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님을 처음으로 만난때는 29년전 이맘때였다.

종로의 어느 찻집에서 결혼전 딸의 애인이 누구인가 대면에서

내가 예상했던 모든 것을 빗나가게 한 것은 수수한 시골아줌마 같은

인상뿐 아니라 어머님의 첫 한마디였다.

“ 부족하지만 내 딸을 잘 살펴주오 ! ”

연애 결혼에서 어쩔수 없이 피할 수 없는

어느 놈팽이가 귀중한 내딸을 데려다 얼마나 고생 시킬는지

가족은 어쩌구, 학벌 어쩌구 , 키 어쩌구 , 직업은 뭔지,, 로부터

탐색 작업(?)이 전혀없는 그건 정말 우리 어머니와는 너무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 많은 일들이 지나가면서 ,,

처가와 장모님의 단면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저 평범한

한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럴듯한 장모님 이셨다.

조금 특별하다면 처갓집에서 올라 갈때면 바리바리 싸준다.

특히 김치를 담가서

배추김치 , 열무김치, 갓 김치, 동치미까지 차 트렁크에 넣고

달리다 보면 김치국물이 넘쳐 흘러서 며칠간은 차에 냄새가 진동하곤 했다.

고개길 넘어 첫 집인 까닭에 5.19항쟁 때는 광주에서 피난민들이 들어와

그들을 먹여주고 잠재워주고 해서 후에 그들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다른 어머니들과 마찬 가지로 정이 많고 , 손 크고 , 부지런한 어머니 였지만

뭔가 고민이 있는지 ? 시장에 가면 여기저기 빙빙 돌다

맥주 한잔을 걸치고 친구분과 수다를 주고받다 들어오시곤 하셨다.

선거철만 되면 힌 봉투(지금은 선거법 위반)를 들고 면 , 리, 아주 작은

동네 집을 찾아 다니며 인사를 하러 다니셨다.

그런 모든 기억들이 추억으로만 잠겨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장모님은 병원으로 부터 약 한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뇌수술을 받은지 5년만에 병명을 알수 없는 여러 합병증인 듯 싶었다.

물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종합병원에선

각종 검사에다 x-ray C.T 게다가 독한 약물 투여로 웬만한 사람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넘어서 이젠 천국으로 가는 날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살아서 잘 해야지’

정말 이 낱말은 쓰긴 쉽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도 하긴 쉽지 않다.

항상 후회가 따르는 것이 꼭 님이 떠난 후이다.

이건 정말 잘 모르겠지만 ,, '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란

이상한 어귀로 자신을 기만하며 , 위로하고 싶어하는게 바로 나인가 !

2주 만에 장모님 병간호를 하고 온 와이프는 무척 상심하고 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잘 안다.

얼굴도 초취하고 말라버린 와이프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며

빌었다.

고통없이 이 세상 끝까지 가시길 마음속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