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이 뽑는 BEST5 (외국 갱스터 혹은 느와르편)

휴가철이군요

점점 나이가 들어 갈 수록 휴가가 그리 반갑지 만은 않군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긴 합니다만 예전과 달리

애들 학원이다 뭐다해서 휴가를 떠나기도 쉽지 않구요

여하간 독자 분들도 휴가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자 한국느와르에 이어서 외국 갱스터 영화편입니다.


1.대부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주연: 마론 브란도

대부는 제가 외국영화편에서 소개한 영화로 새삼 영화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81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서울극장에서 대부를 보고 나온 저를 포함한 남셋 여셋이서 서울극장에서 제기동까지 걸어간 사연을 얘기했었는데 빠뜨린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때는 한창 심야다방이 유행했었는데 종삼에서 신설동까지 걸어온 우리는 눈길에 지쳐 새벽4시경 처음으로 심야다방을 들어가봤었습니다.

요즘이야 PC방이다 노래방이다 해서 밤에도 들어갈 곳이 많지만 그 당시만해도 전통(全統)이 통금해제한지 얼마 안될 때라 새벽에 영업하는 업소는 심야다방이 유일할 때였습니다.

아 참 전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전통이 잘한 것도 두가지는 있다고 봅니다.

통행금지 해제와 올림픽대로 건설

얘기가 계속 갓길로 가고 있군요


당시 커피값이 500원에서700원정도까지 했었는데 심야다방은 1500원인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커피값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상당히 불합리하다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즐겨가던 대구에서 가장 맛있는 우동을 말아내는 미성당의 우동 한그릇이 500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커피값은 조금 분위기 있는데서 마시면 700원이었죠.

당시 P와 만나던 저의 1일 데이트비용은 약 5,000원이 들었는데 그 내역은 이러했습니다.

점심값: 1,000원 (미성당 우동 2그릇)

커피값: 1,400원 (레스토랑 “반줄” 혹은 “고전”에서 커피 2잔)

담뱃값: 500원 (거북선 1갑)

앞산공원까지 가는 차비, 공주식당 막걸리등: 2,100원

이 사실을 안 저희 어머님은 “밥을 비싼 걸 사먹어야지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놈이 어디 있냐”며 저를 나무라셨습니다만 저는 미성당 우동만 먹고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 궁금한 점이 있네요

P도 과연 저처럼 우동을 좋아했었던 것인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2.영웅본색

감독: 오우삼
주연: 주윤발, 장국영

영화평론가 정영일(작고)씨가 조선일보에 주1회 영화소개를 할때가 있었습니다.

정영일씨가 누구냐고요?

‘80년대 “사랑방중계” 라는 토크쇼에 원종배 아나운서와 나오던 안경쓰신 분이라면 기억이 나시나요?

이 분 조선일보에 독특한 색채의 칼럼으로 장안의 인기를 모았었는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문제작(?)들만 소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통속적인 주류영화나 블록버스터는 거의 칼럼에서 다루지 않고 흔히 별5개로 표현되는 대중에게는 인기 없는 유럽영화나 문제작들을 꾸준히 소개해 나오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열심히 애독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전혀 정영일씨 답지 않게 중국영화를 소개하시는게 아닙니까 글쎄!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정영일씨가 거들떠도 보지 않던 중국영화를 소개했을까 하고 읽어보노라니 소개정도가 아니라 극찬을 해 놓으셨더군요.

그 영화가 바로 영웅본색이었습니다.

썬그라스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바바리차림에 성냥개비를 문 주윤발은 이 영화로 단연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랐고 주윤발하면 곧 영웅본색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기도 했었죠.

이 영화의 단하나의 죄(?)를 들자면 그 후 수많은 저질 아류작들을 양산하게 만든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죠.



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주연: 로버트 드니로, 제임스 우드, 엘리자베스 멕거번

원래 세르지오 레오네는 황야의 무법자(1964)로 유명해진 서부극 전문 감독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레오네가 말년에 필생의 역작으로 만든 6시간 짜리 대작이었으나 84년 명보극장 개봉시에는 2시간 짜리로 형편없이 짤린 채 개봉되어 국내 개봉시에는 그다지 각광받지 못한 비운의 명작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그렇게 얘기하시다시피 저 또한 이 영화는 도입부의 발레장면 엿보기가 상당히 인상에 남는 씬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갱의 일원인 맥스와 누들스의 우정과 배신, 데보라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에 실어 그린 갱스터영화의 명작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우정,배신보다는 역시 발레 장면만이 눈에 아련하네요.



4.스카페이스 (Scarface)

감독: 브라이언 드 팔머
주연: 알 파치노, 미셀 파이퍼

스카페이스는 얼굴의 흉터를 말하는 것으로 다름아닌 전설적인 갱 알 카포네의 별명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영화는 원래 1932년 하워드 훅스가 영화화한 작품을 브라이언 드 팔머가 다시 만든 영화였구요..

알 파치노라는 명배우에 후일 거장이 된 올리버 스톤의 각본, 히트작 양산기인 팔머의 연출이 잘 어울러진 명작이었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머는 후일 “언터쳐블스”라는 갱스터 영화의 역사에 남을 만한 또 하나의 명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었죠.

쿠바 난민청년이 암흑가의 거물로 성장해서 비참한 몰락을 맞는다는 영화내용이 실제 알카포네의 일생과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5. LA컨피덴셜

감독: 커티스 헨슨
주연: 러셀 크로우, 케빈 스페이시, 킴 베이신저, 데니 드 비토

LA컨피덴셜은 세칭 느와르 영화로 분류되는 근래 보기 드문 역작이었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각본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의 특색있는 연기, 감독의 계산된 연출은 이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 놓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비평가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시에 별로 히트치지 못한 영화이기도 하구요.

저 역시 별다른 기대없이 단골 비디오가게 구석탱이에 쳐 박혀 있던 이 작품을 단지 제가 좋아하는 킴 베신져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골라보았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구요.

복잡한 구성과 많은 복선은 이 영화를 단순히 따라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영화로 만든 감이 없지 않지만 50년대 미국사회의 부패상(특히 경찰사회의)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어둡고 추악한 실상을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개시켜 나간 명작이었습니다.


킴 베신져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더군요.

제 얼굴은 점점 중년으로 변해 가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퇴근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심히 거울을 보다 거울 안의 낯선 중년아저씨의 모습에 흠칫 놀라는 제 모습이 상상이 가십니까?



무상한 세월이 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