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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혹시 물님 아니세요?...느낌이.... |
| 글쓴이 흠냐? 조회 401 |
작성일 2003-03-22 오전 10: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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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
> 식구들 포함해서 내 주변 아는 사람들은
> 거의 다 바둑을 둔다.
> 나야 뭐 아줌마는 그저 애나 잘키우고
> 남편 뒷바라지나 잘 하면 그만이지
> 하필 바둑을 배워서 뭣하겠냐는 콧웃음에
> 동네 기원에만 가면 자정 넘기기 일쑤인
> 남편한테 무지하게 투덜댔었다.
> 바둑이 웬수야~####
>
> 그 아줌마가
> 이번엔 정 반대의 이유로
> 바가지 아닌 바가지를
> 빡빡 긁으면서 남편을 졸랏다.
> 딴데 가지 말구 나 가르쳐서
> 나랑 둡시다!!
> 여자, 남자 말고도 제3의 성이라는 아줌마!
> 남편의 눈이 뚱그레?????
> 컴바둑 두는 남편 책상 옆에
> 곁들이 의자 하나 가져다 놓았는데
> 이게 다시 갈때마다
> 책상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 그래도 난 묵묵히 접힌 의자를 펴서
> 되도록이면 조금이라도 더 모니터 가까이
> 바싹 당겨놓고 무작정 들여다 보기 시작햇다.
>
> 남편) 쩌~~기좀 저만치 가 있어라~!!! 신경쓰인다 응?!!!!!
> 나) 좀 보면 어때서 그래요?
> 남편) 본다구 뭐 알기나 해?
> 나) 췟~####
>
> 그런데 난 뭐든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 끝이야 어땟던
>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보는
> 좀 엉뚱하고 고약한 고집이 있다는걸
> 그때껏 남편이 몰랐다는데 대하여
> 확실하게 보여 주자고 결심을 했다.
>
> 모니터에 뜬 바둑판에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 이건 왜 여기다 두는거야?
> 왜 구석에서 아옹다옹해?
> 패싸움으로 빵때린 자리에다
> 손가락을 콕 찍으면서
> 이걸 도로 따면 되지
> 왜 딴데다 두면서 시간을 끄는거야?
> 왜 다음사람이 바로 따내지 못하냐구??
>
> (아! 대책없군..!! 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원..!)
>
> 난 남편의 이마에 한줄로 지나가는 생각을 본다.
> 그래도 관전중에 손가락으로 짚는건 참을 수 있다
> 대국중에 아무때나 손가락이 오락가락 하는데는
> 더이상 못참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거엿다.
>
> 으아아~!! 고만좀해 저리좀 가라구!!!
>
> 난 남편 뒷통수를 째려보다
> 그만 훌쩍대기 시작햇다.
> 이틀이나 눈만 마주치면 눈물을 글썽대는데야
> 남편도 피해갈 도리가 없다는걸
> 뒤늦게..(이틀만에)야 깨달앗을 것이다.
>
> 바둑이란? 집짓기, 말 잡아먹기 (--;;)
> 그럼 집은 어떻게 짓나?
> 말은 어떻게 잡아먹나(끔찍)? 등등
> 뭐부터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 얼떨떨해진 남편한테 디립다 물어보기 시작햇다.
> 그렇게 다그치기 시작한지 다시 이틀만에
> 난 후회하기 시작햇다.
> 괜히 시작햇나보당..
> 이를 어쩌징..
> 내가 묻는말에 대답만 해주면 다 알것 같았던
> 집모양도 포석도 말 잡아먹기도 사활도 전투도
> 당췌 알아 들을 수가 없는 거엿다.
>
> 남의 것 볼때는 잘도 줏어다 대더니만..(남편의 속마음)
>
> 또 눈물 찔끔찔끔..마구 찌그러진 자존심...
> 그렇지만 난 아줌마다.
> 세상이 구분해놓은 아줌마 였던 것이다.
> 승패가 문제엿나? 아니다...
> 방을 수십번은 만들었다가 누가 들어오기만 하면
> 후닥닥 도망 나왔다. 그렇게 망설망설
> 대국초대 허용!!
> 스피커가 나한테 말을 했다
>
> "대국을 시작합니다."
>
> 남편이 쫒아왓다.
> 머하니?
> 기가 턱 막힌 표정..
> (뻔뻔인지 무식인지..대체 알수가 없군!!)
>
> 내가 이기길 바랄 형편이 아니라는걸
>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남편 아니었던가?
> 내 앞에서 모니터 바둑판에 손가락을 들이대는
> 남편한테 난 꽥~## 소리 질럿다.
> "그 손꾸락좀 집어쳐욧###"
> 어안이 벙벙한 남편 등을 확~떠밀어 내고
> 벙문을 탁 닫고나서 큰기침 한 번
> 어깨도 으쓱 한 번..다시 컴앞에 앉았다.
>
> 결과는 물어보는 사람이 바붕이지...!!
> 글치만 속말로 난 오늘 비로소
> 무지막지하게 아줌마 다운 의지로
> 바둑의 시작을 밀어부친 행복한 하루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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