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읽는  밤.

마당에 웃자란 쑥대풀이 은자의 생활을 고슬란히 반영 하는데 빈집의 인적이 있는 것을 알고 지역의 곰들이 찾아와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나눠어 마시고 잠이 든다. 지난 겨울 부터 금년 겨울까지 오늘까지 1년여를 점책을 붙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시지 못하는 술이라 비몽사몽  밤 잠을 설치고 잠결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눈발이 들이 치고 나는 평상 앞에 앉아 주역을 꺼내 든다.

ㅡ 包蒙吉納婦吉子克家.

몽괘는 주역의 4괘다. 주방장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며느리를 얻어 길하다는 괘다. 자식이 자라 가정을 이룬다니 좋은 일이다. 납부는 '이아'에서 아들의 아내라 했고 '두예'는 '자극가'를 자식이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 했다. 포는 장자가 말한 칼 잘 쓰는 백정, 또는 주방장을 말한다. 몽을 시경은 판수 장님 노래 하시네라 했고 '설문해자'는 몽은 어린 아이의 밝지 못한 상태라 했다. '진어'는 어두운 사람의 밤길 행차라 했으니 좋은 일은 아니다.

이 겨울의 중심에 펼쳐든 나의 일진이 몽괘, 어두운 밤길을 나선 장님의 행차라니 이미 나의 한계를 암시 한다. 지난 1년동안 한국 바둑사 한권과 또 다른 소설 한권을 출간 했으나 그것은 몽괘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태양이 뜬 곳에 반딧불 두 마리를 잡아 들고 나선 셈이니 무슨 공이 있고 득이 있으랴.

일찍 주역을 알았다. 안 김에 잘 알자고 주역 한권을 통채로 암기를 했다.  '공자' '주자' '정이'의 주역 논설을 읽고 권근 이황 이이 서경덕 한원진 정약용의 주역대의를 순차적으로 읽었다.

이곳에 주역을 연구한 국내의 22편의 박사 논문을 참조 하고, 야산 이달, 대산  김석진등 재야의 고수들의주역을 다시 반복 하여 읽었다.

서경덕은 주역을 통하면 세계의 근본 원리를 알수 있다고 한다. 한원진은 주역은 상을 통해 도를 들어낸 것이라 한다. 주역을 상징적 의미의 전달 체계로 이해한 사람들이다. 정양용은 역을 자연의 운행 과정을 표현 하는 기호와 언어라고 단정 한다. 이들은 '정이'의 의리역파다. 주역을 단순한 점술로 본 상수학파는 이들과 조금 다른 해석을 한다. 그러나 그들의 해석은 결국 개인 개인의 세계관으로 귀결 되어 한곳으로 모인다.

너와 나의 세계는 다층적이고 자의적이기 마련이다. 너와 나의 세계가 다층적이고 다의적인 의미이기에 천변만화를 한다. 이 천변만화속에 너와 나는 공유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 무엇인가라는 공유속에 주역의 기능이 있다.

오랜만에 출판사를 찾았다. 도덕경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은 워낙 많이 나온 책이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가 없었다. 원본은 백화문으로 된 중국 책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나온 현암사의 도덕경을  갖고 있다. 그러다가 도올이 하도 유명 하여 노자와 21세기를 구해 읽고 웃고 만적이 있다. 나는 도올의 한문 실력을 믿지 않는다. 그가 해제한 '금강경' '육조단경'등의 불교 서적을 보고 알았었다.

도올의 도덕경은 한문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엉터리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책이다. 도올의 한문 실력은 40점 정도 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의 도덕경이 한문 실력을 뽐내기 위해 쓴 것이 아니기에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ㅡ 道可道非常道明可名非常名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故常以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激此兩者同出而異名

    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

도를 도라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이름을 이름 지으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이름이 없는 것은 천지의 처음이라 하고 이름이 있는 것은 만물의 어미라 한다. 그러므로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보고 늘 욕심이 있으면 그 가장 자리를 본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은 것이다.

사람의 앎으로 나와 이름만 달리 했을 뿐이다. 그같은 것을 일러 가믈타고 한다. 가믈고 또 가믈토다. 모든 묘함이 이곳에서 나오지 않는가.

도올은 도덕경 첫장을 이렇게 번역 했다. 이 글은 아무리 읽어도 문리(文理)가 없다. 어렴풋이 그 뜻을 유추 할 수는 있겠으나 선명 하게 다가 오지를 않는다. 노자의 원문이 이렇게 오리 사리한 것이

아니라면 번역이 깨끗 하게 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도올의 도덕경은 이미 어떤 아줌마와 몇분의 학자들의 지적을 받은바 있으니 넘어 가자 다음은 조선 후기의 학자 박세당의 신주 도덕경의 해석이다.

도라고 해서 도가 될 수 있다면 상도가 아니다. 명이라 해서 명이 될 수 있다면 상명이 아니다. 무명은 천지의 시작이며 만물의 어미다. 그러므로 상도와 무명에서(모든 현상을 포함 하는 지극한 이치)  묘함을 보고 상명과 유명에서(하나의 이치에 근원을 두고 있는 지극한 현상) 드러남을 보려 한다. 이 두가지는 같은 곳에서 나왔으나 이름은 다르다. 그러나 똑 같이 현묘하다고 하니 현묘 하고 현묘 한것 그것이 모든 묘함의 문이다.(박세당의 한자 해석을 필자가 다시 한역했음을 감안 하고 읽으시기를)

그렇다. 이 해석의 차이가 박세당과 도올의 차이다. 박세당이 노련한 전문 치과 의사라면 도올은 얼치기 야메 업자(한문 실력만 볼때)다. 도올은 위대한 철학자요 사상가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얼마전에도 그가 강의를 하는 교육방송을 열심히 본적이 있다. 그런 그가 한문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깊이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박세당은 노자의 도를 본체로 명을 작동으로 이해 한다. 도는 명을 작용으로 하고 명은 도를 본체로 하기에 이 둘을 분리 하여 생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만으로 도가 된다면 작용이 없어서 본체 스스로 기능 할 수 없기에 상도가 아니고 반대면 상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올은 이 요지를 한자의 자구 해석만 겨우 늘어 놓고 도덕경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수많은 동서양의 잡다한 설을 끌어다 말 잔치를 한 참 벌이고는 그만이다. 도덕경은 없고 동서양의 여러 지식만 가득 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인정 해야 한다. 도올로 인하여 노자의 열풍이 불었고 동양 철학의 바람이 불었다는 사실이다. 한문 실력 40점은 사서를 주언 부언 해독 하는정도다. 그런 도올이 한문 100점 짜리(?)들 천 명이 못한 일을 한것이다. 그렇다면 한문의 100점 짜리들은 잘 하고 있나?  아니다 이 양반들은 더 웃긴다. 나는 한국바둑사를 쓰면서 이 사람들의 허접한 추태를 보았다. 거의 무차별적 고문 독서와 원문 대조를 하다 보니 책 한권에 오역을 잡는 교정본이 한권이 될 정도로 엉망 자체였다.

오역은 80년대 90년대 나온 책들이 특히 심했다. 고전 국역본이 장사가 되던 출판계의 상황이 맞물려 이놈 저놈(?)이 마구잡이로 번역한 것들이 대학 교수들의 이름을 달고 쏟아져 나온 탓일것이다.

대학 교수나 전문 학자들의 번역서를 믿지 못한다면 도데체 독자들은 어떤 책을 보아야 하나. 연전에 한 대학교수가 저질 한문 번역본의 문제점을 실날 하게 공박한 책을 낸 이유를 알겠다.

공부는 모든 것을 의심 하는데서 시작 된다 했다. 이 번역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심 속에서 한국 바둑사를 생각 했다.  물론 내용이야 시원 찮다. 나의 한문 실력이야 천자문을 겨우 해독 하는 실력이니 무슨 기약이 있으랴. 성공이 있다면 주역의 몽괘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안다. 지금 나라도 말하지 않으면 한국 바둑사에 곰팡이 처럼 피여 있는 온갓 오역이 수십년은 더 간다는 것이다. 누군가 발 벗고 나설 그 사람을 위해 징검 다리는 놓아야 하겠다는 것이 잘못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