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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는 이야기(6) = 남이 나를 헐 뜯을때 |
| 글쓴이 장길산맥 조회 237 |
작성일 2004-03-25 오후 3:5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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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나를 헐 뜯을때 *
「내 문하에 장생이란 제자가 있어, 어느 날 나를 찾아와 두려운 듯이 말했다.
“저는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남들이 싫어하는 말을 한 적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저를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만이 유별나게 저를 헐뜯고 미워하여 자꾸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 말을 듣고 내가 그에게 이렇게 충고해 주었다.
“자네는 어찌하여 그를 원망하는가? 그는 자네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네를 사랑하는 걸세.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스스로 몸가짐을 잘하고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자네가 과연 집안에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거처할 때에는 행동을 삼갔으며,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도리를 다했는가.
노인을 노인답게 대접하고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대했는가. 이런 일들을 그토록 잘해 왔다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네. 그러나 일찍이 주공도 관숙과 채숙에게 유언비어를 들었고, 공자도 손숙씨에게 욕을 먹었으며, 맹자도 장씨의 아들에게 비방을 들었고, 굴원은 초란에게 참소당했으며, 정자와 주자도 당론에 몰려 위학이라고 금지 당하지 않았던가, 저 성현들조차도 헐뜯은 자가 있음을 면치 못하였는데, 이 세상에서 사람들 틈에서 살면서 어찌 자신을 헐뜯는 자가 없기를 바라는가. 그러므로 군자가 처신하면서 돌보아야 할 것은 상대에게 달려 있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할 것이네.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였는데도 헐뜯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저 몇 몇 성인이 군자를 헐뜯던 것처럼 성현과 군자의 덕과 재주는 여전하되 미워하고 질
투하는 자가 자기 분수를 모르고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네. 반대로,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는 데도 칭찬의 말이 들린다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네.」
조선 시대의 문신 이시발(1569~1626)의 문집 《벽오유고》에 실려 있는 글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조심해도 듣게 되는 남들의 험담이나 비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떻게 참고 견뎌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 글이다.
우선은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해서 자신에게 떳떳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들려 오는 비난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별로 잘한 일도 없는데 들려 오는 칭찬이 있다면, 부끄럽게 여겨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라는 것이다.
주변의 비난에는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응하고, 칭찬에는 지나치게 우쭐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 이런 우리들이야말로 정말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황필상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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