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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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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가 하나 (2)
2024-01-08 오후 8:50 조회 3363추천 4   프린트|스크랩

아귀 탕 집에도 아내는 없었고, 구의 경계를 넘어선 가장 북쪽의 자장면 집에도 아내는 없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 쪽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길 건너편의 숯불갈비 집을 살펴보았으나 정기휴일인지 불이 꺼져있었다. 


이제 이쪽에 남은 집은 단 한군데뿐이었다. 백반 집이었다. 

백반 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전에는 다른 장소에서 홍어 집을 열었었다. 

영태는 홍어회를 좋아하였다.

 어릴 때 잔치 집에서 어쩌다 먹는 도라지와 함께 무친 홍어회는 참으로 맛이 있었다. 

그러나 영태가 진짜로 좋아하는 홍어회는 흑산도 홍어회였다. 

첫 직장에 근무할 때 술을 좋아하는 동료들과 어울렸다. 

세 명이 소설속의 삼총사처럼 어울렸고, 그 틈에 달타냥 마냥 영태가 끼어들었다.

 세 명은 모두 술에 관한 별명이 있었다. 

푼다푼다, 푼다깬다, 푼다운다였다. 

한 명은 술을 마시고도 또 계속 마시어서 푼다푼다란 별명을 얻었고, 또 한 명은 술을 마시기만 하면 무언가를 부수어서 푼다깬다란 별명을 얻었고, 마지막 한 명은 술을 마시면 꼭 울어서 푼다운다란 별명을 얻었다. 

그 중에서 영태는 두 번째 동료와 유독 친하였다. 

영태보다 더 나이가 많은 형뻘이었지만 마치 친구처럼 둘은 잘 어울렸다. 

그 동료가 술에 취하면 뒤치닥거리는 영태 몫이었다. 

길거리에 취해서 누워있는 동료를 온갖 악담을 해가며 깨워서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술에 취해서 기억을 못하는 줄 알았지만 이튿날이면 “너 이놈, 나에게 악담을 퍼부었지?” 하며 혼을 내었다. 

시위 전력이 있든 그 동료는 경찰을 무척 싫어하여 통행금지에 걸릴 지경이면 붙잡히어 파출소에 가느니 아예 노숙을 하겠다며 숲으로 기어들어가곤 했었다고 하였다. 

그 동료의 소개로 영태는 톡 쏘는 흑산도 홍어회 맛을 알게 됐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영태는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흑산도 홍어회 맛에 끌렸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영태가 시골의 구수한 냄새를 잊지 못해서였을까? 

직장 주변의 홍어 집에서 둘은 자주 어울렸다.


영태는 중매로 결혼 하였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날 영태는 그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서럽게 운 기억이 있다. 

나이가 많으면서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총각시절의 자유로움이 이제는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영태는 아내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총각은 나이가 먹으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하였다. 

신혼초기의 달달한 생활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내와도 한참동안 서먹서먹하였다. 

그러나 딸과 아들을 낳고, 세월이 지나면서 정이라는 것이 쌓여서 그런지 이제는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가 되었다.


백반 집 아주머니가 홍어 집을 운영하고 있을 때 영태와 영태의 아내는 가끔씩 그 홍어 집에 들렀었다. 

영태의 아내는 홍어회는 먹지 못하였지만 홍어 찜은 즐겨먹었다. 

삭힌 홍어로 요리해서 그런지 홍어 찜도 제법 톡 쏘는 맛이 있었다. 

미나리가 그 쏘는 맛을 다소 중화시켜주었다. 

홍어 찜을 시키면 홍어애탕이 서비스로 나왔다. 

영태는 그것도 아주 좋아하였다. 

홍어 찜은 대부분 아내에게 양보하고 애탕만으로도 밥 한 공기와 막걸리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영태는 홍어 집을 아주 좋아했지만 그 홍어 집이 잘 되는 편은 아니었다. 

아내와 둘이서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손님들을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아주머니가 홍어 집을 그만두고 백반 집을 다시 열면서 백반 집은 아주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항시 손님들로 북적 북적거린다. 

이 백반집이 있던 자리는 전에는 칼국수 집이었다. 

영태가 지나가다 보면 어두컴컴한 식당 안이 항상 텅텅 비어있었다.

 다소 외진 곳이라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인수하고 나서 조명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 후에 골목 일대가 아주 환해졌다. 

밝은 조명 탓인지 아니면 아주머니의 요리솜씨 덕분인지 식당은 아주 잘 되고 있다. 

지나가다가 손님들로 꽉 들어찬 식당을 보면 영태의 마음도 덩달아 뿌듯해진다.


그 백반 집에도 아내의 모습은 없었다. 

절망감이 밀려왔다.

 이제는 동쪽과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런데 시간이 벌써 한 참을 지났으니 아내가 그 쪽의 어느 식당에 들렀더라도 이미 식사를 끝내고는 어디론가 다른 데로 발길을 돌렸을 것이 아닌가? 

만약 우리 동네를 벗아 났으면 어쩌나? 

걱정과 함께 이번에는 후회가 들었다. 

공연히 오기를 부리다가 생고생을 하는 중인 것이다. 

다음에는 절대로 아내가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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