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
 |
|
|
| 하수예찬 |
| 글쓴이 낭만통신 조회 191 |
작성일 2003-07-08 오후 4:19:00 |
|
하수예찬
안녕하십니까 기우여러분.
대한민국 원조 하수 낭만통신입니다.
언젠가 한국 바둑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어느 프로 9단이 曺-李 양강의 바둑에 대한 복기를 부탁 받자 "하수가 뭘 알아야죠..."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얼핏 겸손이 섞인 농담 같아도 무언가 느끼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입신의 경지에 오른 그 분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하수는 절대 아닐 것입니다.
짐작컨대 그 분의 마음속에 있는 하수(下手)란 개념은 아직 배울 게 많은 도전 정신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분이 정녕 하수라 한들 참으로 멋진 하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제가 오늘 기우여러분께 올리는 화두는 하수사랑입니다.
하수(下手)란... 아름다운 영역이지요. 알다시피 상수(上手)나 하수의 구분은 상대적 기준일 뿐, 그것이 가치는 아닐 것입니다. 상수가 하수의 상위 개념은 더욱 아닐 거구요.
하수 없는 상수가 어디 있겠으며, 따지고 보면 세상에 하수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스스로 우리를 아끼는 마음이 바로 하수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수란 같은 수(手)자 돌림이되, 한 판의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자충수'나 '떡수' 혹은 '무리수' 같은 한 수(一手)와는 족보가 다른 개념이라고 봅니다.
하수는 어느 면에선 독하지 못해서 하수입니다. 때론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해서 하수일 것입니다. 아울러 어느 정도 길을 익혔다 해서, 스스로 상수라 자부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갈 길 먼 하수일 뿐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감히 인생을 보아도, 세상의 하수들은 행보가 피곤해도 마음이 따뜻합니다. 갈 길이 멀지라도 길 잃은 사람의 마음을 알지요. 밟고 앞다투어 가고자 조급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터져도 하수는 상처를 만지며 행복하게, 그리고 배짱 편히 잠들 수 있습니다. 내일 또 도전할 영역이 있으니까요.
세상의 역사(歷史) 역시 소수 상층부가 아닌 하수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안주거리가 있으면 기꺼이 친구를 불러 정을 나누는 우리 보통 하수가 세상의 주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수사랑은 자신에게 돌아올 따뜻한 투자이기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묻지 않아도 길을 알 수 있을 만큼 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돌아보면 하수일 때가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습니까? 저를 포함한 세상 하수들과 자부심을 나누고자 합니다. 실패를 나누고 공부도 나누고, 그리고 사랑도 나누며, 즐거운 하수시절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세상에 울려 퍼질 하수예찬을 기대하며, 하수사랑 동호회 발족에 많은 성원 기다립니다.
존경하는 7단 하수님은 물론, 프로 하수님들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원조하수 낭만통신 올림.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