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에 접어들어 이젠 쌀쌀한 기온이 감도는 주말
그 친구와 난 하루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문귀를 정리했다.
온갖 머리를 짜내어 판사에게 보여줄 피고의 답변서 였다.

우리가 보낸 내용증명에 다 명시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한 글일수 밖에 없었다.

불리한 입장에서 난 내가 써줄수 있는 사실 그대로와 누가 보아도
타당성있고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했다.

그에 비해 상대의 답변서는 대단했다.
회신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부터 피해보상을 요청하는 내용, 피해
원인과 사유, 견적서 2통등 법률용어가 가득 들어간 그 부피는
책 한권의 두께였다.
내가 다 볼수도 없고 흩어만 보는데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상대는 모든 것을 제껴두고 두어달간 그 일에만 매달린 듯 보였다.

둘이 고심해서 쓴 A4 두장의 답변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같았다.
하지만 너무 실망만 할 수는 없었다. 법이 내용을 파악해 주고
공정하게 판단해 준다면 ,, 희망은 있었다.

물론 법관도 인간이며, 실수를 하지만
최소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가려 주기만 한다면
우린 그걸 믿는 수 밖에 없었다.

또 한편으론 사법부와 권력이 결탁하고, 권력이 남용되고
뇌물에 의한 잘못된 판결이 사라지지 않는 후진국형 법이 아직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열흘쯤 지났나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법정에 제출한 답변서와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원고와 피고의
합의하에 판사의 판결이 있기전 서로간에게 공정한 해명 기회를 주고
그 친구는 구제되었다.
별 피해없이 아주 공정하게 판결된 것 같았다.

난 내가 가졌던 처음의 생각(진실은 어떤 모함과 불의를 뛰어넘는)과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법이 아직 살아 있슴에 대해 감사했다.

약 2년에 걸친 민사 소송에서 그 고민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끙끙앓던 당사자인 그 친구는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
난 유일하게 내게 고민을 털어놨던 그 친구에게 작으나마 보탬이 된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 야 ! 너 밥한끼 사라 ! ”
“ 물론이지 다음주 일요일 같이 식사하자 ! ”

그 친구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밥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