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手.

이세돌과 박영훈의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방관자(傍觀者)의 손에 땀을 죄게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박영훈에 몰빵(?)을 해 놓고 지켜보던 나는 박영훈이 유리하다는 최철한 유창혁의 해설을 들으며 한판 건지는 줄 알았다가 역전을 당했다. 박영훈을 믿은 이유는 간단하다. 박영훈이 이국을 승리한 후 삼국도 자신있다한 인터뷰를 보고 그가 기세(棋勢)가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절정고수들간의 대결에서 자신감은 큰 자산일것이다. 하옅든 고수들의 대결은 예측불허다.

高.

갑골문 금문에 다 보인다. 높은 루각을 그린 상형자다. '설문'은 고는 높은 루각이다 했다.옥편은 높을고다.

手.

갑골문에 보이지 않는다. 금문에는 보인다. '설문'은 手는 손이다 상형자다 했다. '단옥재'는 손을 펴면 手고 죄면 拳이다 사실은 한글자라 했다. 옥편은 손수다.

고수는 바둑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쓰인다. 나는 글쓰기가 취미인 탓에 문장의 고수에 관심이 있다. 한문을 어려워 하기에 동양의 문인들에 애정을 갖고있다. 나는 동양의 문인들중 왕사임(王士林)을 고수로 안다. 그는 명말청초를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문장을 한번 보자.

- 또 밤안개가 층층이 고기의 뱃살처럼 하얗게 불쑥 일어나더니 은홍색의 화로를 뚫고 들어갔다 나온듯 금빛으로 반짝인다.(又有夜霧數層鬪起如魚吐白穿入出爐銀紅中金光火昱) 천지산천과 구름과 햇빛이 달궈지고 증발되어 엉키며 서로 돋보일때 대저 저리 큰 색채로 무엇을 그리려는가(蓋是際天地山川雲霞日采) 바다의 신기루를 시기하고 번개를 능멸하고 싶어 이 아름다운 색채의 구름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배를 타고 있는 우리들의 설래며 ��어지는 마음을 엿보고 우리들에게 글재주를 주어 천지산천의 시시각각한 변화를 묘사케 하려는 것인지.(將亦謂舟中之子旣有蔣胸決毗乞解賞式假爾以文章)

명말청초 중국에는 이반룡 왕세정등 발군의 문인이 나왔고 그들은 왕사림과 같은 문장을 구사했다. 이 문장은 하나의 문풍이 되어 단숨에 한중일의 문단을 휘어잡는다. 조선의 문인들도 이 문풍에 훔뻑 빠져든다.

-바다밖의 뭇산에는 저머다 작은 구름이 피어 올라 멀리서 서로 응하며 마구 독기를 품어 내고 있었다. 간혹 번갯불이 무섭게 번쩍거린다. 해 아래에서 우루루 꽝꽝, 천둥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지나며 사방이 온통 어둠에 갇혀 한치의 틈도 허락치 않는다. 그 사이로 번개가 번쩍여 겹겹한 주름이 잡힌 천송이 구름과 만송이 잎파리가 보인다.

박지원의 문장이다. 왕사임의 그것과 난형난제다. 고수의 수준은 바로 이런것이다. 범인은 죽었다 깨나도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는 어떤것이 있다. 9급 바둑이 9단 바둑을 알수 없듯 나같은 하급 문장은 열번 죽었다 깨어나도 쓸수 없는 문장의 경지가 바로 이런것이다.

왕사임과 박지원의 문장은 달리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눈이있고 마음이 있으면 누구나 느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대 스스로 대학자였던 정조는 그렇지 않았다. 정조는 이런류의 문장이 세상을 망치는 악의 종자로 본다.  서학(천주교) 보다 더 나쁜것이 이런류의 글쓰기라 규정하고 단속을 하기도 한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나는 고수가 못되기에 정조의 눈을 짐작하지 못한다.

고수는 스스로 되는 경지일것이다. 죽을 힘을 다하는 노력이 없이는 언감생신일것이다. 이세돌과 박영훈의 바둑을 보며 그런것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