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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
| 글쓴이 smw1905 조회 2517 |
작성일 2002-09-03 오전 3:4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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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목표하던 3급에 도달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숱한 대국을 거듭하던 끝에 가능할까 의심되던 3급에 도달했습니다. 바둑의 그윽한 경지에 도달하신 분들이 보시기엔 3급이 대단할 것 무어냐고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약간의 기쁨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둑은 중독성이 참 강한 것 같더군요. 한판의 바둑에 몰입해 있으면 주변에서 무어라 해도 신경쓰기가 귀찮아지고 생업도 제대로 돌보지 않게 되고.. 제가 하는 일은 대학원의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일인데 이 놈의 바둑 때문에 잘될 실험도 망치곤 했답니다. 좀 우습죠. ^^
교수님 눈치보느라 소리 꺼두고 다른 창 띄어놓고 눈치봐가며 두던 바둑. 그러다 보면 집중이 안되서 덜컥수 걸려들어 다 이긴 바둑을 지기도 했고, 열심히 두고 있는데 갑자기 교수님 오셔서 뭐라고 말을 붙이니 후다닥 창을 감춰 놓고 잠시 후에 다시 켜보면 어느새 시간패..ㅠㅠ
다른 사람들 밥먹으러 가자는데 바둑두느라 정신 없어서 점심도 굶어가면서 두던 바둑. 실험에 실패하고 허전한 마음에 두던 바둑-이럴 땐 항상 지더군요. 바둑이라도 이겨주면 위안이 될려만.. 밤새고 희뿌연 새벽을 맞으며 부시시한 눈으로 두던 바둑-이럴 땐 의외로 많이 이겼어요. ^^
바둑의 중독성은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 바둑을 잘 둔다는 사람들의 경우 머리는 좋고 재주는 있지만 다른 일에 끈기가 부족해서 이일 저일 옮겨다니고 노는 것에 너무 열정을 쏟는 것 같더라구요. 과거 바둑 프로기사들도 다들 놀기 좋아하는 한량이었다는 점.. 그리고, 저의 몸 속에도 이런 피가 흐른다는 것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이제 바둑을 그만 두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둘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깨닫은 후에 다시 두고 싶군요.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저랑 대국을 하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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