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 언제부터인지 내게는 가슴에 넘치도록 가득 자리잡은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부터인지 모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슬며시 왔으니까요 바람과 구름에 흘러왔을 수도 있고 비를 타고 내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철새의 날개를 타고 왔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흐르는 빛 가운데 한 줄기로 왔는지도 모릅니다 정말이지 계절처럼 소리 없이 그렇게 왔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하늘과 땅 사이에 그 이름으로 가득 자리잡고 있습니다 봄을 파는 꽃집에 가득한 프리지아 꽃보다 향기로운 이름으로 칠월의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 소나기보다 영롱한 이름으로 밤새 내린 찬 서리에 선홍빛 피를 쏟는 낙엽의 눈물보다 서러운 이름으로 눈이 내리는 찻집의 창가에서 감싸안은 찻잔보다 따뜻한 이름으로 석양의 햇빛이 반사되는 창 넓은 우체국 꽃 봉투에 붙은 우표보다 설레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하나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소리내어 불러보지 못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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