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속에서 생의 기나긴 끈을 잡고,,

정말 모진 생을 마감 하던 날은,, 비가 무척이나 나리던

늦여름이 찾아오는 아침나절이었다.

생에서 고귀함과 천함 , 빈부 , 명예와 미천함  이따위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 현실과 이승에서는

피할수 없는 것들 이겠지만 , 님이 가시는 그

끝자락에선 정말 터럭만치도  티끌만치도 관련이 없었다.

400mm 집중 폭우에 논과 밭 그리고 군데군데 집들이 잠겨가는

호남평야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를 달려가면서

난 잠시 멍한 생각에 잠겼다. 이젠

님을 다시볼 수 없다는 거 ,,  이게

피할수 없는 인간사이고 필연이라면 난 바로 이순간

난 후회 않할 자신이 있을까 ! 하고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단 걸 깨닫는데는 단 일초도

걸리지 않았다.

눈물이 나려는 걸 참고 감정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창이 들여다 보이는 입안실에서

까만 옷을 입은 아내는 무척 슬퍼 했다.

무명 베 옷을 곱게 동여메고 핏기 가신 얼굴에 곱게

화장까지 하신 장모님은 퍽 편해 보였다.

가로 20cm X 30cm 의 작은 오동나무 box 에 님의

고운 분신을 담고 산을 올랐다.

무등산이 저기 저만치 보이는 어느 산 중턱에 서서

하늘을 보니 무척이나 푸르다.

논과 밭 그리고 성냥갑 만한 집들이 보이는 이지점에서

말이 없는 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계실까 !

북망산에 오르기전 어느 주막에서 모든 걸 잊게하는 술을

마신다 했으니 그런 걱정은 부질없는 것이라 ,, 위안했다.

님의 옷가지 몇벌과 축문을 불사르며 이젠 난 내가 살고있는

현실로 돌아간다.

누가 안볼땐 신호 위반을 하며 ,  동료를 짓밟기위해 공격적인

인신공격과 잔머리를 굴리며 ,  돈을 덜내기 위해 다 큰아이를

5세라고 속이며 입장하며 , 야밤에 남의 차를 받아 놓고도 도망치며

좀 있는 사람에게 굽신거리며 하찮은 상대를 무시하며 ,, 그렇게

거시기 ,, 그 세계로 가야한다.

내가 미래의 어느날 그 수순에 의해서 그대로 가야할 그 길을

먼저가신 그 님처럼 난 

다음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