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의 등신입니다
나는 어처구니 없는 대한민국의 백성입니다
국민이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있는 것들은 서로가 뒤를 봐주고
없는 것들은 서러운 눈칫밥만 먹습니다
찬 바람이 앞가슴을 타고 등골을 넘어갑니다
북창동 요정집 하룻밤 접대비가 샐러리맨 일년 치 봉급보다 많다는데
서울역 더러운 쓰레기통마다 눈에 불을 켜고 뒤져가는 가난한 주인들이 즐비합니다
백화점 명품코너엔 40억 짜리 상품이 온갖 교태를 부리며 추파를 던지고
재래시장에선 하루에 4만원을 벌기 위해 억척스런 눈에 쌍심지를 켜야 합니다
아,
나는 울고 싶은 대한민국의 노예입니다
국민이라 칭하기엔 구속되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추운 광화문 사거리, 신문사마다 걸린 대형 스크린에서 news가 나옵니다
news는 north, east, west, south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소식이어야 하는데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청와대에서 얄팍한 비린내가 풍겨 나오고
국회에서는 썩은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펜을 내던진 지 오래된 조중동 신문엔 천박한 가식의 잉크 냄새만 베어 있습니다.
아아,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등신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만 찍힌 놈이 무슨 놈의 국민이겠습니까
내가 선택한 대통령에게 버림받고
내가 뽑은 국회의원에게 배신을 당하고
내가 보는 신문의 농간에 놀아나야 하는 상등신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