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헤어질 결심’은 경주박물관 에밀레종소리 만큼이나 여운이 있는 영화였다.

감독은 인물, 사건, 배경이 조합된 동화(움직이는 그림)를 만들면서 치밀한 구성(플롯)의 과정은 필수이다.

삐끗하면 혹평과 함께 투자자들은 쪽박을 차고 관객들은 시간과 관람료를 바이든한다.

감독들의 개성과 특징은 수만갈래로 나뉘겠지만 대별한다면 두가지로 우선 나누고 싶다.

벽돌쌓기처럼 치밀한 계산과 배치의 행간에 난수표 혹은 암호처럼 관객들이 찾아내고 탐색하며 이해하도록 하는 타입과, 강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변화하는 감정의 동선을 따라가면 저절로 스토리를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다소간 두가지교집합의 부분이 있게 마련이지만 전자를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후자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올리비아 뉴먼으로 나누고 싶다.

홀로 남는다.

서래와 카야.....

박찬욱이 탕웨이를 서래로 점찍고 영화를 만들었고 카야(데이지 에드가 존스)를 여주인공으로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원작을 계약하고 오랜 준비와 탐구를 거쳐 개봉한 영화이다.

무려 180주 베스트셀려(뉴욕타임즈)인 원작은 관객들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 미국에서 호평과 흥행도 성공하였지만 한국에선 관객수15000명에 그쳤다.(네이버인용)

헤어질 결심의 개봉관 185만에 비하면 가재의 흥행은 매우 초라하다.

헤어질 결심은 탕웨이의 인기와 박찬욱의 지명도 그리고 다각적이고 다방면의 홍보가 있었던데 비해 가재는 홍보가 부족하였건 것은 팩트이다.

본인 역시 박찬욱이나 영화제목등이 아닌 오직 탕웨이 때문에 넷플릭스시청 하였다.

아바타, 1917, 택시운전사, 1987등등 대형화면과 입체음향이 몰입도를 높이지만 모가디슈같은 영화는 스토리를 떠나 극장음향이 너무크고 시끄러워 도로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극장화면보다는 못하겠지만 헤어질 결심과 가재가 노래하는 곳 역시 티비화면이지만 영화에 대한 이해의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는 가출, 연이어 언니들의 도피성 가출 그리고 하나남은 오빠마저 외지로 떠나버린다.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상세나열은 피하겠다.

초등일이학년나이의 주인공 소녀 카라는 멀리는 바다와 주변은 온통 습지에 둘러쌓인 외딴곳의 판잣집에 홀로 남는다.

어린 여자아이는 살아남기위해 홍합을 잡아 마을의 가게에 넘긴다.

60년대의 미국도시엔 아직 인종차별이 있었고 가게주인 흑인부부만이 소녀를 이해하고 직간접 도움을 주려하지만 편견에 쩔어있는 백인사회의 눈치를 살핀다.

글자를 배우기위해 학교를 갔지만 어린동급생들은 신발도 없는 카야를 따돌림하고 냄새가 난다며 서로 수군거린다.

담임교사는 의무에 충실하고 사무적으로 틀림이 없지만 교사의 자세이되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글자도 모르고 부모형제도 없지만 똑똑한 카야는 학교는 배울 것이 없다고 결론내리며 사방이 물로 둘러쌓인 습지의 집으로 맨발로 달려간다.

집을 나가 소식 두절된 엄마 옆에서 그림그리던 옛모습을 회상하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카야는 유일한 취미이자 소질은 곤충과 나뭇잎들 그리고 게와 가재등 습지동물들을 세밀하게  세필로 그리는 것이다.

엄마가 두고간 도구들로....

모든 새들이 떨어트린 깃털을 종류별로 모아 세필로 그리며 새들의 종류별로 항목을 분류하였다.

어릴 때부터 멀리서 보았던 첫사랑마저 미래를 위해 도시로 사라져버리며 카야는 인간은 모두 떠나가고 사라지는 것으로 결론지으며 유소녀시절을 통과한다.

새로 나타난 사랑.....

그러나 그는 어느 날, 습지전망대 철재꼭대기에서 떨어져 죽는다.

수사가 지작되고......

주민들로부터 소외되고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카야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서래(탕웨이)가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과정과 비슷하다.

서래는 진술한다.

‘남편이 산에 갈때마다 걱정이 되었어요. 마침내 죽었어요.’

‘마침내 라고요?’

‘헤어질 결심’은 두주인공의 일탈된 감정개입으로 조사 취조 수사가 흘러가지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무대의 중심이 법정에서 기소한 검사측과 변호인의 대립각에서 과거의 기억들을 호출, 영화가 흘러간다.

‘헤어질 결심’의 전반부무대는 복잡하고 미로처럼 촘촘한 골목길의 도심이고 후반부는 높이가 낮은 건물이 대부분인 바닷가 소도시이다.

이에비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푸르른 바다와 습지로 둘러쌓인 호숫가 판잣집을 배경으로 한 마리의 커다란 새가 힘차게 날개짓하며 물위를 날라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자연배경은 도입부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 중국조선족 서래는 할아버지유골단지를 안고 있고, 습지에 홀로 남아 투쟁적 살아가기를 거쳐온 카야는 손에서 그림그리기 도구를 놓지 않는다.

엔딩장면의 해변 모래사장....

자살을 위한 모래구덩이에 몸을 누이는 서래의 슬픈눈빛위로 밀물이 살짝 덮을 때 순간, 반짝하였던 탕웨이의 눈에 맺힌 바닷물들은 원망과 슬픔이 담긴 박찬욱의 섬세한 미장센(장치)이다.

사라지고 헤어지고 잊혀져가는 너와나 우리들의 서사를 그녀는 그녀답게 표현하였다.

글자를 가르쳐주고 읽을 수 있을즈음 떠나버린 첫사랑이 가이드한 습지생물들의 세밀하게 분류된 그림들은 출판이 되고, 드디어 혼자가 아닌 세상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기에 치열한 법정다툼이 계속된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엄마가 사라졌고 언니들도 오빠마저 떠나갔다.

그녀에게 다가와 사랑을 준 새로운 연인은 불행하게도 폭력적이었다.

그녀의 독백은 모든 것들을 암시한다.

/죽고 죽이는 습지생물들이 나쁜 것이 아냐......살아가고 살아남기 위한 습관이고 행동일 뿐이야.../

무죄방면으로 해피엔딩이지만 수십년이 지난 어느 날, 할머니가 된 카야는 습지위 보트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평생을 그리워해 온 엄마의 모습을 보게된다.

숲속을 걸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엄마아......’하며 부르면서 보트위에서 눈을 감는다.

외딴 습지의 판잣집에 홀로남은 할아버지가 된 첫사랑남편은 ‘카야’의 옛날 오래된 일기장을 들추어보며 그녀를 그리워한다.

전망대에서 떨어져 죽은 폭력적연인의 목에 걸려있던 조개목걸이가 카야의 오래된 일기장박스에서 발견이되며.....

끝.

'헤어질 결심'은 영화이해를 쫓아가기 바쁘고 지금도 탕웨이의 눈빛만이 기억에 남지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보다보면 그냥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