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식이 있었다.

그는 소년시절을 거쳐 청년기에 이르도록 부모의 속을 썩였다.

급우들과의 폭력사건으로 아버지는 학교로부터 호출을 당하기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경찰서까지 출두하여 합의와 인보증등으로 관할서의 형사과담당들과 얼굴이 익을 정도였다.

세월에 장사 없듯 그아버지는 늙고 속 썩이던 아들도 장년이 되었다.

삼형제중 위의 두아들들은 막내와 달리 모범생타입이어서 순탄하게 자라고 사회생활도 원만하였지만 막내는 그렇지 못했다.

아버지의 나이 팔십줄접어들고 거동도 수월치 않았다.

 늘그막에 아버지는 운영하던 가업을 막내에게 물려주었다.

위의 두형제들은 튼실한 중견직장인 이었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기저기 땅토막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상속을 마감하였다.

일찍부터 일을 도맡아온 막내이기에 가업운영은 그런대로 수월하게 흘러갔다.

원수 같았던 아들놈이 아버지로선 늘그막에 없어선 안될 존재정도가 되었다.

아버지의 말년엔 중요하고 어려운일은 막내와 상의할 정도였다.

늙고 시든 아버지가 막내를 어느날 불렀다.

침대에서 잠시 몸을 일으킨 아버지는 통장한개를 막내에게 건네며 말했다.

“두가지 부탁이 있는데 한가지는 너와 나만 알기로하고 부탁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 알려지면 너에게도 어려움이 생기니깐.....임종시 절대로 병원으로 데려가지말고 살고있는 이 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고 아편을 구해서 내가 죽을 때 놓아다오. 해줄 수 있냐?”

아들은 울컥하고 서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젊을때의 호기도 윤기도 모두 사라진 침대위의 초라한 노인의 부탁이 슬펐다.

막내아들은 그러겠노라고 하면서 통장을 받으며 대답했다.

“아버지, 지금은 생아편이 아니고 헤로인으로 가공되어 고도의 효과가 있습니다.”

몇달이 지나고 아버지의 낌새가 달라지며 집안 분위기조차 침울하다.

임종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부인과 며느리 세 살짜리 손녀와 막내아들이 임종이 다가온 노인을 모두 우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인이 무어라 말 할 듯 가래 끓는 입을 달싹인다.

“희아야아...하할배 머리아푸다 이이마쫌 만져바아라...”

세 살짜리손녀의 대답이 당돌하다.

“싫어!”

평소와 달리 입에 흰자위끼고 가래끓고 앓는 할아버지모습이 싫은 것이다.

할머니가 젖은 하얀가제수건으로 할아버지의 입가에 묻은 흰자위를 닦아준다.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신음소리와 가래끓는 소리가 점점 심해진다.

막내는 마누라와 딸아이를 밖으로 잠시 나가있게 한다.

그리곤 침대아래 케이크상자에 감추어 두었던 주사기와 물약이 든 병을 꺼낸다.

어머니와는 암묵의 약속이 되어 있었다.

마누란들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노인의 팔목에 주사바늘이 찔리고 약물주입이 된다.

얼마후 노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눈감고 누워있지만 아마 지금쯤 노인은 천상계의 샹그릴라를 산책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상그릴라의 하늘을 새처럼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깥의 부산스런 소리가 들리고 형들 부부가 도착하였다.

그들이 아버지를 불러보지만 천상계를 날고 있는 노인의 귀에 들릴리 없다.

그들은 아주 편안한 노인의 임종을 보고있는 것이다.

아무 사실도 모른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긴숨을 내쉬고 목젖 딸깍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노인은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아주 편안하게.....

미리 약속이 되었던 단골내과의가 도착하고 진단서는 심장마비였다.

곧 장례식장의 엠블런스도 도착할 것이다.

형들은 여기저기 부고전화 하느라 분주하다.

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작은방으로 막내를 부른다.

“니 그 남은약삥 잘 나또래이....내 죽을때도 놔 줄끼제?”

“어허 할망구 망녕들었낭....여자들은 오래산다카이....”

철학과 종교종말의 시대가 올 것이다.

정보홍수와 고도의 엔트로피시대에 AI과 메타버스는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그래도 한국의 철학자들은 책 팔아먹기에 그 것을 더 이용하고 부동산재벌인 불교종단들과 카톨릭과 대형교회등 종교집단들은 더욱 부를 증폭해 가되 사람들은 서서히 종교의 실체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이루어 질 것이다.

너와나 우리들은 그래도 살아가고 우리들의 눈물을 닦아 줄 대상 없음 또한 뚜렷이 깨달을 뿐이다.

니체는 오래전에 신은 진작 죽었다고 하였으며 까뮈는 희망은 부질 없고 절망할 이유도 없으니 무조건 살아가는 그대만이 진실이라 하였다.

또 다시 X마스이브......짧은 편지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고마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