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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터에서 만난 그 사람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올 여름쯤이였다. 신장암 수술후 십이지장과 간으로 두번째 전이된후 심리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을때이다.
그의 첫인상은 유난히 새까만 얼굴에 키는 160cm정도로 적었고 한쪽 다리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절뚝거렸으며 60세 가량 되어 보이는 비쩍 마른 체격을 가졌지만 목소리는 쩌렁쩌렁 하였고 당당하고 쾌활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간암4기로 9년차라며 자기를 소개한 그는 뒤늦게 입원 하였지만 재미난 입담과 타고난 사교력으로 금방 병원의 분위기를 주도 하였으며 웃음소리가 들리면 항상 그자리에 그가 있었다.
간암으로 오랜 투병을 하며 스스로 익힌 지식이 놀라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였으며 우리는 그를 간박사로 불렀다..
약한달 가량 같이 지내면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병원 생활이 지루하지 않고 하루 하루가 즐겁고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다.
그가 먼저 퇴원을 했고 한달 정도 더 있다가 나도 퇴원을 하면서 더 이상 그의 얼굴도 소식도 전혀 들을수가 없었다.
한달 정도 같이 지냈으면서도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얼하든 사람인지 물어 보지도 않았고 연락처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잊혀 지내다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인 남창 옹기종기시장의 5일장을 아내와 함께 구경하러 가게 되었다.
시골의 5일장이라 그리 크지 않을걸로 예상했지만 동해남부선 도시철도가 울산까지 연결되면서 부터 남창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왠만한 도심의 시장 규모를 능가할 정도로 컸다.
이곳 저곳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과일이며 채소등을 구입하고 아내의 발길따라 걷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자 싱싱한 고등어가 3마리에 5천원, 얼릉 얼릉 사러 오이소"라며 쩌렁쩌렁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너나 없이 싸다며 몰려 들었고 아내도 5천원을 건네며 고등어를 구입하였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단숨에 못 알아봤지만 이내 그의 멘트를 듣고선 내가 아는 그사람이란 확신이 들었다.
"생선 손질은 안해 주나요?" 어떤 아주머니의 물음에 그는 주저없이 "아버지가 안 가르쳐 주고 먼저 떠나셔서 못한다며" 능청스럽게 받아 치며 좌중을 한바탕 웃겼다.
바쁘게 여기 저기 고등어를 담아 주고는 "새댁,새댁하며 50쯤 되보이는 아줌마를 불러 세운다.
모든 시선이 그리로 향하는데 "새댁 내 이래 보여도 돈 많다. 주리 받아 가라"며 또 한바탕 사람들을 웃겨 버린다.
그러고선 내 "재밌제!"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그의 어깨를 툭 첬더니 앗 이게 누구냐며 너무 반가워 한다. 옆에 서 있는 아내를 보고서는 얼른 인사 하면서 고등어 큰 놈 2마리를 양손에 쥐고 봉지에 담아 준다.
너무 바쁜 그와 잠시 대화할 시간 조차 없이 우리는 다시 그렇게 헤어졌다. 여전히 사람들의 중심에서 그는 씩씩하고 밝았으며 좌중들을 웃겼다.
아내는 그런 아픈 몸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깊이 감명 받았던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그의 능청스런 농담이 계속 생각나면서 ㅎㅎ웃음이 나왔다.
아는 지인들을 만나면 꼭 그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유쾌한 사람. 그는 다행히 너무나 건강하게 아픈 병을 잘 이기고 있었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기분이 우울해 지거나 웃음이 생각나면 다시 그를 보러 가봐야겠다. 항상 영원히 그자리에 그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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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지면
우리아~그
당근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