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당구장에 갔었습니다.
몇게임 쳤는 데 한번만 이기고 다 졌습니다. 마음과는 달리 샷이 따라주지 않더군요.
두 사람의 고수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물어 보아서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니라.. 지고 나서 연습하고 있는 꼴이 한심스러운지 먼저
고수 한 사람이 다가와서 잘못된 스트로크에 대한 조언을 해 주더군요.
조금 있다 또 다른 고수가 연습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조언을 듣는 순간 나는 <맞어.. 그걸 왜 잊어버렸지..>하는 생각이
나의 뒤통수를 때립니다. 잘못하고 있는 스트로크가 어느 정도는 고쳐진 줄
알고 있었는 데.. 고수의 눈에는 아직도 문제가 많게 보인 모양입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결국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나보다 하수가 당구치는 것을 관전하게 되면 하수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눈에 다 보입니다.
저보다 하수인 분에게 조언을 해 보면 두가지 타입.. 즉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스타일과 받아들이지 않는 두 스타일이 있습니다.
남의 조언을 안 듣는 사람은 고집이 센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조언을 안 들으려는 이유를 <더 잘 치면 뭘해.. 당구 수를 올려야 되는데
그리고 당구 잘 쳐서 먹고 살것도 아닌데..>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더 잘 치게 되면 좋을 것 같은데..
바둑의 경우도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왕별급 고수와 제가
대국을 한다고 하면 제가 놓는 하나하나의 착점의 의도를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왕별 고수는 빤히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저는 왕별 고수의 착점에 대한 의도를 잘 모르지요.
특히 사활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살아 있는 돌을 몰라서 가일수를 해서 한수를 낭비하거나.. 살아있지 못한 돌을
살은 것으로 착각해서 손을 빼서 어이없이 죽여버리게 되면 결국은 이길 수가
없습니다. 바둑을 두다보면 많은 아마추어들은 복기를 잘 하려 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대국만을 하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복기를 통해서 호수와 악수와
승부처나 상대의 전략을 알려는 사람들보다 실력 향상이 늦습니다.
복기를 안 하는 이유는 <수순을 기억 못해서> <귀찮아서> <필요성을 못 느껴서>
가 제일 많지 않을까..
고수와 바둑을 두고난 후에는 복기를 꼭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든 당구나 바둑만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대화나 세상 모든 일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이왕이면 아는 것이 좋지만 모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전능하지
않은 미완성이기에 어쩌면 모르는게 있는 게 당연합니다.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리어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버 세상이 생긴 이후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잘 아는 사람들만 있는 듯 보입니다.
하수는 별로 없고 고수들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곳에서 쓴 글들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 저보다 더 고수인
분들의 눈에는 제가 얼마나 하수의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까..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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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름뜰
沙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