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난세의 간웅 조조

조조는 젊은 시절 우연히 원소를 만나게 되어 사귀게 되었다. 둘은 서로 의기가 통하고, 죽이 잘 맞아 십년지기 같이 되어, 조조가 모사를 꾸미고, 원소는 조조와 같이 다니며, 싸움, 닭서리, 원두막에서 과일 훔쳐 먹기 등 저자거리의 무뢰한에 못지않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어느 날 시골마을을 지나다 새색시 가마가 가는 것을 보고, 결혼하는 신부를 훔쳐다 겁탈을 하자고 둘이 모의를 했다. 조조가 꾀를 내어 말하기를 가마가 들어가는 집을 확인하고, 혼례식이 거의 끝날 때를 기다려 마을 어귀에 불을 지르고, 헝클어진 머리에 풀어진 옷자락으로 헐레벌떡 혼례식하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외쳤다.

「비적이다. 대량산 도둑떼가 마을로 내려왔다. 근처에 잔인하기로 소문난 도둑들의 이름을 판 것이었다. 혼례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허겁지겁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입구에는 연기가 치솟고, 달려온 두 젊은이는 영락없이 도둑에 쫓겨 온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 어지러운 틈을 타서 조조와 원소가 혼례식장에서 기절한 신부를 업고, 사람들이 없는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여 둘의 신부납치는 성공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마을을 다 벗어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이 파논 깊은 구덩이에 원소가 빠져 버렸다.

원소가 나오려 했지만 사방에 가시덩굴이 막혀 있어 빠져 나올 수 없었다. 그사이 속은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이 손에 손에 쇠스랑이며, 몽둥이, 낫등 무기되는 것을 들고, 두 사람을 뒤쫓아 왔다.

다급해진 조조는 업고 있던 신부를 내려놓고, 원소에게로 가서 원소를 구하려 하는데 도저히 원소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한 꾀를 생각해 내고는 원소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잡히면 비적으로 몰려 맞아 죽을 걸세” 하고 겁을 주고는 몰려오는 마을 사람을 향해서 여기 도둑이 있다.

신부를 겁탈하려고 한다고 외치자 다급해진 원소가 아픔도 잊고 힘껏 가시덩굴을 잡고 밖으로 탈출 하였다.

둘이 도망을 계속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계속 추격을 하자 둘이 도망가는 왼쪽에 큰 호수가 있는 것을 보고는 조조가 또 한 꾀를 생각해 내고는 큰 돌맹이 들어서 호수를 향해서 연거푸 던졌다.

첨벙 하는 물소리가 들리자 마을 사람들이 도둑이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고 외치고 호수를 애워싸서 둘은 무사히 탈출 할 수가 있었다.

위기 속에서 임기응변하는 조조의 능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조조는 이런 권모술수를 구사하여 난세를 주름잡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에서의 그의 행동은 어떠했던가? 정사인《삼국지》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가 군사를 부리고 장수들을 쓰는데 있어서 대개는 손오의 법에 의하고, 때에 따라서는 기계(奇計)를 써서 적을 속여 승리로 이끌었는데, 그 변화함이 귀신과 같았다.

그러므로 싸울 때마다 반드시 이기고, 여기에 요행(僥倖)이라는 것은 없었다.” 즉 용병은 손자와 오자의 병법을 따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싸우기를 자랑으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절을 면밀히 조사해보면 약간 과찬한 대목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결코 상승장군이 아니었으며 몇 번인가 쓰라린 패배를 겪은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조의 위대성은 그러한 패전경험을 살려서 그런 패배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은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난세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장군으로서의 조조는 진두지휘를 잘하는 명수였는데, 그 지휘가 매우 변환자재 하였다.

즉 기회를 잡기만 하면 대뜸 공격해가지만 형세가 불리하면 결코 무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한 판단에 있어서 조조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 있었다.

한편,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원소의 동맹군에 참여하였던 조조는 연주(兗州)를 점거하고 

청주 30만 황건군과 대적하여 싸웠다.

조조의 세는 미약 하였지만 황건군은 조조의 명성에 눌려 쉽사리 조조를 공격하지 못했다. 조조 역시 세가 너무 강하여 황건군을 쉽사리 물리 칠 수 없었다.

싸움이 장기전으로 들어간 가운데 조조에게 중요한 정보가 흘러 들어왔다.

황건군이 목숨만 살려 준다면 모두 조조에게 투항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원소보다 세가 약했던 조조는 즉각 황건군에게 사자를 보내 항복 한다면 목숨을 모두 살려주고 원하는 사람은 모두 자신의 휘하에서 군사로 활동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청주의 30만 황건군이 항복하자 투항한 사람을 선발하여 청주병을 조직하였다. 그리하여 신흥 세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북방에서 유일한 원소의 대항 세력이 되었다.

건안(建安) 원년(196)에 동탁에게 이끌려 장안으로 갔던 헌제(獻帝)가 수도 낙양으로 돌아오자 조조는 바로 헌제를 데리고 허현(許縣, 하남 허창)으로 옮긴 뒤, 천자의 힘을 빌려 천하의 제후들을 호령하였다.

따라서, 조조는 정치적으로 우세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둔전(屯田)을 실행하여 농경을 장려하였기 때문에 날로 그 세력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