인의 모습에 <그러세요..>라고 했다. 노인이 오면서 노인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묻는 말에 대답하고 하다보니..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노인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해드리지 않으려고 나름 열심히 상대해 주었다.
그 노인이 그걸 알아챘는지.. 우리보고 자기가 대신 밥값을 계산할테니 그냥
가라고 한다. 나보고 인상이 너무 좋다고 한다.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젊은 친구에게도 착하게 생겼다고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서 자기 앞으로
우리 밥값을 달아 놓으란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
주인에게는 신용이 안 좋은 분인 것 같다. 물론 그냥 나갈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젊은 친구가 눈치도 빠르게 물 가지러 가는체 하며 밥값을 지불하는 것이 보인다.
노인에게 <마음만은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주신 담배 잘 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식당을 나오면서 젊은 친구에게 말했다. <조금은 불편했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그 친구도 <그렇다..>고 한다.
이제 메인 약속 장소인 영등포 역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영등포 역에 도착하니 5시 40분.. 20분이나 남았다. 지상으로 올라와 앉는 자리를
찾아서 담배를 한대 피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약속 장소인 지하로 다시 내려갔다.
저니가 와 있었다. 곧이어 영바모와 용마형님이.. 오늘은 모두 약속 시간을 지켰다.
용마형님이 무얼 먹겠냐고 하시는데.. 아무도 선뜻 메뉴를 선택하지 못한다.
가까운 곳에 보이는 해물탕집에 들어 갔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묘사하지 않겠다. 좋은 얘기들을 했다.
이제는 노모를 찾아 뵈러 가야한다.
용마형님을 비롯한 일행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식당을 같이 나선 후에 인사를
하고 일행과 헤어져 영등포 역으로 걸어갔다.
역 앞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아.. 무지 오랜만에 보는 중고등학교 동창 녀석이다.
시간이 있으면 술이나 한잔 하잔다. 노모집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다음날 일요일에
가도 되지 않냐고 전화하라고 한다. 반강압적이다. 할수없이 전화해서 일이 생겨
내일 찾아뵙겠다고 하고.. 술대신 차나 한잔 하면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밤 10시가 조금 지났나..그때 쯤인 것 같은데..
집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쿠션형님>하며 나를 부른다.
뒤돌아 보니 저니와 영바모다. 오잉.. 그쪽도 2차가 끝난 모양이다.
산본이 집인 저니와 함께 전철을 타고 가면서 또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금방 내려야할 곳에 도착하였다. 나는 2정거장이나 지나쳤지만..
집에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누웠더니 머리 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9월 6일 토요일).. 참 재미있는(?) 날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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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대그시절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