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골산모임에서 돌아온지 한달이 지났다. 그간 소라님, 선달님, 박민식님등과 전화를 들이고 받으며 책한권 읽고 글 몇장 쓴것이 전부니 참으로 시간이 무섭다.

나작인은 바둑이라는 지남(指南)밑에 모여 평등과 자유를 나누는 교감의 장(場)이다. 그곳에서 서로를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이 생겨 서로 만나고 해어지고 안부를 묻는 관계로 발전도 한다.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묻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위안이며 자기만족이다. 그것으로 일차 효용을 다하는 것이다. 나작인들의 글쓰기는 자기위안과 자기만족을 넘어 주변의 동인들에게 살짝 오픈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겠다.

나자신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타인을 위한 글쓰기는 그래서 위험(?)하다. 나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돌아와 읽은책은 곽경번의 '장자집석'이다.

장자와 혜자가 '호강(어떤 강)'에 놓인 돌다리위에서 만났다. 장자가 말한다. 피라미가 유유히 해엄을 치는구료.이것은 물고기의 행복이겠지요? 혜자가 까실하게 묻는다. 댁이 물고기가 아니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말하시오?  장자가 답한다.  선생은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 어찌 말하는게요(子非我 安如我不知魚之樂?)

혜자가 대답을 한다. 나는 댁이 아니기에 본래의 댁을 알수가 없지요. 그와 같은 이유로 댁이 물고기가 아니니 댁이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것은 당연한일 아니오.  장자가 다시 답을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請循其本) 선생이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 내게 묻는다는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물은것 아니오? 나는 그것을 이 강위에서 알았다오(我知之濠上也).

이 논쟁은 타인의 마음의 문제로 장자가 물고기의 마음을 알았다한 말에대한 증빙을 요구하는 혜자의 박진감 넘치는 공박을 보여준다. 공박은 자못 치열한듯 하나 장자의 여유가 넘치는 대목이다. 장자는 혜자를 이렇게 평가한다.

덕을 키우는데는 졸렬하고 사물의 이치를 파는데 치열함으로 그가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다(弱於德.强於物其塗澳失)

글쓰기는 혼자만의 것이지만 함께 공유하는 장에서는 혼자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정체성이란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정체성이 존재하듯, 나작인안에서 발표한 글은 이미 정체성을 갖는다. 인간은 독존의 존재다. 시쳇말로 모두 잘난맛에 사는것이고 그 잘난맛 속에서는 아무것도 인정되지 않는다.

하여 우리는 조금 낮아질 필요가 있다. 부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유를 조금 갖자. 이해하고 인정하자.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교만함(?)을 이해하자. 사실 이말은 우리가 인터넷에 글쓰기를 마음먹었을때 이미 각오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