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 詩.박해옥
 
 
 
 

 
 
 
 
 
내가 결정적으로 화가 나는 일은
뱃속에 싯퍼런 돈다발이 똥이 묻어 뒹굴고
숨쉬는 것 외에는 모두 거짓인
저 욕지기 일게하는 
유들유들한 황금빛의 얼굴들 때문이다
 
내가 진실로 부끄러운 것은 
컴 마우스처럼
인위적인 곳에서만 걸음을 멈추는 
저 필요 없는 부호 같은 무리들과
어쩔 수 없이 엮여서 
같은 동포로 
같은 하늘밑에 산다는 부끄러움 때문이다
 
내가 진실로 슬픈 것은   
곧, 폭파될 듯 아슬한 얼굴로
명징한 표적만을 쫓으며  
메커니즘적인 사고만을 내 세우는  
이 시대의 내 아들,
그들의 또래인 내 딸들에게
서글픈 연민이 일어남이다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일은 
있는 듯 없는 듯 나직하면서도  
끓임 없이 배우는 마음으로
순후한 사랑을 하며
단정한 삶을 살아가는 
착한 본성의 무수한 민초들이
늘 뒷줄에 서야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