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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는 이야기(1) =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 |
| 글쓴이 장길산맥 조회 213 |
작성일 2004-03-09 오전 11:5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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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 *
절기로는 입춘이 지나 우수가 지났으니 이젠 분명 봄이지요. 계절은 어김이 없어 자신의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물러서기도 하고 우직한 황소걸음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양지쪽으로는 은근히 봄기운이 만연합니다. 아기 손톱 같은 새로운 잎을 조심스레 내는 나뭇가지들의 부산함과, 툭 툭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기운의 꽃망울들, 저 여린 것이 어찌 겨울의 언 땅을 견뎠을까 싶게 가장 여린 모습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싹과 작은 꽃들, 한 겨울의 추위가 매서웠던 만큼 봄은 생명의 기운으로 넘실거립니다.
양지쪽으로야 봄기운이 가득하다지만 아직 깊은 산 속 응달쪽으로는 겨울의 기운이 여전하겠지요. 깊은 겨울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얼음과 눈을 뒤집어쓰곤 한껏 게으름을 떨고 있을 것입니다. 아지랑이 속 사방 녹색의 기운 가득할 때에야 겸연쩍은 듯 겨울의 묵은 흔적들을 벗어버릴 것입니다.
이맘때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에 관한 우리의 옛 속담입니다. 산토끼면 산토끼지 웬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냐 할진 몰라도 산에서 겨울을 나는 토끼 중에는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양달 토끼는 양지쪽 굴에 사는 토끼를 말하고, 응달 토끼는 응달쪽에 사는 토끼를 말합니다.
우리 속담 중에 ‘눈 온 산의 양달 토끼는 굶어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왜 눈 내린 겨울 산에 같이 사는데 양달 토끼는 굶어죽고 응달 토끼는 산다는 것일까,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합니다.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양달 토끼는 허구한 날 볕 따뜻한 굴속에서 맞은 편 골짜기를 바라보는데, 양달쪽에서 바라보는 맞은 편은 대개가 응달쪽입니다. 반대로 응달쪽에 사는 토끼는 그늘진 굴속에 살며 늘상 반대편인 양달쪽을 바라보게 되지요.
그렇게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양달 토끼는 아직 눈이 안 녹은 응달을 바라보며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응달 토끼는 양달쪽을 바라보다 어느새 눈이 다 녹은 것을 보고는 얼른 밖으로 나와 먹이를 구합니다.
어디에 사느냐 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바라보며 사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일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겨울 산의 양달 토끼와 응달 토끼 이야기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지금 무엇을 바라보느냐 하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내 형편과 사정, 현실적인 조건에 얽매인 채 살아갑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들어도 희망찬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힘임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바라보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이 어려운 시절 겨울 토끼 이야기를 통해 배웠으면 합니다.
- 한희철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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