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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재해지역을 다녀오다 |
| 글쓴이 aichi 조회 2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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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머리가 무거웠다.
하긴, 지진 재해지역에가서 수많은 영혼들을 만나고 왔으니.
지난 10일부터 열흘간 여름휴가가 있었다.
매년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처갓집엘 갔었는데 올해는 지진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처갓집 앞바다가 진원지였다.
지진 발생이후 한 달 동안은 아무 연락도 되지 않았다.
전화도 안되었고 현지에 갈수도 없었다.
그냥 TV만 보면서 전화가 걸려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저녘 8시.
언제나처럼 큰 차를 빌려서 출발했다.
토쿄를 한 밤중에 통과해야 이어지는 토호쿠센(東北自動車道)을 막히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여름휴가는 일본의 명절인 「오봉(양력 8월15일)」과 항상 겹쳤다.
고속도로는 귀성객들로 만원인데 올해는 지진후 첫성묘라서 더 붐비는것 같았다.
토쿄를 지나자마자 발목을 잡혀버리고 말았다.
피곤해서 두세시간 쉰것이 원인이었다.
휴게소는 입구에서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고 도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처갓집인 미야기현(宮城県)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 도착한 것이 오후5시였다.
미나미산리쿠 시즈가와쬬(志津川町).
일본 동해대지진의 진원지이며 일만 오천명의 인명피해를 낸 곳이다.
직경 2킬로미터의 작은 마을은 몇 몇 건물만 남아있을뿐 거의 평지였다.
올 때 마다 수박을 사고, 맥주를 한 박스 사고, 낚시 도구를 사고, 불꽃놀이를 구경하곤 하던 곳이 허허 벌판으로 변해 있었다.
군데 군데 부서진 건물의 부스러기를 쌓아놓은 쓰레기산이 보였다.
TV에서 보던 흰색의 시즈가와 병원도 3층 이하는 거의 파괴되어 있었다.
병원 3층에 입원해 있던 아내의 친구 어머니는 행방불명되었다.
15일 하루 시간이 있었길래 볼란티어 신청을 하러갔더니 오봉이라서 쉬는 작업장이 많은데다가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더 많아져서 새벽부터 줄을 서도 일거리가 없을것이라 한다.
올해도 불꽃놀이를 했다.
지반이 70센티나 내려앉은 폐허의 작은 마을 한 가운데서 2000발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금이 2천만엔이 모여져서 가능했다고 한다.
처갓집은 언덕 높은곳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쓰나미의 피해는 없었다.
목조 2층 건물이지만 진도 7의 강진에도 큰 피해없이 버텼다.
처형은 다니던 어협이 없어졌으므로 직장을 잃었고, 동서 형님은 가리비 양식장이 배 두척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걱정이 되어서 쌀과 양식을 가져갈려고 했었는데 남아돈다고 해서 빈손으로 갔더니 말 그대로였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전기도 수도도 개통되어서 생활에는 불편이 없었다.
일순 바닷물에 잠겼던 밭에는 콩과 토마토, 가지등 작물이 예년과 다름없이 자라고 있었다.
실업수당이 월급만큼 나오는데다가 지금껏 양식하면서 모은돈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생활걱정은 안해도 된다고하는 말에 안심은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이웃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 마을에 내려서 조금 걸어 보았다.
오고 가면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은 곳이다.
길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서 자기집을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 오늘이 오봉이었지....
향이라도 피우고 싶었지만 복구지역에 가서 물끼얹는 행위가 될까봐 그만 두었다.
이번 재해를 천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자연 재해일 뿐이다.
그리고 일본은 그런 자연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지역이다.
한 때는 나쁜짓도 했고 지금도 미운짓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은 선진국이다.
제도와 법도 그리고 질서와 기술정신등 아직도 우리나라가 배울점이 많은 나라이다.
재해지역에 가서 오히려 지원을 받아왔다.
예년과 다름없이 쌀 한 포대와 감자, 양파등 야채 두 포대, 그리고 애들 용돈까지 수북이 받아왔다.
부모의 마음은 한국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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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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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19 오후 11:32
[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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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일본.
그들의 정치적 얼굴과 평범한 시민의 얼굴이... 개인적으로는 모두 배울 게 많은데. 그참.
 aichi
08-20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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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에서도 별종 민족입니다. 20년을 살아도 이해가 안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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