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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땅과 서울땅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209 |
작성일 2003-05-16 오후 1:1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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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겹겹이 둘러쌓인 산마루가 포장하고 있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나의 고향입니다.
지금쯤이면 나의 고향은 실록옷을 입고 파란 하늘과
손잡을 듯이 있을 겁니다.
나의 고향에서는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유일한 음악이었고
청명한 하늘에서 반짝이는 햇살과 짝이 되어 흔들리는 나뭇잎은
내가 가장 처음으로 보았던 나의 고향 무용가였습니다.
나의 고향에는 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나를 반기는 소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조팝나무, 찔레나무는 나 어릴적 친구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름을 알고 있는 나의 고향 나무는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 벗이었습니다.
난 이 나무들을 찾아 다니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는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면서
산골짜기 다람쥐처럼 살았습니다.
인적이 드물었던 나의 고향은
풋풋한 풀냄새와 땅의 기운이 몽실거리면서
이 세상속에 숨어있는 나의 밀림이었습니다.
내 삶의 날개를 달고 서울에 올라왔던 날이 생각납니다.
사람들과 건물만이 보이는 서울땅을 밟았을 때
난 걸어가 갈 수도 없었고
서 있을 수도 없었고
앉아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나의 시선과 나의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현기증을 느꼈던 서울의 첫 모습은
나를 우주인처럼 만들었습니다.
검은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이 보였을 때
내 몸은 마비되는 것 같았습니다.
강도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서울 햇살은 나에게 번개불이었습니다.
바들바들 떨려오는 마음때문에 아무것도 난 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어리숙하고 이티같은 내가 나의 고향 산골짜기 모습을
서울땅에 내려놓았던 것입니다.
눈만 뜨면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먼지 자욱한 건물 숲에서 살다 보니
내 고향의 기억들이 떠나버렸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할 수가 없었는데...
바둑 게시판에서 나의 고향을 생각나게 해 준 님이 고맙기만 합니다.
님이 보낸 음악은 내 고향으로 달려가는
기차소리처럼 들려옵니다.
2003년 5월 16일 금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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