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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릿 꽃 떨구고 간 것 보니
들꽃 지천으로 핀 매봉고개 꽃가마 타고 넘을 때가 아마도 열여섯 이었었지
우리 엄마 날 떠나보낼 때 여리디 여린 네 모습 언제 다시 만나볼까. 청사초롱 불 밝힌 듯 앞길 열고 잘 살거라.
고개 넘는 내 딸년 아득히 멀어지니 손 흔들고 발 구르며 눈물 고이 접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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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고름 풀던 첫날밤 널 뛰던 가슴 타올라 울음보 터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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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옥양목 앞치마 물 밴 적삼 걸쳐 입고 재 너머 밭일 간 서방 시장할까 풋보리 삶아 머리에 이고 제비꽃 만발한 길 헤쳐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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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강물 따라 어디만큼 흘러갔나 꽃다지 곱게 말아 족두리 만들어 머리에 달아주던 우리 서방 자규 슬피 울던 날 샛노란 오이꽃 서풍에 떨어지듯 북망산 찾아갔네.
팔자 더럽게 드센 년 달 떠 여우 빛 드는 밤이면 입술 깨물며 날 지고 새고
산죽나무 우거진 저 앞 골짜기에 간 밤 싸릿 꽃 떨구고 간 것 보니 우리 서방 바람으로 오시었나 석양에 흘러가는 구름으로 오시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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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농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