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年과 눈물

눈물이 턱 없이 많아진다.

세간 부잡스러움과 무관하게 묵묵히 말없이 뛰기만 해서 눈 여겨봐두었던

봉달이 이봉주 선수

은퇴 할때 조금씩 눈물 찍어내며 운다고 따라 울었고

t.v 프로에 효자들 나와서 눈 비 따위 맞는게 무슨 대수냐고 개의치 않고

산소 돌보며 받은것 에 비해 너무 드린것 없어 안타깝다고

못다한 것 마저 하겠다고 애쓰는 것 보며 울고

몇 년간 죽자고 태능에서 훈련 받고 메달 따온 선수들 장해서 또 울고

길 잃어 집나갔던 개 돌아왔다고 좋아라 하는것 보며 찔끔 거리다

한마디 들을까 마누라 모르게 돌아앉아서도 맨날 징징 거리며 살았다.

천안함 사건 났을 때와 이번 연평도에서 스러져간 젊은 꽃들이

너무 안타까워 마누라 손잡고

자식 잃어버린 부모 마음처럼 마음 놓고 드러내 훌쩍 거리며 또 울었다.

슬프지 않아도 간혹 눈물이 비치는 건 나이 들어 그러기도 한다는데

하기 사 울기는 늙지 않았을 때도 참 많이도 울어댔다.

언뜻언뜻 비치는 눈물 이아니라 그냥 펑펑 우는지도 모르게 울었다.

눈물이 떨어지면 왜 닦아야 하는지도 모르게 줄곧 울었다.

한낮에 받은 어머님 부고에도

나는 집 밖으로 한발 짝도 띄지 못하고

아들보고 술만 달래서 멋도 모르고 마셔대며 울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인정 하고 싶지 않아서

아침 큰 아이가 주말에 만나자고 약속 할때 웃으며 답하던

할머니가 그 약속도 안 지켜주고 오후에 떠났을 리가 없다며

평생 사람끼리 약속을 그리 중시하고 살던 분이

떠난다고 연락드리면 3시간이 넘어야 당도할 손주 새끼들

출발해서 도착 할때 까지 문밖을 서성이며 늘 기다리고 서있어

신호 하나 막힐 적마다 가슴 태우게 하던 분이 아무 말없이

그렇게 그냥 떠나셨을 리가 없다고 또 한잔 또 한잔 들이 붓고 울었다.

상청에 들어 절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그대로 살아 계실 것만 같아서

틈만 나면 달려갔던 어머니 곁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우리 모르게 가실 준비 다 해놓고 6개월 전 큰 아들 집으로 가신

어머니가 섭섭해 가고 싶지 않았다.

여름 휴가때 바다한번 못가고 온천에서 뜨겁던 날을 보낸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가고 싶지 않았다.

오후에 받은 부고를 밀어두고

새벽이 되도록 술만 마시고 멍하니 앉아 울기만 했다.

보다 못한 동네 친목계 계원들이 짐짝 실어내듯 떠메고 갈때도 나는 줄곧 울기만 했다.

내가 할줄 아는건 그것뿐인 것처럼...

입관 못하도록 상청 을 들뛰며 울고 다시 볼수 없게 왜 재로 만드냐고 길길이 날치며 울고

생전 고생 무게처럼 엉치뼈 대신 몸속에 차고 다니시던 쇠덩이를 다 못 태워 서러워 울고

임종도 못 보게 하시고 가시듯 그렇게 가실 때 처럼 모습이 흩어질때 또 울어댔다.

불안하고 힘들어 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곁에 있는 것도 모르고

몇 년을 술 만 마시며 길 위를 굴러대며 울었다.

언덕길을 걷지 못하셔 등에 업혀 가시면

미안타는 말을 입에 달아매시던 그 기억을 떨구려고

어머니 떠나시고 대여섯 해를

동네 입구를 들어가기 전에 마시고 취해 울며 어머니와 다니던 골목길 을 지나야했다.

세월 흘러 나이 들곤 이젠 내 처와 아이들이 미안해 울었다.

이즘엔 마음으로 다짐 을 해보곤 한다.

모두 두고 갈때는 울지 말아야겠다고 ...

자기 시간되면 떠나고 남는다고 부처님 말씀 한 자락씩 펼치며

地水火風 인연 끝나면 스사로 헤어 지는게 사람살이 라고

헛소리도 종종 했으니 앉아 염불이라도 하다 떠나는 큰 스님들 흉내는 못 내도

죽음 앞에 초연한 때깔 나는 이별이라도 남겨주고 싶다.

마음은 늘상 다짐 해보지만 그래도 그 때 되면 또 울께다.

저 좋다 던 어머니 뵈러는 웃고 갔다고 빗겨보고 섭섭할까 맘 쓰이고

받기는 좋아라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휑하니 가고나면

어머님 자리에서 힝힝 거리면 콧물 닦아주고

그 많던 술주정과 속 썩인 시간 다 넘겨줬더니

인사도 제대로 안 차리고 그냥 떠났다고 원망 듣지 않으려면

어린아이 챙기듯 하며 어머니 자리 대신 해주던 마누라님 때문에라도

울먹이는 소리라도 남기고 가야 할것만 같다.

뜻하지 않은 이별로 아파하는 모습들을 보며

지나간 내 슬픔도 우르르 쫒아와 눈물바람에 들게 한다.

길지 않았던 인연들과 헤어져 울고 있는

연평도 남침 도발에 희생된

군복의 젊은 꽃들과 민간인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깊은 슬픔의 弔意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