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김치, 치즈, 청국장...
이 네가지의 공통점은?
네 맞았습니다.
다 먹는 것들이고
전부다 발효된 음식들입니다.
좀 고급스럽고 깊은 맛을 내는 발효음식클럽에는 현대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라면이나 햄버거등 인스탄트 식품은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역시 뭔가 가치있는것, 멋있는것, 깊은 맛을 내는것 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된 후에야 가능해 지는가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뿐만아니라 하다못해 테니스나 골프같은 운동도 제대로 즐길정도가 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해야만 가능해진다.
정말 좋은것은 그맛을 알고 즐길수 있는 수준에 도달 하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친구들에게 김치를 먹여 보면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리고 물을 허겁지겁 마셔대지만 몇년간 함께 김치맛을 배우고난후에는 그 톡쏘면서도 상큼한 김치의 매력을 잊지못해 스스로 매주 한국음식점을 찾아가게 된다.
바둑 역시 최소한 오로 1단 정도는 되어야 바둑의 깊은 그맛을 어느정도 느낄수있지 않을까.. (허험 흐흠 ~ 보닌은 오로 4단임 - 베토벤 바이러스 딴따라 트럼펫 연주자)
와인을 좋아하는 본인은 불행하게도 나의 DNA 유전자속에 술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
아버님도 술을 한잔만 하시면 얼굴이 벌개 지셨는데 나역시 술한잔만 들어가도 얼굴이 벌개지고 취기가 돈다. (어떤면으론 돈 않들이고 한잔이면 기분좋게 취할수있으니 좋은점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래서 독주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친구가 3년전 크리스마스떄 선물해준 쟈니워커 불루는 아직도 반병이나 넘게 남아 장속의 자리만 축내고있다.
술이 약하다 보니 맥주나 와인을 주로 마시게 되는데 십여년전부터 와인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해 요즘엔 레드 와인의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와인의 매력은 한병 한병 모든 와인의 맛과 향, 그특색이 제각기 다 다르다는것이다.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이름의 와인이라도 매해 그맛이 상당히 다르며 심지어는 같은해에 숙성된 와인이라도 어느 참나무통에서 숙성되었는가에 따라 맛이 틀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처음 마셔보는 와인의 병을 딸때 아름다운 아가씨를 품에 안는듯한 환상에 빠져 설레이는가 보다.
처음엔 다 그맛이 그맛같고, 그향기가 그향기 같더니만 10여년간 이런 저런 와인을 마셔보면서 여인의 체취처럼 제각기 조금씩 다 다른 개성있는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포도주에서 느끼는 맛이라고 표현하기엔 뭣 하지만, 쵸코렛, 커피, 바닐라, 각종 민트, 시가, 복숭아, 딸기, 배, 버터, 레즈베리 등등...세미한 각종의 맛과 향이 분별되기 시작하면서 포도주의 매력은 더해갔다.
몇십년된 최고급 불란서 와인은 부른게 값이라고 한다. 갑부들이 한병에 몇십만불씩 하는 와인을 마셨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겉으로는 "미친놈들" 하고 욕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나도 '어떤맛일까... 반모금만이라도 마셔봤으면' 하는 부러움이 생기는것도 사실다.
하지만 나는 여지껏 맛있는 블란서 와인을 한번도 마셔본적이없다. 싸구려 와인들만 마셔서 그런가하고, 한번은 큰맘먹고 거금 삼백불 짜리 블란서 와인을 마셔보았는데 역시 별로였다. 왜그런가 생각하다가 한가지 깨달은것이있다. 내 입맛이 캘리포니아 와인에 길들여져 있기때문에 아무리 좋다고 하는 블란서 와인을 마셔도 별감흥이 없는것이다.
김치 역시 어려서 부터 먹던 엄마가 만들어주는 김치맛이 최고 아니던가...
혀와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인것 같다.
성경에도 고급 포도주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가 행한 첫번째 기적인데 맹물로 포도주를 만든 사건이다.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가 가나안 이란 동네의 한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신혼부부가 돈이 별로 없었는지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다떨어지고 말았다. 예수 어머니가 예수께 부탁을 하자 예수는 마지못해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주었고, 그 포도주 맛을 본 손님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고한다.
너무도 맛이는 최상급의 포도주이었기에...
캬~ 예수가 만든 와인은 어떤 맛이었을까... 반모금만 마셔봤으면 원이 없겠다...
숙성되는 것중 가장 귀한 상품은 바로 원숙한인간이라는 포도주가 아닐까...
제대로 된 인품과 성품의 인간을 만들려면최소한 몇십년은 성숙 시켜야하는데
대부분은 숙성과정중 초 처럼 시어져 버리거나
아니면 차가운 바다속 깊이 매장되어 전혀 발효하지 못한채 일생을 끝내고 만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보통 60 여년은 성숙 시켜야 제대로된 극상품의 포도주가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극상품의 포도주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몇천만명에 하나 정도 나올까 말까 한다니...
신이 와인 맛을 보고 "캬, 정말 오묘한 최고의 맛이로다"
일생을 끝마친후 신으로 부터 이 감탄사 한마디를 들을수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
작가의 말
AKARI
팔공선달
선비만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