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비소 (腎大脾小)

신대비소 즉 몸의 장기중 신장(腎臟)은 크고 비장(脾臟)은 작다는 말입니다.

이는 사상체질에서 소음인의 특징중 하나를 얘기하는 것으로서 신장(콩팥-허리-정력(?))의
기능은 왕성하나 비장(비위-소화기)의 기능은 약하다는 얘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가지 경로로 저의 체질을 감별해 왔던 저는 저의 체질이 소음인임을 일찍부터 알고
내심 다행스럽게 생각해 오기도 했었습니다.

왜냐구요?

아!! 남자로서 체질상 정력이 세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있나요?

아닌게 아니라 저는 비위가 무척 약해 어릴때부터 돼지고기가 밥상에 올라와 있기만 해도
돼지고기 냄새때문에 밥을 못먹을 정도였으며, 소고기라 할지라도 고기에 딸린 기름부위를
먹게 되면 그 즉시 토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체질에 연유한 것인지 저는 결혼후 애 둘 낳고 잘(?)살고 있으며 지금껏 돼지고기나
닭껍질등은 질색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먹는 것에 대한 까탈스러움은 많이 사라져 요즘은 삼겹살 정도는
곧잘 먹는 수준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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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저의 체질에 대한 맹신을 한꺼번에 무너뜨릴만한 사건이 몇해전 제게 일어
났습니다.

거래선에서 상담중 우연히 우리회사 납품차가 들어 온 것을 보고는 양복을 벗어제치고
물건을 옮기겠다고 나선게 화근이었습니다.

거래선 구매부직원들이 그냥 앉아 계시라며 저를 말렸지만 "우리 제품이 들어오는데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느냐?"며 호기롭게 나선데 까지는 좋았습니다.

익숙지 않은 일에 끙끙대며 물건을 들어 올리던 중 저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습니다.

무언가 "뚝"하고 부러지는 느낌과 함께 허리부분에 강한 통증이 왔습니다.

거래선 사장까지 나와서 저를 "사무실로 옮긴다", "찬물찜질을 한다" 하며 북새통을
벌인 끝에 저는 거래처 직원이 모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간 끝에 저는 약 2개월간 정형외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저는 제가 다니던 한의원 의사에게 불만섞인 질문을 했습니다.

"체질론이란거 다 엉터리 아니냐?
소음인의 특징이 신대비소라면 소음인인 나는 허리기능이 강해야 하는데 왜 허리를
다쳐 장시간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었나?" 하고 말입니다.

우리의 현명한 한의사님은 아주 명쾌한 답을 주시더군요.

"소음인은 특히 허리를 많이 다칩니다.
허리기능이 강하다보니 평소 허리를 보하는데는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치게 무리하게
허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 원래 강건한 허리를 지녔지만 후천적으로 약해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본인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랬습니다.

본인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 내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
바로 그런곳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신대비소

비단 건강에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지침으로 삼아야 할 말이라며 가슴에 새겼던 것이
불과 몇해전 일입니다.

요즘 저를 보면 "신대비소"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약해진 듯 하여 스스로 반성이 되는군요.

세상이치 또한 "신대비소"의 이치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휴가를 마무리하며 그저 저를 되돌아보기 위한 글을 끄적여 봅니다.

애기가 여러분들도 모두 휴가 잘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