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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퓨 굿맨. |
| 글쓴이 방랑승려 조회 3072 |
작성일 2002-08-22 오전 8:3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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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은 관타나모 해병대 기지에서 한 사병이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산티아고 일병이 군고위층에게 전출을 희망하는 편지를 보내고,이를 안 조셉 대령은 코드레드라는 특수기합(얼차려)을 명령한다．산티아고는 얼차려 도중 숨지고 이를 실시한 두 사병만 기소된다．변호를 맡은 캐피 중위와 캘러웨이 소령은 코드레드 지시 등 사건의 진상이 은폐된 사실을 발견한다．결국 변호인들이 많은 어려움 끝에 조셉 대령을 법정에 불러내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제목처럼 군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몇 명의 좋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영화가 만들어낸 ‘좋은 사람’은 또 있다．코드레드 시행에 가담했던 한 병사가 변호인의 활약으로 직무유기 혐의로만 유죄판결을 받자 이렇게 말한다．“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도 유죄”라고．할리우드판 ‘영웅만들기’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서는 몇몇 선한 사람들의 추궁으로 군내부의 진실이 쉽게 밝혀지는 경우는 드물다．사실이 그렇다 해도 군부대에서 사병이 상관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을 자살로 조작한 채 18년이 흘렀다는 사실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84년 군에서 숨진 허원근 일병이 군당국의 발표대로 ‘비관자살’이 아니라 만취한 하사관에 의한 타살이라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것이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분노를 부르는 것은 사건의 진상을 아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한 점이다．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인원만 10여명에 이르고,연대까지 보고된 후 대책회의도 있었다고 한다．사고 이후 군 당국의 조사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진상은 은폐돼 있었다．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중 ‘몇 명의 좋은 사람들’이 그토록 없었단 말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허일병의 아버지는 아들을 차마 땅에 묻지 못하고 18년 동안 오로지 진실을 알기 위해 뛰어 다녔다．그 아버지의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들은 무슨 수를 쓰든지 면제받는 상황에서 힘없는 우리 아들들이 군에서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다면 누가 군대에 보내려고 하겠느냐”
국회의원 총리 부총리 장관 도지사 법관 외교관 등의 자녀들이 무더기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게다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공방을 둘러싸고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정황은 쌓여만 가고 있다．불법이 개입됐든 아니든 대한민국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특별히 약골이 많다는 것인지 너무도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군에서 사고야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우와 부하의 억울한 죽음을 알린 사람이 단 한명만 있었더라면 허일병 가족의 한맺힌 항변만은 없었을 게 아닌가．
노동일 논설위원/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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