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마문.

3일동안 불식을 하던 달마가 그 다음 7일동안 묵언정진을 했다. 말없이 산보를 하고 말없이 천장을 바라 보다가 풍악산에 내린 눈을 보며  봄이 다가오는 시간을 기다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던가. 그것이 자연의 순환이고 그 위에 몸을 싫은 삶의 이치던가. 달마가 제자들을 불렀다. 무엇인가가 바쁜 운림(雲林)을 제외 하고 세명의 제자가 그의 옆에 둘러 앉았다

'말 하라 깨친바를...'

달마가 세상 인연이 길지 않음을 안 것인가. 스승의  질문을 받은 제자들이 긴장 했다.

'도부는 말하라 깨친바를?'

'제자가 깨친 소견은 문자가 별거 아니나  그렇다고 문자를 지나치게 내 치치 않는것이 선지인가 합니다.

도부가 불집문자 불리문자(不執文字不離文字)를 답으로 내 놓았다.

'선하도다.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도다. 총지야 너는 무엇을 말하려느냐?'

'제가 깨친것은 경희보살이 불국을 보고 다시 보지않은것과 같습니다.'

'착하도다. 너는 나의 살을 발라 갔도다. 혜가야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느냐?'

달마가 혜가를 주시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가 조용히 일어나 네 번 절하고 다시 그자리에 앉았다.

눈내리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얼마나 눈이 내리려나.

'좋도다. 혜가여 사대가 본래 공하고 오온이 본래 공하여 내가 가르친 것이 없는데, 너는 내게서 골수를  빼내 갔도다. 아 아름답도다. 눈부시도다. 이 눈오는 밤이여...'

달마가 제자들의 머리를 한번씩 어루만져 주고  시를 한 수 지어 불렀다. 의발을 혜가에게 내리는 전법게였다.

     내가 본래 이 땅에 온것은

     법을 전하여 미욱을 치우기 위함

     하나의 꽃에 다섯잎이 피어날적에

     열매 또 한 자연(自然)  열리리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대철대오해야 한다. 생명의 진상과 실상을 알기위해서는 어떠한 세상의 형식과 장애에 얽매여서는 안되는것이다. 

2.입춘뒤의 서설(瑞雪).

나는 살고있는 집의  앞산에 있는 암자를 찾아 스님과 차 한잔을 마시며 바둑을 둔다.  한 판 바둑속에 무한 번뇌가 인다. 마침 암자에 전기가 나가 촛불이 켜진다.

나와 스님 사이에  촛불이 탄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벽에 나타난다. 생노병사와는 무관한 그림자다. 그러나 생노병사의 질곡을 안고 있는 실체가 없이는 그림자도 없다. 침묵이 바둑속에 가로 놓인다. 침묵은 시간이다. 시간은 탄생과 소멸의 근원이다. 존재는 근원에서 출발해 근원에 침몰한다. 근원은 시간의 강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텅 비어 크기만 한 시간이 어디로 흐른단 말인가. 흐르는 것은 결국 유한한 생명이다. 그위에서 한 판 바둑이 두어진다.

집으로 돌아와 주역을 펼쳐들고 산대를 뽑는다. 물론 나는 돌파리고 선무당이다. 고독이 길다보니 이 책 저 책 보는 것이며 이것 저것 해 보는거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니  1년 운을 뽑아 보는 것이다.  나의 한해 운세는 비쾌다. 산화비 64쾌중 하나다.

산 아래 불이 타고 있는 상으로 군자는 이와 같은 이치로 모든것을 밝히고 감히 옥사를 밝히지 않는다 '영정지길종막지능야'는  마음을 곱게 갖고 있으면 마침내 능멸할 사람이 없으며 내년 여름 원치 않는 사람이 찾아와 마음 고생이 심할것이라는 암시다.  결국 나는 그 사람과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가 올해의 운세이며 경고인거다.

밤이다. 밤은 깊고 어둠은 칠흑이다. 사방은 조용하다. 조선 후기 사람 '이운규'는 어둠이 세상을 움직인다(影動天心月)했다. 나는 불법을 잘 모른다. 수년전부터 불교소설 한권을 탈고하고도 선뜻 출간을 못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어둠속에서 켜든 촛불 하나로 밤길을 갈수는 없을것이다. 물론 '회남자'의 한 구절이 힘을 주기는 한다. 어두우면 손으로 더듬어서라도 가라는 말이다. 매사에는 저마다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밤이 깊다. 내려놓은 카텐위로 날이 밝는다. 한밤을 밝힌것인가. 세상에는 눈이 하얕게 내려있다. 팔공산에 나작인들이 모이기로 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저 글 읽기 좋아하고 쓰기 좋아한다는 이유로 만나보자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읽는다는 것, 독서인에게는 이런 작은 행복이 있다. 오래전에 입적하신 서옹스님이 주셨던 금강경을 꺼내든다. 물론 나는 불교에는 까막눈이다.

 -관세음보살이  걸어간 그 길을 따라 오온이 공한 이치를 깨닳고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중부감의 반야를 통하여  육근  육경  육식과  사제  십이연  육바라밀의 도리를 깨달아  모든 보살들의 전도 망상을 없애고 마침내 열반을 얻듯이  크고 신비롭고 밝은 반야경을 ,  삼세 제불의 반야바라밀다를 통하여  삼막삼보리를 얻도록  이 세상 어느곳에 가더라도  걸림없이 굴리고 또 굴리 옵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