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방송이 나오는 위성TV 방송을 설치하기 전까지, 지난 20년간 한국 방송을 거의 안보고 살았다.

친구들이 하도 재미 있다고하니 한번 같이 보자는 아내의 말에 한국 드라마를 빌려서 본것이 여지껏 몇개 않된다... 대발이가 나오는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 그리고 올인 정도 인것 같다. (올인은 차민수 사범 이야기 인줄 알고 빌려보았는데 실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이야기여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서 요즘 나는 지난 공백을 메꾸기 위해 가끔씩 예전의 DVD 를 빌려다 보고 있다.   최근에  아카리님이 소개한 다모, 그리고 디비디 파는 아저씨가 강력 추천해 차마고도라는 KBS 다큐멘타리를 보았는데,  제 2편의  <순례의 길>은 마음 한구석에 강력한 심상을 남기면서 나의 혼을 흔들어 놓았다.

실크로드 보다도 먼저 만들어졌다는 차마고도 茶馬古道...  까까지른 절벽 사이의 좁은 길을 티벳목동들이 조랑말과 야크를 몇주, 몇달을 몰고가  차, 소금, 야크버터, 곡식등을 물물 교환하면서 생계를 꾸려간다.  자동차가 들어갈수없고, 전기가 없는곳이기에 그들은 몇천년동안  조상들이 살아온 그대로의 문화방식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냥 걸어가기도 힘든 2,100 km 의 거리를 몇걸음마다 온몸을 완전히 땅에 대고 절하는 오체투지 五體投地 를 해야하는 순례의 길...  내가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고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얼핏보기엔 미개한 자들의 무지한 행동처럼 보이는 순례의길...
그러나 하루이틀 지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티벳인들의 깊은 신앙심 가슴속 깊이 전해져 오는것 같다.

이런 험한 순례의 길을 티벳의 시골 청년 세명이  할아버지 두명과 함께 떠난다.  할아버지 두분은 리어커에 식량과 텐트를 실고  순례자의 도우미로서 순례의 길을 동행한다.  오체투지를 하면서 고행의 길을 가는 청년들 못지 않게 폐병으로 숨쉬기도 힘든 노인이 리어커를 끌고 가는 모습 역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하루종일 열심히 가봐야 10 km정도... 5 m 마다 한번씩만 절한다고 해도 2천 km 를 가려면... 40만번의 오체투지를 해야 한다. 순례자의 손에는 나무판 장갑을 대었지만 굳은살이 배기고, 가죽 치마를 앞에 대었지만 무릎과 가슴은 죄다 멍들고 굳은살이 덕지 덕지 덮혀 낙타무릎처럼 변했다.

손 바닥에 대는 두툼한 나무조각판은 절하면서 닳아 없어져 오십번을 바꿔야 했고, 앞에 두른 가죽 치마 역시 열개나 헤어지고 닳아 버려 결국엔 무거운 타이어 조각을 붙혀 써야만 했다...

그들은 7개월간의  모진 고생끝에 목적지인  라싸의 조캉 사원에 다다른다...

그리고 사원에 두달동안 더 머무르면서 지난 7개월 동안  절한것이 모자랐는지 20만 번의 절을 더 한다   (     졌다 ~ 졌어)   그리고는  노인과 가장 나이가 어린 순례자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다른 두명은 출가를 결심한다... 

역쉬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 이 맞긴 맞는가보다.  예전에 성철스님을 한번 뵈려면 기본 3천배를 해야 한다고 해서 혀를 내두른 적이 있는데...  이걸 보고나니 삼천배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지니...

그리고 왜 부처님 이마에 점이 있는지 비로소 알것 같았다.  수십만번 이마가 땅에 닿으면서 이마는 까지고  딱지지고 또까지면서 이마 정가운데 두툼한 검은 점이 생긴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도데체 무슨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저런 고행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그러나 순례자들의 기도는.....  자신의 위함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을 위함이었다.....
그 모든 생명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나와 내자식들 잘되라고 기도하는 우리들과는 뭔가 다른것 같다... 우선 차원이 다르다.

고도의 과학과 이기문명 속에 살고있다고 자부하는  우리의 영혼이 그들보다 한참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