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볼 수 없다.

판잣집과 블록담장사이 불과 사람하나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길이 끊기고

곧바로 낯선 풍경이 마주친다. 마당에 빨래가 널려있고

툇마루가 보인다.

상수동, 아현동, 사근동, 청량리, 숭인동, 석수동, 미아리,,,

어딜가든 언덕빼기에 어김없이 깔려있는 골목길은

포크레인의 굉음과 함께 사라져 갔다.

부산에서,목포에서,강릉에서, 장항에서 검표원을 피해 무작정 상경에

몰래 탓던 꽁차(?)는 300킬로로 달리는 KTX에 의해 이젠 물 건너가 버렸다.

미술시간에 하얀도화지 위에 그렸던 산, 시내, 들판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눈익은 풍경이었다.

광우병, A1, 인플루엔자에 조류독감까지 유행하더니

우리곁에서 소 닭 돼지들이 사라져 버렸다.

누군 풀과 식물을 먹어야할 가축에게 동료인 동물성 사료를

주어서 그랬다더니 ,, 그렇다 해도

논과 밭까지 씨를 뿌리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

보리자락이 바람에 출렁이고 동네 주민 모두가 모여 스타킹을 신고

모내기 하던 들판에 이젠 잡초만 무성히 자란다.

지금도 도시로 쫏겨온 아이들은 산 과 들의 그림을 그릴수 있을런지,,

이젠 들을수 없다.

명동거리는 항상 붐빈다.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그곳엔 음악감상실과 음악다방들이 있었다. 물론 '쉘부르'‘쎄시봉’도

그중 하나다. 손님들의 신청곡을 적은 쪽지를 받아 DJ 는 음악을

들려주곤 했다.

그때 나온 음악들은 젊음을 발산할 수 없었던 어두운 시절

마음속에 쌓인 뭔가를 터트리는 절규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고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쏟아져 나온 다양한 장르의 음악속에서

아름다운 노랫말에 서정적인 곡조는 비, 원더걸스, 소녀시대등

빠른곡들에 의해서 전설이 되어 갔다.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랩에다 현란한 춤동작들이

지배하는 세계에 반기를 드는

최고의 시청율로 상한가를 치던 ‘나는 가수다’는 한순간 판단미스로 인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잊혀져 가는

가수들의 환상적인 화음과 혼신을 다해 부르는 열정은

새로운 감동을 준다고 느꼈다.

mp3를 무제한 down 받았던 소리바다, edonkey등 p2p 싸이트들

마져 원천 봉쇄되며 그 노래들을 듣는것 마져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탄생과 함께해 온 노래와 춤은 이렇게 변화해 가나보다.

이젠 느낄수 없다.

쥐꼬리 만한 봉투를 받아들고 그래도 좋아했던 월급쟁이의 봉급일

77번 버스에 내려 홍시 몇 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며

잠시동안 느꼈던 그 기분,,

어쭙지 않은 회사 마크를 윗옷에 달고 그래도 회사를 위해 뛰겠다고

비가 억수같이 나리던 날 우산도 없이 현장으로 뛰어다니던 그 프로정신을

연봉제가 정착된지 약 20년

그 누구도 소속된 일터에서 끝까지 일할수 있으리라 생각치 않기에

이미 내코가 석자 인지라 직장인들은 자꾸 잃어만 간다.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그리고 미술학원도 없던시절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을 잘 낳지 않는

구라파의 선진국들을 제치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것은 본능에 충실치 않아서가

아니라 학비를 대지 못하고 키울 능력이 않되는 사회 환경 탓이라니

이건 누가 누굴 탓할수 있는 문제가 아닌 안타까운 일일 뿐이었다.

강남엄마 ,,,, 란 연속극에서 공부노예가 된 젊은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가슴 아프게도 고 3이 되도록 성인영화를 몰래보고 기타를 치던

7080시대의 검은 교복과 자꾸만 오버랩 되는건 왜 일까 !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 시내버스 앞 자리에 앉아 빗줄기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왠지모를 슬픈 감정에 사로잡혔던 그 느낌과

친구와 같이 교정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던 은사시 나뭇잎이 힌색과 진녹색으로

유난히 반짝거렸던 기억과

안개가 가득한 삽교뻘 뚝길에서 내 눈에 비친 모든 것이 희미하게 비치는

두줄기 길과 내자신 뿐이란 것을 느끼던 그것마져도 ,,,

강인하고 좀더 빠르게 경쟁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빼앗길까 두려워 진다.

난 오늘도 어김없이 스모그가 가득한 , 빽빽히 들어선 회색건물 사이로

차량이 쉼없이 내는 굉음을 들으며 도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