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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는 이야기(7) = 합리적 판단의 오류 |
| 글쓴이 장길산맥 조회 211 |
작성일 2004-03-26 오전 10:5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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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판단의 오류 *
칠판에 점을 찍고 고등학생들에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점’이라고 대답하였다. 옳은 대답이다. 그러나 유치원 아이들은 벌레 죽은 것, 썩은 계란이라고 말했고 어떤 아이는 껌이 붙어 있다고도 하였다. 이러한 실험은 아이들은 점차 창의적 가능성을 잃어 버리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래서 페터슨은 “아이들은 『?』를 가지고 학교에 가서 『·』를 가지고 온다”고 말한다. 아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삶에 있어서 창의적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지식과 경험의 크기만큼 심각한 도그마에 빠져 메마르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시사하는 것이다.
경제 이론 중에 『합리적 예상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합리적 예상가설』이란 소비자, 노동자,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경제적 조건에 대해서 각각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영리하게 처리하여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 예상을 하고 그러한 예상에 입각해서 그들 자신의 현재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는 이론체계이다.
이것은 『양치기 소년과 늑대』라는 이솝우화를 인용하고 있다. 이 우화에 의하면 사람들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두어번 속다보니 그 다음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합리적 예상, 곧 그 소년이 또 거짓말한다고 판단하여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소리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우화의 교훈은 무엇인가? 거짓말하면 안된다는 것인가? 그 보다 합리적 판단을 신봉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더 큰 교훈은 합리적 판단의 오류인 것이다. 사람들은 소년이 전에도 거짓말했으니 이번에도 거짓말 할 것이라는 합리적 예상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고 소년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위기에 처한다. 거짓으로 판단했으나 이번에는 진실이었다. 그 합리적 판단은 분명 오류였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합리적 판단에 따라, 삶의 위기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의 외침을 그 얼마나 외면하였던가? 우리들은 합리적이라는 가치체계에 함몰되어 인간다움을 상실하고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러한 합리적 판단의 오류에서 벗어나 이웃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이제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를 새롭게 쓰자.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에게 두번씩이나 속았지만 그래도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을 듣고 달려가서 소년을 구하였다』라고.
우리는 그렇게 하여야 한다. 만약에 당신이 그 양치기 소년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두번이 아니라 열번을 속더라도 진실의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합리적 판단의 오류를 깨뜨리고 진정 창의적 가능성을 펼쳐보자. 무엇이 올바른 판단인가? 위기에 빠진 이웃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합리적 시시비비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들판에서 양치기 소년의 외침 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 이성록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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