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 보고싶다/오인태



오늘 하루도 잘 지냈습니까

이렇게 저물녘이면

어김없이 종종걸음으로

나를 따라오다 돌아보면

멈칫 그 자리에 서버리곤 하는

한 얼굴 없는 그림자를 볼 때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안부가 못내 궁금합니다.

언젠가 작은 물방울처럼 몰래

스며와 어느새 내 가슴에서

개울물이 되어버린 그대,

그대는 늘 내게 속삭이며

노래를 들려주며, 때론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기도도 해 주지만,

정작 나는 그대의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늘 내 가슴을

깊이 적시며 흐르는 그대,

그대는 누구인가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래도 사무치게 보고싶은 그대

오늘 하루도 잘 지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