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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밥 |
| 글쓴이 현현도인 조회 181 |
작성일 2004-03-10 오후 8:5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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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년쯤 전의 실제있었던 일이다.
일제의 수탈은 전국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 지던 그때
내 고향에서선 더욱 심했다고 어머니에게 들었다.
추수 때가 되면 관리(끄나풀)가 논이나 밭으로 직접나와 그 밭에서 제일 잘된 부분
1평을 베어내서 그 양을 기준삼아 밭 전체에 대한 '공출' 량을 결정했다고 하셨다.
그해는 특별히 작황이 나빠서 농작물이 많이 죽고 밭의 빈 부분이 반이 넘었는데 ...
저런 엉터리 기준으로 '공출'을 했는데...
가을걷이가 끝나고 '공출' 다 하고 남은 먹거리가
좁쌀 3말, 수수 1말(껍질채), 그리고 메주콩 1자루
이걸가지고 다섯식구가 겨울을 먹고 봄에 농사도 지어야 했다.
남은것 중에 가장 소중한 좁쌀은 봄을 대비해 아끼고(밥을 지을 수 있으니까)
수수1말과 콩 1자루를 가지고 어떻게 먹으면 새해 하지때까지 먹을수 있을까(햇감자가 나니까)?
어머니께선 그 생각 외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으셨단다.
수수 한줌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고 거기에 송기(소나무 속겁질) 한바가지를 넣고 물을 적당히 붓고 끓이면 그게 5섯식구 하루식량이 된다.
송기를 벗겨먹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요새 은행을 터는 것보다 더 위험했다.
어디가서 마음대로 송기를 벗길 수가 없었다(자기 산이 있어도 안된다. 불법이니까)
어린 나는 그걸 먹을 수가 없었다 이놈의 송기가 어떻게 질긴지 씹어도 씹어도 끊어지질 않아 반은 목구멍 넘어 반은 입 안에 걸치니 ...먹을 때마다 우웩-우웩 토하고 나면
식구들 얼굴은 눈물로 얼룩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는 국물만 쪽 빨아먹고 그놈의 송기는 상머리에 뱉아놓았다.
형들이 안먹을라면 덜어내놓지 그렇게 뱉아놓면 딴사람도 못먹지...
목에 걸려서 못 먹겠어...
형은 한숟가락 떠넣고 머리를 번쩍들고 꿀떡 삼키며 이렇게 먹으면 돼
나는 그대로 흉내를 내어 머리를 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넘어갈리가 없었다.
이렇게 해두 안넘어가아...나는 소리치며 울고 말았다.
그랬으니 부모님들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도 송기죽을 먹을 때가 내겐 호강이었다.
수수1말을 며칠이나 먹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걸 다먹고난 뒤가 더 힘들었기에...
이제는 메주콩만 먹어야 했다.
콩은 영양 많고 항암물질도 많고 ...지금은 그렇지만 그땐 아니었다.
매일 아침저녁 몇날이고 콩물만 먹어보라,
며칠이나 먹을 수 있을까?
나는 거의 굶고 살았다.
먹을 수가 없었다.
그놈의 메주콩 멀리서 보기만해도 냄새에 질렸다.
봄이되었다.
모처럼 어머니께서 밥을 지으셨다.
그러나 보통 밥이 아니었다. 유난히 노-란밥이었다.
그래도 밥을 보자 눈이 번쩍띄어
나 밥 많이 줘!
노란 밥을 한숟가락 떠넣는 순간 나는 토하고 말았다.
콩이었다.
메주콩을 불려 절구에 넣고 퉁퉁찌어 쪼개가 되게 해서 거기에 좁쌀 한줌 뿌리고
그걸로 밥을 지은 것이었다.
보기엔 영락없는 좁쌀인데...
집엔 아무도 없었다.
식구들은 모두 밭으로 나가고 나혼자 집에있었다.
배가고프다.
낮에 배고프면 먹어라 하시며 아랫목에 묻어놓고 가신 밥그릇을 꺼냈다
메주콩 냄새가 난다. 다시덮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재미있는 게 없다. 방에 들어가기도 싫다.
또 배가 고프다.
다시 밥그릇을 꺼냈다. 뚜껑을 열어들고 했볕이 밝은 곳으로가서 잘보고 '이게 좁쌀이다'
확인 되는 것만 한알씩 뜯어 먹었다.
세알도 먹기전에 나는 실패하고 만다. 좁쌀인줄 알았는데 그건 메주콩 쪼가리였다.
나는 다시 덮고 부엌으로가서 물을 한바가지 마신다.
나는 지난 60년동안 콩밥은 안먹었다.
아니 못먹는다.
먹을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또 콩밥을 먹어....
이건 순전히 기적이다.
내가 어떻게 그 어린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60년인데....
어머니께선 그게 '해방되던해'라고 하셨다.
내 나이 네살 다섯살 무렵이다.
나는 왜놈(내 고향에선 일본, 일본사람 뭉뚱그려 왜놈으로 불렀다) 순사도 기억한다.
어떤사내가 우리 집 앞을 비지땀을 흘리며 뛰어 갔는데 그얼마뒤 순사가 왔었다.
어머니는 그 뛴자는 노름꾼이었고 순사는 어디로갔냐고 물었다고 하셨다.
이건 정말 기적이다.
내가 일제의 그것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니...
나는 잊지않으리라 일제를....
그리고 내가먹은 콩밥을....
그리고 나는 콩밥을 먹지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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