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도 날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 흘러 강이 되고 눈물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만 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에만 남아

  불러 보는 노래는 우리것이 아니지

  시간은 우리의 곁을 떠나니.

나는 61년 겨울에  태어났다. 10년전  나의 부친은 나의 생일날 고향 뒷산이 되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으셨다.  이 시는 61년 겨울에 발표된 시로 제목은 길은 멀어도다. 나의 애송시다. 시인은 허무를 말하고 운명을 말한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운명은 결국 인과 관계의 서사이기에 나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지금 이 순간 당면한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누구보다 허무주의자다. 염세주의라 해도 좋다. 현실의 당면 과제를 중요시 하면서 허무와 염세주의를 신봉하는 나의 몰골은 창백하다. 수년 만에 산속의 집에 돌아와 40일을 면벽했다. 상대가 없어 말을 못했고 원고지가 없어 글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바둑을 알고 부터 수년이 지나고있다. 한 점 재주가 있다면 책읽고 글쓰는 거라 허접의 글을 쓰고 동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즐겁다.

무문관.

문 없는 문이 따로 있던가. 61년 내가 태어나던 때에 한 시인은 인간의 슬픈 운명을 저리도 청승 맞게 노래했고 나는 그의 시어를 따라 어느 하늘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 왔으나 이곳이 어느곳인지도 잘 모른다. 현실은 언제나 밤이고 바다 위다.

아들이 떠나 돌아오지 않는

그 집에 30촉 전등이 희미하다.

누가 밤길을 밟고 와

밥을 지어 먹는가.

하룻밤을 잔 그 아들은 다시

바다로 가 투망을 던질 것이다.

책상 위에 이 시를 한편 써놓고 다시 출향을 했었다. 출항은 허접했다. 바다는 추웠고 파도는 거칠었다. 두번째 돌아온 항구에서 오년전 해어졌던 처자식을 다시 만났다. 꿈결같은 한달이 지난다. 나는 고성이 싫다. 청춘의 한때 그곳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진부령 넘어 향로봉 민통선 빵카(?)작업에 내가 흘린 피와 땀이 징그럽다.

그곳에서 나작인들이 모였다. 안가려했다. 그러나 만석형님 전화가 골 때린다. 시방 뭐하는거여? 지금은 오후 일곱시, 고성으로 달려볼 참이다. 서해의 당진에서 동해의 고성까지 얼마나 먼길인가? 과연 그곳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